기사최종편집일 2024-10-0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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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관왕 기세' 퍼거슨, 불운의 무리뉴를 넘어서다

기사입력 2009.03.12 06:52 / 기사수정 2009.03.12 06:52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12일 새벽 4시 45분(한국시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인 올드 트래포트에서 맨유와 인테르의 숙명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 2차전이 열렸다.

맨유는 박지성 대신 라이언 긱스를 선발 출장시키며 골을 뽑아낼 수 있는 카드를 택했고, 인테르는 당초 수비진 붕괴로 캄비아소가 센터백으로 출전할 거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다행히 왈테르 사무엘이 복귀하며 수비진에 안정감을 더했다.

골은 의외로 일찍 터졌다. 전반 4분에 오른쪽 측면에서 긱스는 코너킥으로 비디치의 강력한 헤딩슛을 어시스트했다. 지난 1차전에서 출장하지 못한 설움을 털어내는 듯한 비디치의 헤딩도 좋았지만, 긱스의 정확한 킥 능력이 빛난 장면이었다. 박지성의 수비력보다 긱스의 경험과 '한 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믿은 퍼거슨 감독의 혜안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골을 허용한 탓에 인테르는 더욱더 공격적으로 맨유를 밀어붙였다. 라이언 긱스는 놀라운 골을 어시스트하긴 했지만 마이콘의 측면 공격을 에브라와 함께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고, 마이콘은 오늘 오른쪽 측면에서 매우 위협적인 모습으로 그 이름을 다시금 널리 알렸다.

전반 29분 인테르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마이콘이 우측에서 프리킥을 올려준 것을 이브라히모비치가 수비의 틈을 타서 헤딩한 것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것. 경기 내내 퍼디난드-비디치에 가로막혀 1차전에 부진한 활약을 보인 이브라히모비치는 2차전에서 리그용이란 오명을 벗어버릴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특유의 볼 키핑력과 유연한 드리블로 인테르 공격의 선봉에 선 그의 모습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그에 반해 이브라히모비치의 파트너로 출장한 발로텔리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리그에서 연속골을 터뜨리며 무리뉴 감독에게 낙점을 받았지만, 오늘 경기에선 큰 경기를 경험하지 못해 긴장을 한 탓인지 미숙한 볼 트래핑 등 본연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덕분에 공이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집중되었기에, 맨유의 센터백 2명을 뚫어내지 못했다고 그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엔 조금 가혹한 감이 있는 부분이다.

전반의 이른 골 이후 양 팀 모두 서로 결정적인 찬스를 몇 차례 가져간 채 전반을 1-0으로 마무리했다. 맨유의 수비진은 오늘도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놀라운 경기 집중력으로 공수 양면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 인테르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맨유는 후반이 시작된지 4분 만에 경기의 균형을 깨뜨리는 골을 넣었고, 주인공은 'No.7'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웨인 루니가 왼쪽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올린 것을 호날두가 그대로 달려들며 탄력있는 헤딩슛을 성공시켰다. 전반 4분과 후반 4분에 골을 결정지은 맨유는 이로 인해 8강 진출의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또다시 불의의 일격을 맞은 인테르는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격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챔피언스리그의 성공을 위해 세리에A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로베르토 만시니를 내치고 조세 무리뉴를 영입한 인테르였기에, 또다시 16강에서 탈락하는 일은 그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맨유의 강력한 수비진은 인테르 공격의 예봉을 꺾었고, 경기는 일진일퇴의 상황으로 흘러갔다.

후반 57분 부진한 모습의 스탄코비치를 아드리아누로 교체투입해 승부수를 띄운 무리뉴 감독은 아드리아누의 멋진 발리슈팅이 또다시 골대를 맞고 흘러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날 인테르는 2번이나 골대를 맞추며 운명의 여신을 원망해도 좋을 만큼 불운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인테르는 69분 발로텔리를 백전노장 루이스 피구로 교체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박지성은 벤치 멤버에 이름을 올렸지만 후반 83분이 되어서야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도 이틀 뒤에 있을 리버풀과의 EPL경기가 리그 우승의 행보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리버풀전에서의 박지성을 중용할 것임을 미리 암시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맨유의 탄탄한 수비진에 가로막힌 인테르는 결국0-2으로 패배하며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야심 차게 영입한 무리뉴 카드마저 유럽 무대에서 실패를 겪어 앞으로의 거취가 주목되는 반면, 우승팀 징크스를 깨끗하게 씻어내리며 8강 진출에 성공한 맨유는 올 시즌 '5관왕'대위업이 말처럼 꿈이 아니라는 것을 실현할 기세다. 대위업의 달성을 향해 거침없이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맨유는 14일 올드 트래포트에서 리버풀을 맞아 리그 경기를 치른다.

[사진ⓒ팀의 승리를 전하고 있는 맨유 공식 홈페이지 캡처]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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