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12 06:02 / 기사수정 2009.01.12 06:02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10일 막을 내린 제63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의 주인공은 '피겨 신동' 이동원(12, 과천초)이었습니다. 이동원은 시상식이 모두 끝난 이후, 팬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즉흥적인 연기를 펼쳤습니다. 한마디로 '끼'가 넘치는 이동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무대였습니다.
이동원은 지난해 봄에 있었던 'Festa on Ice' 공연에 참가하면서 대중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피겨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타고난 재능이 대단했고 어린 남자 선수들이 나타내기 힘든 표현력과 끼까지 지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필자가 이동원을 처음 만난 것은 'FOI'였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 이동원을 지도하고 있는 신혜숙 코치를 통해 진심어린 평가와 견해를 듣게 되었죠.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많은 피겨선수들을 지도해온 신 코치는 이동원의 재능을 매우 특별하게 평가했습니다. 공식 경기에서는 아직 시도하지 않았지만 어린 나이에 트리플 점프 다섯 가지를 완성시킨 점과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즉흥적으로 발휘하는 놀라운 '끼'는 그 어느 선수에게서도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치, 경의적인 눈으로 지켜봤었던 옛 제자인 김연아를 본 느낌이라고 말이죠. 표현력과 끼는 여자 선수들에 비해 남자 선수들이 일찍부터 스스로 발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점프도 빠른 기간 안에 뛰는 아이가 예상하지 못했던 동작들을 즉석에서 표현하는 것을 본 신 코치는 "가끔 내가 가르치는 게 아까울 정도로 생각이 드는 선수가 동원이다. 오랜 기간 동안 이런 부담감은 없었는데 가끔 이런 생각이 문득 들게 하는 제자는 동원이가 처음이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장시간에 걸쳐 이동원과 아버님인 이승준씨, 그리고 신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만나본 이동원은 피겨 자체를 매우 즐기고 있는 소년이었습니다.
또한, 포부도 대단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예브게니 플루센코를 최고의 우상으로 여겼던 이동원은 'FOI'때 만난 다카하시 다이스케(23, 일본)에 매료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이동원은 "다카하시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돼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동원은 지난달에 홍콩에서 있었던 아시안트로피 남자 노비스(13세 이하) 부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때에는 '피겨 여왕' 김연아(19, 군포 수리고)와 AOI(Angels of Ice) 공연에 특별 초청된 조니 위어(24, 미국)와 함께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는 행운도 누렸죠. 그리고 이번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이동원은 10일에 벌어진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95.39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쇼트프로그램 점수인 49.23과 합산한 144.62는 자신의 최고 점수이자 이번 대회 전 종목을 통틀어서 가장 높은 점수였습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이동원이 기록한 점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를 성공시켰지만 -2.14의 다운그레이드를 받았습니다. 러츠에서 다음 점프인 트리플 토룹 + 더블 토룹 + 더블 토룹의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도 -0.14의 다운그레이드를 받았죠.
그러나 체인지 싯 스핀에서 레벨4를 받았습니다. 플라잉 싯 스핀과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에서는 각각 레벨 3과 레벨 2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트리플 살코 + 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토룹, 그리고 더블 악셀과 트리플 살코를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더블 악셀과 트리플 토룹에서는 가산점도 챙기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동원의 장점은 PCS(프로그램구성요소)에 강하다는 점입니다. 이동원은 TES(기술구성요소)에서 47.17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반면, PCS에서는 48.22의 점수를 기록해 기술요소보다 더 많은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PCS는 스케이팅 기술, 트랜지션/풋워크, 연기 수행, 안무 구성, 프로그램 이해도 등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요소들에서 이동원은 모두 5점대와 4점대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보는 이들을 흥이 나게 만드는 풍부한 표현력과 뛰어난 활주능력이 좋은 이동원은 PCS에서 많은 점수를 챙기는데 성공했습니다.
신 코치는 "동원이의 장점 중 하나는, 가르쳐줘도 익히기 어려운 표현력과 '끼'를 갖췄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나름대로 타고난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어린 남자 선수치고 동원이가 가진 끼는 놀라울 정도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종합선수권대회를 마친 이동원은 "기존에 가졌던 베스트 스코어는 133점이었다. 잘하면 이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예상했지만 140점이 넘으리라곤 예상을 하지 못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동원은 "트리플 러츠를 정확하게 랜딩한 것은 작년 5월 때부터였다. 그리고 작년 꿈나무대회 때부터 프로그램에 넣어왔다. 앞으로도 러츠를 비롯한 나머지 점프들의 성공률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아시안트로피에 참가하기 위해 홍콩에 다녀온 뒤, 바로 AOI에 참가하고 이번 종합대회까지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 이동원은 "이제 좀 쉬고 싶다. 그리고 지금 배도 좀 고프다"라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이동원은 동계체전을 비롯한 국내 대회를 마친 후, 트리글라프트로피 대회 남자 노비스 부분에 참가하게 됩니다. 지난해, 이 대회 여자 싱글 부분에서는 윤예지(14, 과천중)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었죠. 이동원도 이 대회에서 만족할만한 연기를 펼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이동원의 진가는 아이스쇼에서도 나타납니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즉흥적인 애드리브와 관객을 유도하는 연기를 펼쳐서 피겨 팬들은 이동원에게 '슈퍼스타'란 명칭을 붙어줬습니다.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남자피겨선수는 10명 안팎에 불과합니다. 특히, 이번 종합선수권대회에는 남자 시니어 부에 2명, 그리고 이동원이 참가한 주니어 부에 4명, 노비스 부에는 5명이 참가했습니다.
선수 생명이 짧고, 은퇴 이후의 불확실한 진로 문제까지 겹친 남자 피겨 선수들의 수는 매우 드뭅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연습을 해야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피겨스케이팅의 특성상, 군대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선수생명은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남자 피겨의 저변은 여자 선수들의 경우와 비교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동원과 같은 '피겨 신동'이 출연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김연아가 피겨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피겨 팬들에게 선사했다면 이동원은 남자 피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역동성과 다이내믹함을 전해줄 것입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목표로 두고 있는 이동원은 한국남자피겨의 존재성을 알리는데 구심점이 될 선수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치면서 성장하는 것이 이동원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입니다.
[사진 = 이동원 (C) 김혜미 기자, 전현진 기자, 이동원 삽화 = 조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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