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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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내 마음 속 '슈퍼맨' 레지 밀러

기사입력 2005.05.22 09:26 / 기사수정 2005.05.22 09:26

박종민 기자
한국 시각 5월 20일, 레지 밀러의 27득점을 알리는 슛이 바스켓을 통과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에서의 18년 세월이 바스켓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종료 15초 전, 인디애나의 릭 칼라일 감독은 떠나는 대 스타에게 예우의 시간을 마련해 주었고, 팬들 모두가 일어서서 밀러의 퇴장 순간을 함께 했다. 조금 뒤 상대편 래리 브라운 감독 역시 작전 타임을 불렀고,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선수들 마저 밀러의 업적을 존중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인디애나의 홈 구장인 컨시코 필드 하우스는 이내 감동의 물결로 가득찼고, 밀러는 자신의 18년 NBA생활이 눈 앞에 아른 거렸다. 몇분 간 지속된 기립 박수에 밀러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경기 종료와 함께 락커룸을 향해 발을 재촉했다. 밀러의 등번호 '31번' 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그것이 밀러와 함께한 마지막 '밀러 타임' 이었다. 밀러가 락커룸으로 퇴장한 후 경기장은 잠시 적막해졌고, 밀러 타임이 종료된 것처럼, 팬들의 시간 마저 멈춘 듯 그들은 경기장 밖으로 발을 내딛지 못했다.

87년도 NBA 1라운드 11번으로 인디애나에 지명된 레지 밀러는 깡마른 체격 때문에 주위에 우려를 샀었다. 하지만 엄청난 슛 연습량을 소화해 내면서 90년대 최고 슈터의 반열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98-99 시즌 NBA 3점슛 성공률 3위, 자유투 성공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슈터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 가운데 하나인 3점슛률과 자유투률 부문에서 매 시즌 NBA 상위 랭킹을 차지했고, 특히 그의 3점슛은 경기 종료 직전 박빙의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94-95 시즌 플레이오프 뉴욕 닉스와의 동부컨퍼런스 준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16초여를 남기고 11초 동안 3점슛 2개를 포함해서 8점을 몰아넣으며 팀에 극적인 승리를 안겨주었던 밀러. 클러치 슈터의 면모로만 보자면 마이클 조던과 필적할 만한 유일한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위기에 처한 시카고 불스를 구해냈던 인물이 매번 조던이었다면, 위기에 처한 인디애나를 구해냈던 인물은 언제나 레지밀러였다.

또 항상 농구 코트의 빈 곳을 정신없이 찾아다니며 슛찬스를 만들 곤 했던 그의 부지런함은 오늘날의 밀러가 되기까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포츠 선수들 가운데는 천재성을 가지고도 노력하지 않아서 스타가 되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 그러나 밀러는 자신의 부족했던 체격조건을 노력으로 극복했던 대표적인 NBA 선수이다. 변함없는 노력으로 밀러는 NBA 역대 최다 3점슛 기록을 작성했고, 통산 2만 5천점을 돌파한 역대 13번째 선수가 되었다.

결국 '우승' 이라는 목표를 뒤로한 채 락커룸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그' 였지만, 그의 뒷모습만은 그가 쏘았던 수 많은 클러치 3점슛처럼 당당했고 멋있었다.

이제 심장을 멀게하는 밀러타임의 기적은 볼 수 없을테지만, 코트 어딘가에서 빈 공간을 찾아 바쁘게 움직이는 그를 찾을 수 없을 테지만, 팬들의 가슴 속에 밀러는 '인디애나의 늘 푸르른 소나무' 로 기억될 것이다.

그가 'S' 자 슈퍼맨 T-셔츠를 평소에 즐겨입었듯이, 나는 내 마음 속 슈퍼맨이 레지밀러였음을 확신한다.



박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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