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덕행 인턴기자]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한일전에서 연장 접전 끝 짜릿한 승리로 사상 첫 올림픽 결승에 진출, 은메달을 확보했다.
압도적인 경기력과 함께 컬링 대표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경기장에서 수도 없이 들리는 '영미'부터 8년 전 패기 넘치는 인터뷰까지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이모저모를 모아봤다.
▲ 혈연·학연·지연 '3연'으로 맺어진 팀?
컬링 대표팀은 '리드' 김영미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가 얽혀있다. 김영미는 의성여고 동창 김은정과 함께 '딱히 놀 거리가 없어서'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이후 김영미의 동생인 김경애가 언니에게 브룸(컬링에 쓰이는 빗자루)을 갖다주러 컬링 경기장에 왔다가 컬링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이후 김경애는 교실 칠판에 '컬링할 사람'이라고 적었고 이를 본 친구 김선영이 팀에 합류 했다.
대표팀의 후보선수인 김초희는 2015년 경기도의 고교 유망주 출신으로 팀에 합류했다.
즉 '영미'를 중심으로 '영미 친구', '영미 동생', '영미 동생 친구'가 팀을 만들었고 2015년 '영미 팀 동료'가 합류한 셈이다.
이를 두고 컬링대표팀이야 말로 혈연, 학연과 지연으로 맺어진 진정한 '적폐 그 자체'며 '영미'가 비선실세가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컬링은 팀원간의 의사소통이 중요한 종목인 만큼 개인이 아닌 팀단위로 출전권을 획득한다. 이번 대표팀은 고등학교 동아리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만큼 뛰어난 팀워크를 바탕으로 국가대표가 된 것이다.
한편 지난 소치올림픽에서 컬링 대표팀으로 활약하며 화제를 모았던 이슬비 SBS 해설위원 역시 '컬링의 성지' 의성여고 출신이다. 영미를 중심으로 이어진 컬링 대표팀의 경기를 '영미 선배'가 해설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이 아니었어?" 감독까지 김씨... 헷갈리는 외국인을 위한 '팀 킴'의 대책
컬링은 주로 스킵(주장)의 성을 따 이름을 붙인다. 따라서 김은정이 스킵인 한국 대표팀은 '팀 킴'으로 불리고 있다.
문제는 선수들 뿐만 아니라 김민정 감독까지 6명이 모두 김 씨라 외국인들이 가족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컬링 대표팀은 이러한 외국인들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지난 2013년 세계대회에 참석한 컬링 대표팀은 각자 먹고 있던 음식으로 영어이름을 정했다.
펜케이크를 먹고 있던 리드 김영미의 이름은 '팬케이크', 세컨드 김선영은 계란요리 '써니 사이드 업'에서 따온 '써니'가 되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서드 김영애는 '스테이크'가 되었고 요거트를 먹고 있던 스킵 김은정은 요거트 브랜드인 '애니'가 되었다. 핍스 김초희 역시 먹고 있던 초콜릿 브랜드 '쵸쵸'로 이름을 지었다.
▲경기내내 '영미'찾는 시크한 '안경선배'…왜 영미만?
이렇게 야심차게 영어 이름도 지었지만 리드 김영미의 이름은 하루가 멀다하고 TV에 들리고 있다.
김은정이 외치는 미묘한 '영미'의 억양 차이에 따라 리드 김영미는 온 힘을 다해 스위핑을 하는가 하면 스위핑을 멈추기도 한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영미 사용법'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으며, 중계화면에도 사용돼 화제를 모았다.
21일 OAR(러시아 출신 선수)에 11-2 완승을 거둔 뒤 김영미가 직접 '영미사용법'에 대해 밝히기 도했다. 김영미는 "은정이가 나를 급하게 부르면 빨리 닦으라는 것이고 부드럽게 부르면 준비를 하라는 뜻"이라며 "나를 안부르면 선영이만 닦으라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영미만 찾는 것일까? 그 이유는 투구 순서에 있다. 리드 김영미는 초구와 2구를 투구 한다. 이 때는 하우스에 스톤이 많지 않아 많은 스위핑이 필요 없다. 김영미 역시 안정적이고 정확한 샷 위주의 투구를 한 뒤 스위핑에 집중한다.
하지만 세컨드와 서드를 지나 스킵 김은정의 차례가 되면 이미 하우스에는 수 많은 스톤들이 쌓여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스톤의 가드를 피하거나 혹은 정확한 각도로 맞추기 위한 기술적인 투구가 필요한데 이때 스위핑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힘이 너무 들어가면 라인을 조절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약간은 힘을 뺀 투구를 하고 이를 스위핑으로 메꾸는 것이다.
때문에 스킵 김은정은 투구를 한 뒤 상황에 맞게 영미를 찾으며 라인을 조절하는 것이다.
경기 내내 영미를 찾는 스킵 김은정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경기 중 안경을 착용하고 카리스마있게 오더를 하는 모습에 팬들은 '안경 선배'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한 누리꾼은 "'안경 선배'는 바나나를 먹을 때도 시크하다"며 재미있게 합성한 사진을 올렸고 이는 영국 타임지에도 소개될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8년전 올림픽 예고했던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대표팀
세계의 강호들을 격파하며 준결승에 진출한 컬링 대표팀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국내에 컬링이 생소한 2010년 당시에도 컬링 대표팀은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하며 당당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시 고등학생 이었던 김은정은 "잘 모르시다가 '아 닦는 거' 이렇게 해줘야 안다"며 "컬링은 닦는 거 말고도, 더 많은 재미도 있고 더 좋은게 많다"며 컬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경애도 "지금부터 열심히 하고, 더 노력한다면 4년 뒤에 소치에서 절 볼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앳되지만 당찬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결승에 진출한 우리 컬링 대표팀은 대회 마지막일인 오는 25일 스웨덴과의 결승전에서 사상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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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행 기자 e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