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2.12 01:42 / 기사수정 2009.02.12 01:42
이번 시즌 첼시는 이른바 '빅4'팀들에게 1무 4패,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리그 4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무링요 감독 이래 이어온 홈경기 무패행진 기록도 깨졌다. 이런 당초의 예상을 훨씬 밑도는 성적을 보고, 로만 구단주는 결국 구원투수를 등판시켰다. 바로 로만 구단주는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서 대한민국, PSV, 호주, 러시아에서 쓴 신화를 다시 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성배의 주인은 첼시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무너진 공격진 재건
제일 먼저 개선할 요소는 불확실한 공격진이다. 최근 첼시의 공격진들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넬카는 득점 선두에 올라있지만 최근 리그 경기 7경기 무득점을 기록 중이고, 드록바는 통계집계원을 편하게 만들었다.
이들의 부진은 단순히 기록 뿐만 아니라 경기력 측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드록바의 경우 국내팬들이 이미 '드록신'이 아니라 '드록인'이라 부를 정도로 경기에 대한 열정을 잃은 상황. 또 아넬카는 스스로 골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주로 조커로 활용되는 칼루와 디 산토, 말루다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줄 능력을 가진 조콜은 일찌감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상태이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도 없다.
하지만 히딩크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독으로 psv에서 로벤, 롬메달, 케즈만이 한꺼번에 이탈한 상황에서 에레디비지 우승을 거머쥔 경험이 있다. 일단 콰레스마를 활용해 조콜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콰레스마가 세리에A에선 팀적응에 실패했지만 히딩크의 지도 하에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여러 차례 보여준 선수단 장악과 심리전 능력을 고려하면, 경쟁과 언론플레이 등을 통해 아넬카와 드록바가 팀에 보다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여지가 있어보인다. 드록바가 06/07 시즌의 득점왕을 차지하던 폼를 재현하고, 아넬카가 이번 시즌 전반기 포스를 재현하면 첼시의 스트라이커진은 어느팀 보다도 완벽해진다.
PSV에서 보여준 4-3-3의 재현
스콜라리 감독이 주도한 전술 체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데코와 발락을 중심으로 한 미려한 패싱플레이는 로만의 바람과는 달리 재미와 성적 모두를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히딩크는 PSV가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던 시절 구현한 4-3-3의 재현을 고려해볼 것이다.
먼저 하셀링크나 시봉이 하던 중앙원톱은 갱생한 드록바가 100%이상을 수행할 수 있다. 드록바가 특유의 피지컬과 밸런스를 이용해 수비를 등지고 찬스를 만들거나 직접 결정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이기 때문이다. 측면에서 찬스를 만들고 공격을 이어주던 박지성과 파르판, 비즐리의 플레이는 콰레스마와 칼루, 말루다가 수행할 것이다.
또한 4-3-3은 첼시의 강점인 미드필더 진용을 더욱 살릴 수 있다. 반봄멜이 하던 공격가담 역할과 조율은 람파드가 소화할 수 있다. 최근의 람파드는 특유의 득점력에 더불어 중앙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조율능력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쿠와 보겔의 역할은 데코와 발락, 미켈, 벨레티가 나누어 수행할 것이다.
선수단 장악
첼시의 부진에는 선수 개개인의 부진과 전술 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선수단 내 끊이지 않는 불협화음도 원인이 되었다. 히딩크는 이러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감독이다. 그는 안정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스타의식과 타성에 젖은 선수를 길들이고 경기에 열정적으로 임하게 만들 줄 안다.
또한 팀내 단결을 중요시하고 승부욕을 자극하는 데 일가견이 있어 98년 월드컵에 앞서 다비즈를 길들인 전례도 있다. 이를 볼 때 지금껏 팀을 떠나고 싶다는 인터뷰로 문제가 되어온 드록바와, 라이벌팀 감독 퍼거슨을 칭찬하는 인터뷰로 문제가 된 아넬카를 갱생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인다.
또한 선수단 내에 불거진 데코에 대한 불만과 따돌림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선수를 선발명단에 제외하면서까지 팀의 화합을 추구하는 히딩크의 성향 상 데코의 현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데코에 대한 논란이 사실이고, 히딩크가 데코가 팀에 녹아들게 한다면, 지금까지 비판받은 중원에서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여지가 있다.
히딩크의 첼시는 분명 변화할 것이다. 선수기용방식과 새로운 전술 도입, 선수단의 장악으로 지금보다는 나은 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팀의 경기력과 상관없이, 얼마 남지 않은 08/09시즌 리그 일정에 비추어 볼 때 히딩크 감독의 현실적인 목표는 2위 정도일 수 있다.
그래도 챔피언스 리그에선 우승의 희망이 있다. 첫번째 상대가 불운하게도 유벤투스지만 히딩크는 월드컵, 유로, 챔피언스 리그 등 토너먼트에서 특유의 과감한 교체와 전술변화로 재미를 본 전례가 있다. 이는 중요경기에서 부적절하게 유망주를 투입하고 전술변화가 거의 없던 스콜라리와 차별되는 점으로, 무링요라는 걸출한 감독을 배제하면서까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염원하던 로만의 감독교체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9회말에 등판한 히딩크, 대한민국 4강 신화 이후 수많은 신화를 써내려갔던 히딩크과 과연 '흔들리는 빅 클럽' 첼시를 구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사진=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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