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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 코치 박빛나, "제자들을 올림픽에 출전시키는 것이 꿈"

기사입력 2009.02.24 11:25 / 기사수정 2009.02.24 11:2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최연소 피겨 코치 박빛나를 만나다 - 하

Q : 최근에 벌어진 ISU 4대륙 피겨 선수권 대회 보셨죠? 그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중, 예전에 박 코치님과 함께 경쟁을 했던 선수들은 있었는지요?

박빛나(이하 ‘박’으로 표기) : 여자 싱글 2위를 차지한 조애니 로셰트(23, 캐나다)와 같은 대회에서 경기를 해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쇼트프로그램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신시아 파누프(21, 캐나다)와는 2004년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만났었어요. 신시아는 감정연기가 매우 풍부한 선수였는데 그 대회에서는 연기에 몰입하다가 감정이 복받쳐서 그런지 거의 울면서 연기를 하더라고요.(웃음)

Q : 모든 피겨 선수들은 부상을 피해가기 힘든데 박 코치님은 어떤 부상으로 고생을 하셨나요?

박 :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상을 달고 살았어요. 그것들을 견디면서 선수생활을 유지했는데 가장 큰 부상을 겪은 시기는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이후였어요. 올림픽을 준비하던 때부터 골반이 아팠거든요. 당시 저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훈련 중이었는데 그곳에서는 제대로 된 물리치료를 받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침을 맞으려고 토론토까지 내려온 적도 있었죠. 결국 부상을 안은 채, 올림픽 준비를 강행한 것이 화근이 됐어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올림픽에 나갔거든요. 어릴 적에는 몸이 다 성장하지 않아서 부상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는데 다 성장한 상태에서 얻은 부상은 차원이 틀렸어요.

Q : 지금은 피겨 선수들도 체격이 좋아졌지만 박 코치님 시절에는 코치님 키가 꽤 장신이었을 것 같은데요?

박 : 네, 맞아요. 제 키가 164cm인데 당시 국내 피겨선수로선 꽤 큰 편이었어요.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한국으로 들어온 뒤, 잠시 쉬고 다시 전지훈련을 갔을 때 부상을 당한 곳이 너무 아팠어요. 결국, 훈련을 중단하고 잠시 쉬기로 했는데 그 기간이 7개월이나 됐어요.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피겨 선수들은 1주일만 숴도 치명적이에요. 오래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서 스케이트를 타려고 했지만 너무 아파서 도저히 연습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 기간이 무려 7개월이나 지나갔어요. 오랜 기간을 쉬고 난 이후부터 빛을 잃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 꿈이었던 올림픽 진출이 이루어지자 목표도 조금씩 사라져갔어요. 예전처럼 치열하게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라는 목표의식도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죠. 그러는 와중에 '피겨 천재가 나타났다'라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Q : 김연아 선수 얘기를 하시려는 것 같은데 선수 생활을 하시면서 개인적인 친분은 있었나요?

박 : 연아는 저하고 5살 차이가 났는데 어릴 때부터 무척 스케이트를 잘 탄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연아는 확실히 보통 선수들과 다른 비범함이 있었어요. 그리고 같이 연습을 한 적도 있었지만 서로 친하게 말을 걸거나 어울리는 사이는 아니었어요. 지금은 연아가 말을 무척 잘하지만 어릴 적에는 말이 거의 없었어요. 그저 링크장에 오면 묵묵히 연습에만 집중하는 선수였어요.

Q : 좀 단도직입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는데 김연아 선수가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 하시나요?(웃음)

박 : 세계 최고의 선수라 … 당연하죠.(웃음) 재능도 워낙 특별하지만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서 오늘날의 연아가 완성됐다고 봐요. 보통 그 정도의 소질을 가진 선수들이 노력을 많이 하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지금까지 연아가 얼마나 특별한 소질을 가졌는가가 주목돼 왔는데 저는 재능만큼이나 노력도 인정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의 연기를 펼치는 모습도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연아가 피겨스케이팅을 위해 투자한 땀과 눈물을 봤다면 세계 최고라 불리는 이유도 쉽게 납득이 갈 거예요.

연아를 보면 스케이트를 그렇게 잘 타면서도 쉬지도 않고 연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연아가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저토록 힘든 운동을 이겨낼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Q : 말씀을 듣고 보니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를 선호하시는 것 같은데 맞나요?(웃음)

박 : 재능이 많은 선수를 마다할 코치는 없을 걸요? 하지만 진심으로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애정이 더 가는 것은 사실이에요. 재능이 특별하지 못하지만 그것을 노력으로 보완한 선수들을 보면 너무 대견해요. 저 개인적으로도 열심히 하는 선수가 제일 예뻐 보이고 애정이 깊어져요.

