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2.08 21:48 / 기사수정 2009.02.08 21:48
[엑스포츠뉴스=변성재 기자] 정신없이 장태산 작가의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을때 쯤, 낯 익은 전화번호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그 전화의 주인공은 바로 프로레슬러 김남석.
지난 해 일본의 전 WWF 슈퍼스타 타카 미치노쿠가 경영하는 카이엔타이 도죠 소속 선수로 활동하다 갑작스럽게 귀국했다.
집안 사정으로 꿈인 프로레슬러 생활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는데, 우려했던 상황은 나아졌고 4월에 일본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잠시 서로의 간단한 안부를 묻고 전화 통화가 끝났다. 그러나 그 통화를 마친 후 채 1분도 지나지 않았을까? 같은 번호로 다시 한번 전화벨이 울렸다. "변 기자님, 미안하지만 프로레슬링 만화인 스카이레슬러의 작가 장태산 님의 전화번호를 알수 있습니까? 부탁합니다. 만나게 해주세요."
프로레슬러 김남석, 그가 90년도 프로레슬링 만화를 연재했던 장태산을 어떤 이유로 만나보고 싶었을까? 이유를 물어도 시원한 대답을 들을수 없었다. '뵙고싶다. 만남을 이뤄지면 그때 말하겠다. '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물론 동행에 대해 양해를 구하지는 않았던 상황이라, 이리저리 함부로 같이 움직일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부랴부랴 장태산 작가의 측근과 통화를 하여 만남을 주선했다. 흔쾌히 수락해 줘 만남의 기회를 제공받았다. 물론 프로레슬러와 프로레슬링 만화 연재가의 만남이라는 주제도 내심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2월 5일 목요일 오후 12시, 남산 부근 위치한 장태산 작가의 화실로 움직였다. 물론 프로레슬러 김남석과 함께였다.
장태산 작가의 화실 앞, 김남석은 거듭된 큰 한숨을 내쉬며 화실로 천천히 들어갔다. '여지껏 프로레슬러와 시합을 해도 한숨은 쉬지 않았는데, 뭐라 해야할까 이 한숨은? 상대하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김남석과 장태산 작가의 대화 내용
김: 만나서 반갑습니다. 프로레슬러 김남석입니다. 예전부터 찾아 뵙고 싶었습니다. 만나뵈서 영광입니다.
장: 반갑습니다. 프로레슬러가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찾아와 정말 고맙습니다. (웃음)
김: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긴장이 됩니다.
장: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긴장이 됩니다. 왜 프로레슬러가 찾아왔지? 어제 인터뷰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웃음)
김: 현재 일본에서 프로레슬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프로레슬링 만화를 어린시절에 본 뒤 프로레슬러가 되고싶다. 라는 마음을 굳게 새기게 되었습니다.
장: 고맙고 당황스럽고 한편으로 한국에서 프로레슬링이 잘됐으면 좋겠는데 국내 프로레슬링계가 활성화 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일본에 넘어갔다구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건 어린시절 꿈을 이뤄 일본에 넘어가 프로레슬러가 됐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시절 꿈을 이뤘다면 돈이고 명예를 떠나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감사합니다. 장태산 선생님.
장: 별 말씀을요. 그럼 일본어는 구사능력이 어느정도 인가요?
김: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하지만 분발하고 있습니다. 계속된 연습과 일본어공부로 점점 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 그렇군요. 어느나라에 가던지 그나라의 법을 따러야 합니다. 아니면 낙오자가 될수 있습니다. 이 말을 기억해 주십시오.
김: 현재 일본에서는 일본 프로레슬링 만화가 꾸준히 연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연재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장: 얼마전에 일본 만화 '군계'를 봤습니다. 프로레슬링보다 격투계열 만화였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프로레슬링 만화를 다시 그리고 싶습니다. 내 만화는 복잡하고 과격한 만화라 여성팬은 없더라구요. (웃음)
만약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90년도 식 헝그리 정신으로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김: 이제 4월이면 다시 일본으로 프로레슬링 훈련을 하러 떠납니다. 뇌리에 깊게 박힐 조언 한마디 부탁 드리면 실례가 되겠습니까?
장: 내말이 조언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책을 몇권 내봤지만 최근에도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내 만화를 사고 싶다고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거절했습니다.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그들의 구색 맞추기에 내 자존심이 용납 되지 않아 거절했습니다.
김남석 선수, 국내 생활을 잊고 일본에 목표를 삼아, 일본에가서 이방인으로 일본인과 비교해서 위축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러지던, 곪아 썩어 문드러지던, 당신이 원한 그 프로레슬링계에서 살아남으십시오 그리고 성공하십시오.
이런말을 하고 싶습니다. 아픔과 좌절을 느끼다보면 언젠가 강해집니다. 훗날 당신이 성공해 이런 인터뷰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면 변기자가 일본에 넘어갈 정도로, 그리고 그 일본 행에 나를 초대할 정도로 성공해 주십시오 (웃음)
김: 정말 오늘 선생님을 뵈니 옛날 기분을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자리를 초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장: 감사합니다. 시장하신데 식사하러 가시죠. 곱창 좋아하십니까? (웃음)
만화가 장태산의 약력
1953년 서울 출생
1982년 '불꽃'으로 데뷔
1991년 프로레슬링 만화 '스카이레슬러' 연재
1992년 '김춘삼, 풍운영웅' 연재
1997년 '지킬박사와 하이드' 연재
2009년 現 부산 예술문화 대학 겸임 교수
프로레슬러 김남석의 약력
1985년 서울 출생
2002년 17세 한국의 프로레슬링 WWA 단체 입단
2004년 WWA 탈단후 자유 계약 선수 선언
2005년 한국의 프로레슬링 AWF 단체 활약
2006년 일본의 프로레슬링 카이엔타이 도죠 연습생 활약
2008년 일본의 프로레슬링 카이엔타이 도죠 정식 입단
/사진 변성재 /글 변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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