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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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 90분을 만들어 낸 순간과 순간

기사입력 2009.02.11 22:24 / 기사수정 2009.02.11 22:24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축구의 90분은 매 순간으로 이뤄진다. 단편과 단편이 모여 한 편의 장편 드라마를 만드는 90분. TV 하이라이트와 비슷하게, 순간을 구성해봤다.

아찔했던 순간

전반 2분, 이란이 패스를 주고받다 오른쪽에서 기회를 잡아 슈팅을 시도했다. 다행히 이 슈팅은 골대 위를 한참 넘어갔지만, 경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첫 슈팅으로 한국 수비를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전반 5분, 김정우가 미들에서 볼을 빼앗겼고 이란은 페널티 지역까지 밀고 들어왔다. 중앙수비의 조용형과 강민수는, 처리를 서로 미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란 공격수가 볼을 다시 빼앗으러 다가왔다. 여차 하는 사이 볼을 빼앗겨 슈팅까지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계속해서 지적되던 중앙 수비의 호흡 불안을 제대로 보여준 상황이었다.

전반 24분, 한동안 이란의 공세를 잘 막아내던 한국에 아찔한 순간이 다가왔다. 오른쪽에서 크로스로 올려준 볼을 다투는 상황에서 조용형의 몸이 이란 선수와 부딪혔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의 부딪힘이 일어났다. 하얀 유니폼은 넘어졌고, 주심에 따라 페널티 킥을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페널티 킥은 선언되지 않은 채 경기는 인플레이 되었다. 벤치의 허정무 감독으로선 몰래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아쉬운 순간

전반 17분, 기성용의 코너킥이 정성훈의 이마에 닿았다. 자로 잰듯한 크로스였지만 정성훈의 머리에 제대로 맞지 못했고, 그 슈팅은 그대로 골문을 넘어갔다. 한국으로서는 처음 맞는 골 기회였다.

전반 37분, 또 다시 코너킥으로 맞은 기회였다. 코너킥이 흘러 선수가 없는 지역으로 떨어졌고, 세트 피스를 위해 올라왔던 강민수가 급히 발을 대봤지만 야속하게도 공은 강민수를 스쳐 지나갔다.

전반 43분, 기성용이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그라운드 안의 모든 선수가 당황했고 이란의 라마티 골키퍼도 마찬가지였다. 몸을 날려 막아내기는 했지만 간담이 서늘해진 슈팅을 보여줬다. 이 슈팅으로 한국은 전반 막판의 기세를 가져올 수 있었다.

전반 43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정성훈 대신 들어온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의 투입은 공격진의 활력을 불어왔다. 염기훈은 패스 후 다시 그 공을 받아 강한 슈팅을 시도했다. 라마티 골키퍼의 선방으로 골문을 뚫지는 못했지만, 그의 투입으로 얻은 처음의 골 기회였다.

후반 13분, 골을 허용하자마자 한국이 만회의 기회를 노렸다. 오범석이 준 것을 노마크 상황에서 이근호가 머리를 갖다댔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왔다. 아쉬운 탄성이 울리던 순간이었다.

후반 20분, 또 한 차례 기성용의 중거리 슈팅이 나왔다. 전반과 마찬가지로 이란의 골키퍼가 막아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분전, 이란전의 기성용에게 어울리는 단어였다.

결국, 내준 첫 골

후반 12분, 페널티 지역 앞 중앙에 가까운 곳에서 김정우가 파울을 저질렀다. 프리킥 기회를 맞은 이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부터 한국 골문을 위협한 네쿠남이 벽을 넘어 골망을 흔들었다. 양 팀의 첫 골, 후반 시작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이란에겐 호재였다. 이후 이란은 한차례 한국에 공격을 허용한 뒤 계속해서 한국을 괴롭혔다.

우리라고 질쏘냐

후반 35분, 평이한 시간을 보내던 중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분전에 분전을 거듭한 기성용이 네쿠남이 골을 넣은 반대편에서 이란의 파울을 얻어냈다. 염기훈과 기성용이 준비하던 프리킥은, 만들어 낸 기성용이 찼고, 라마티 골키퍼의 손을 맞고 튕겨 나왔다.

바로 앞에 서 있던 박지성은 흘러나온 볼을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려 헤딩을 시도, 동점골을 만들었다. 경기 종료를 10분쯤 남긴 상황에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후 더이상 골 기회는 생기지 않았고, 징크스를 깨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승리를 장담했던 대표팀은 결국 또 다시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MVP : 기성용 - 골을 넣은 것은 박지성이지만 그 골을 만들기 까지 달린 것은 기성용이었다. 어린 '황룡'은 대한민국의 그라운드를 책임지며 자신의 진가를 이란 고지대에 충분히 알렸다.

BAD : 김정우 - 지난 두 번의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정우는 이날 경기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큰 파울로 대표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결국 김정우의 파울은 이란 네쿠남의 골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사진=자신의 10번째 A매치 골을 넣으며 한국팀을 살린 박지성(C)엑스포츠뉴스 DB, 김혜미 기자]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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