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13 16:16 / 기사수정 2009.01.13 16:16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봄이 오는 것만 같았다. 얼었던 땅이 녹고 꽃이 피어오르듯 모든 것이 그를 위해 준비된 것 같았다. 번외지명으로 입은 대전의 유니폼. 주전 입성은 어려운 일로 여겨졌지만 개막과 동시에 프로의 그라운드를 밟았다. 원정길, 게다가 상대는 K-리그 최강이라 불리는 수원이었다. 교체될 때까지 70분 정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누비고 또 누볐다. 경기가 끝난 뒤 이 '생짜' 신인에게 기자들이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아무 것도 몰랐다. 다만 큰 무대가 그리웠던 것뿐이었다. 봄이 오고 있음을 '실감' 했다. 그러나 그 봄은 너무나 짧았다. 봄을 누리던 행복한 소년에게 매서운 꽃샘추위가 덮쳤다. 그렇다고 마냥 추워할 수만은 없었다. 그대로 다시 겨울에 머무를 것 같았던 소년의 봄은 자줏빛 옷에서 푸른빛을 머금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다. 대전에서 인천으로 둥지를 옮긴 김민수를 인천에서 만났다.
프로 데뷔 1년 만에 이적이다. 인천에 온 소감은
김: 오자마자 딱 든 생각은 '신인 같다.'였다.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프로 입단 후 이적할 일이 없었던지라. 드래프트 선수와 이적 선수가 모여서 새로 소개하고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박이천 선생님이 "인천은 기회의 팀이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너희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선수들하고는 아직 서먹서먹하다. 사교성이 좋은 편인데도 친해지기가 쉽지 않더라. 아무래도 드래프트로 입단하거나 한 신인 선수가 아니라 이적생이다보니 어떻게 행동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인천에 아는 선수는 안현식밖에 없었다. 지금 현재로선 유일한 위안이다. 인천 이적 얘기가 한창 진행 중일 때 현식이한테 얘기했더니 "정말 좋은 팀이니 얼른 오라."고 했다.(웃음)
프로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김: 대전은 내가 처음 시작한 팀이나 다름없다. 내셔널리그 시절 한국철도에서 뛰긴 했지만, 프로는 대전에서 시작했으니까. 대전에서 겪었던 모든 일련의 일들이 있었으니까 내가 인천으로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대전에서 그나마 한 경기도 못 뛰고 2군에만 있었다면 인천에서 날 영입하려고 했었겠나.
대전에서 데뷔하자마자 신인상에 대한 말도 나왔었다
김: 초반에 뛸 때는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데뷔전 뛰면서 신인상이 목표가 됐다. 대전 입단하면서 번외지명이라 1군을 뛸 수 있을까? 라는 생각부터 했었다. 그런데 뛰지 않았나. 신인 선수는 손에 윷을 쥔 채로 시즌을 맞이한다. '모 아니면 도'다. 그런데 난 모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원정경기였고, 게다가 리그 개막전이었다. 상대가 수원이었고…. 경기 끝나고 서있는데 기자분들이 내게 막 다가와서 질문을 하고 그랬었다. 그 때 '뭐야?' 이런 기분이었다. '내가 뭘 했다고?'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교체되어서 나왔는데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더라.
그 날 그렇게 인터뷰를 하고 나서부터 신인 경쟁 하면서 조용태 vs 김민수 이런 식의 기사도 나고 하니까 그때서야 실감이 났다. '박터지게 하면' 나도 가능성이 있겠구나. 스스로 기대를 했다. 근데, 역시 쉽지 않았다.
시즌 초반엔 경기를 뛰었었는데 중반부터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 김 호 감독님의 수준 높은 축구를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감독님은 성적을 바라셨을테고, 그래서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바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고. 사실, 난 대전을 나온 지금에도 김 호 감독님이 내게 바라신 축구가 뭔지 모르겠다.
축구에 대한 건 파악을 못했는데 1년 프로 생활을 하면서 '무언가'는 알겠더라. 그라운드 안에서의 축구가 전부가 아니더라. 난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생각하고 감독님의 의중을 이해했더라면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을까. 믿고 경기에 출전 시켰는데 점점 지치지 않으셨겠나. 결국 생각해보면 수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대전의 축구가 내겐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타이밍을 놓쳤다?
김: 무릎이 많이 안좋았다. 테이핑을 칭칭 감고 4-5경기를 뛰어야했다. 정말 아팠다. 트레이너와 개인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한경기만 하고 축구 그만둘 것 아니니까 쉬어라."고 했다. 솔직히 난 정말 뛰고 싶었다. 이제 시작이고 내 축구를 보여줘야되는데, 쉬면 도태될까? 내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만 가득했다.
근데 결국 쉬게 됐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일주일을 쉬고 이틀 딱 운동했는데 광주와 컵대회에 베스트 멤버로 출전했다. 그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딱 골읗 넣고 나니까 아픈데도 더 이상 못쉬겠더라.
타이밍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광주전을 치르고 나서 두경기만이었다.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 울산과의 경기에서 전반 끝나고 라커룸에 앉아있는데, 감독님이 "민수 빼고 혁진이 집어넣어."라고 하셨다. 그 얘기 듣자마자 무릎에 대고 있던 얼음을 떼버렸다. 가지고 있던 모든 기회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왜 교체된 것 같나
김: 모르겠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지고 있었으니까 나보다 좀 더 공격에 도움이 될 선수가 필요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그때가 정말 아쉬웠던 게 난 대전에서의 내 플레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감독님의 198승, 199승 경기에 모두 골을 넣었었고 200승이었던 부산과의 경기에서는 도움을 하기도 했다. 내가 뛴 경기에서 대전은 모두 이겼었다. 그 자체로 나는 내가 대전에 필요한 선수라 생각했었다. 이런 내 말을 듣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 그랬다.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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