Q : 지금 박 코치님이 가르치고 계신 선수들은 D조와 C조(피겨 급수 4급 이하)선수들이 대부분인데요. 이런 초급 선수들을 지도하는 입장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박 : 무엇인가를 완성해나간다는 작업이 즐거워요. 그리고 아이들도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이 많아서 호기심과 열정이 많거든요. 이런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단순히 피겨 제자로만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하루 종일 이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요. 지금은 남자보다 아이들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어요.(큰 웃음)



Q : 아주 어린나이에 코치 생활을 하고 계신데요. 선수로서 은퇴하고 나신 뒤, 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은 없었나요? 그리고 일찍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던 이유도 궁금합니다

박 : 가장 아쉬운 것은 유럽여행을 못가 봤다는 점이랄까?(웃음) 대회 참가 차 외국에는 많이 가봤는데 순수하게 여행을 해본 적은 없었어요. 어학연수를 다녀왔지만 견문을 넓히기 위한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게 가장 아쉽고요. 제가 지도자의 일을 시작한건 우연한 기회 때문이었어요.

제가 처음에는 김세열(전 김연아 코치, 현 남자피겨 국가대표 김민석의 코치) 선생님 밑에서 일을 했거든요. 어느 선수를 가르치게 됐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아르바이트로 일을 했어요. 그런데 선수를 가르치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고 제 적성과도 맞았어요. 이 일에 일찍 흥미를 느껴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일에 호기심을 느낀 적은 별로 없었어요.

은퇴하고 나서 가장 좋았던 것은 …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자유?(큰 웃음)

Q : 선수가 아닌 코치로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고 존경하는 분은 누구신가요?

박 : 역시 제가 지도자의 길에 들어서는데 큰 영향을 주신 김세열 선생님이시죠.(웃음)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이세요. 또한, 제가 김세열 선생님에게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김 선생님이 선수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단순히 기술만 가르치는 스승이 아니라 애정으로 선수를 대하는 지도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피겨 코치들은 사생활이 거의 없어요. 일 년 내내 선수와 관련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니 개인 시간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죠. 김 선생님은 거의 쉬시지 않고 모든 일에 열정을 바치면서 일하시는 분이세요. 그런 모습을 보고 정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제자들을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도 배우게 됐죠.

Q : 아까 대기실에서 피겨 선수들의 어머님들을 만나봤는데 코치님을 매우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어린 코치이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어떤가요?

박 : 어쩌면 저는 아직 큰 딸 같은 존재인데 어머님들이 잘해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저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코치로서 어리다보니 그런 점에서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언니 같은 선생님이 이끌어 주니까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요.(웃음)

Q : 박 코치님이 선수로 활약할 당시에는 피겨스케이팅이 비인기 종목이었습니다. 국내 대회가 열리면 학부모들과 코치들만이 모이는 가운데서 시합을 치렀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잖아요? 김연아 선수가 등장하면서 피겨 붐이 일어나고 대회가 열리면 많은 팬들이 링크를 찾아와서 성원해주고 있는데 이러한 환경을 보면 부럽지는 않나요?



박 : 부러운 점이 많죠. 특히 저 같은 경우는 피겨스케이팅이 비인기 종목이었을 때의 거의 마지막 세대라서 더욱 그런 마음이 커요. 얼마 전 이곳 어울림누리에서 전국종합선수권 대회가 열렸을 때, 많은 분들이 선수들에게 선물도 주시고 응원해주는 것을 보면서 저도 다시 선수로 뛰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한편으론 제가 10년에서 15년 정도 늦게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최근, 선수로서 스케이트를 다시 타고 싶다는 기분이 든 것은 4대륙 선수권대회를 보면서였어요. 이 대회에 출전한 후미에 수구리(29, 일본)와 조애니 로셰트, 그리고 신시아 파누프는 저와 같은 대회에서 경쟁해본 선수들이에요. 저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아직도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빙판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하지만 부상으로 고생한 점과 결국 그것으로 은퇴를 결정한 점을 생각하면 후회가 사라지는 거예요.(웃음) 지금은 지도자로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으니 이 일에 충실하려고해요.

Q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국내 선수로서는 최초로 올림픽에 자력으로 진출한 꿈을 이루셨는데 지도자로서 이루고 싶은 꿈을 말씀해주시죠

박 : 제 제자들을 올림픽에 진출시키고 싶은 게 지도자로서의 목표에요.(웃음)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피겨선수들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입니다. 이 무대에 서기 위해서 흘린 땀과 눈물을 정말로 소중해요. 우선적으로 아이들에게 피겨를 타는 재미를 가르치고 즐기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그 다음엔 성취감을 이루고 아이들이 가지는 꿈을 실현시켜주고 싶어요.

Q : 장시간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수로서 꿈을 이루었듯이 지도자로서의 꿈도 이루시기를 기원할게요

박 : 네 감사합니다.

피겨스케이팅이 비인기 종목이었을 때의 '마지막 세대'란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습니다. 피겨에 열광하는 팬들을 보면 다시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지금은 코치로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박빛나 코치는 한국피겨의 소중한 인재였습니다.

지도자로서 초심의 마음이 큰 만큼, 선수들을 사랑하고 좋은 길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되고 싶다는 박빛나 코치는 자신의 '두 번째 피겨스케이팅 인생'을 활짝 열고 있었습니다.

[사진 = 박빛나 제공,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김혜미 기자, 한예린, 박경원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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