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2.14 15:22 / 기사수정 2009.02.14 15:22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지난 13일 오후 목동 실내 빙상장에서는 뜨거운 일전이 벌어졌습니다. 동계체전 아이스하키 대학부 결승. 4학년 선수들에게는 학교의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는 마지막 경기인지라 더욱 의미가 컸죠.
그러나 이날 정작 주목을 받은 선수는 4학년 졸업반이 아닌 이제 3학년에 올라가는 김상욱이었습니다. 연세대가 경희대에 4-0 셧아웃 승을 거두는데 김상욱이 두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기 때문인데요.
사실, 김상욱은 본인 자체의 이름보다는 안양 한라에서 뛰고 있는 형 김기성의 동생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형제가 같은 운동을 하게 되고, 포지션도 비슷하다면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그 비교를 어릴 적부터 끝없이 당해온 김상욱은 이제 그 비교도 담담하다고 말합니다.
"코리안 리그에서 상을 3개를 받았어요. 그때도 제 이름 '김상욱'보다는 안양 한라에서 뛰고 있는 '슈퍼루키 김기성의 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더 많이 알려졌죠. 비교가 되는 게 기분 나쁘다기보단 그래도 제 실력도 인정받는다는 생각이라서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김상욱의 표정은 말과는 달리 잔뜩 수줍은 표정이었습니다.
생글거리며 말도 잘하는 형 김기성과는 달리 김상욱은 수줍음이 더 큽니다. 질문을 던져도 쭈뼛 쭈뼛하는 몸짓으로 조곤조곤 대답을 하곤 합니다. 빙판에서 달리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 하고 싶은 얘기는 전부 다 할 줄 아는 야무짐도 가졌습니다. 이 야무짐은 빙판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리바운드 되는 퍽을 다시 잡아 골을 넣거나 틈새를 찾아 재치있게 슛을 하는 것 또한 그 야무짐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죠.
형, 김기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상욱은 "꼭 상대해보고 싶은 선수다."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서로 플레이에 장단점이 있고,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아 고칠 점은 지적해주고 잘하는 점은 누구보다 더 기쁘게 칭찬해줄 수 있다는 점은 형제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그래서 더욱 형과 같은 운동을 하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합니다.
"형은 상대해보고 싶은 선수이기도 하지만, 배울 점도 많아서 대학이 아닌 실업에서도 꼭 같은 팀에서 뛰어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김상욱에게는 또 다른 큰 목표가 있습니다. 이제 대학 3학년이 되는 그는 대학 선수로 있는 동안 실업팀에게 승리를 거두는 것과,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주는 것이죠.
이렇게 여물어가는 소년의 야무진 꿈이 차근차근 이뤄진다면 언젠가 '김기성의 동생' 김상욱 대신 '김상욱의 형' 김기성이라는 소개가 붙을 날도 머지않았겠죠. 그날이 올 때까지 푸른 유니폼의 소년은, 여전히 수줍은 표정을 한 채 누구보다 야무진 스케이팅으로 빙판을 달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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