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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이승엽·박찬호를 고집한 이유는?

기사입력 2009.01.06 10:17 / 기사수정 2009.01.06 10:17

손현길 기자

[엑스포츠뉴스=손현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WBC 감독에 '백전노장' 한화 김인식 감독으로 정해지면서 김 감독과 코치진들은 1회 대회 당시 4강 신화를 다시 한 번 이루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기술적인 면이나 여타 준비할 것들도 많지만 팬들과 언론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부분은 역시 대표팀 선수의 구성. 최종 엔트리 명단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1차 명단 발표와 2차 명단 발표가 이어지면서 소속팀이 없는 무적 김병현을 명단에 포함한 것을 포함해 2차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한국 국적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백차승을 명단에 포함한 것 등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바로 박찬호와 이승엽의 대표팀 합류 여부다.

1차 명단을 발표할 당시 박찬호와 이승엽은 대표팀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였기 때문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1차 명단과 2차 명단 모두 두 선수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김인식 감독은 박찬호와 이승엽을 설득하기 위해 최종 엔트리 발표를 미루었다. 김 감독은 "두 선수를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선 최고의 선수들로 WBC에 나가고 싶다"며 두 선수가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꼭 필요한 선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도대체 왜 김인식 감독은 박찬호와 이승엽을 고집한 것일까?

가장 먼저 살펴 볼 것이 두 선수가 세워놓은 기록이다. 제1회 WBC대회에서 박찬호 선수가 기록한 방어율은 0.00으로 당시 대회에서 방어율 0을 기록한 투수는 총 10명이었지만 10이닝 이상을 던져 방어율 0을 기록한 투수는 단 두 명이고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박찬호다. 박찬호는 마무리 3번, 선발 1번으로 등판해 10이닝 무실점 무사사구를 기록했다.

이승엽의 기록 역시 대단하다. 이승엽은 WBC 총 7경기에 출장해 도미니카 공화국의 아드리안 밸트레 보다 1개가 더 많은 5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일본-멕시코-미국전의 홈런은 모두 결승 홈런이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배가 된다. 이승엽은 타점부문에서도 미국의 켄그리피 주니어와 함께 10타점으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제1회 WBC 대회 당시 두 선수의 기록만 보면 김인식 감독이 두 선수를 다시 찾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 부진한 성적을 보이기도 한두 선수를 김 감독이 삼고초려 하는 이유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초 메이저리거로서 통산 117승 92패 방어율 4.34를 기록하고 있는 박찬호는 이미 전 국민이 다 아는 코리안 특급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활동을 해온 만큼 국제 대회에서의 박찬호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여타 한국 선수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거들이 대다수 참여하는 WBC이기 때문에 박찬호를 알고 경험해본 선수들도 그만큼 많다.

그들은 박찬호를 통해 한국의 마운드에 대해 만만하게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박찬호가 마운드에 섰을 때의 우리나라의 다른 선수들이 갖는 안정감과 기대감은 긴장감 넘치는 경기에서 더욱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도와줄 수 있다.

박찬호가 코리안 특급이라면 국민타자 이승엽은 2003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자 아시아 최고 기록인 5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또한, 이승엽 역시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이미 국제대회에서의 많은 활약으로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만큼 상대팀 투수에게 경계의 대상이 된다.

이승엽은 제1회 WBC에서의 활약과 더불어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WBC 때만큼의 대활약은 아니었지만 필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한 방으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마운드에서 상대팀 타자들에게 압박을 주는 역할을 박찬호가 한다면 이승엽은 타석에서 상대팀 투수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존재다. "승엽이가 있어야 팀 타선에 무게가 실린다"는 김인식 감독의 말이 이승엽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준다.

두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승엽과 박찬호가 갖는 존재감과 무게감은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국제대회라는 큰 경기를 보다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고 상대팀 선수들에게는 한국이란 나라를 쉽게 생각하지 못하고 부담을 갖게끔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두 선수를 대표팀에 포함해 WBC 대회를 준비하고 싶었던 김인식 감독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간다. 박찬호와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났지만 결국 이승엽은 대표팀에서 제외하고 새로운 라인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승엽 선수의 부재가 가장 안타깝고 아쉬운 사람은 끝까지 이승엽을 고집했던 김인식 감독이 아닐까?



손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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