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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윤현민 "야구선수→배우, 선례없어 힘들었죠"

기사입력 2017.12.17 16:00 / 기사수정 2017.12.17 02:13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야구선수로 평생을 살아오다가 어느새 배우로 전향한 지도 7년. 33살의 배우 윤현민은 아직까지 자신을 '배우'라고 이야기하기 부끄럽다고 한다. 뮤지컬과 드라마 조연, 주말 드라마 주인공까지 거치고 미니시리즈 남자주인공 자리까지 성장했음에도 '10년은 해봐야 배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윤현민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윤현민에게 야구 선수의 기억은 실패다.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 엘리트 코스만 밟아오던 그는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이글스에 지명받으며 프로 야구 선수의 길을 시작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던 것일까. 그는 한화에서 두산으로 이적하면서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2008년 팀을 나오게 된다.

이제는 "내 인생에 두 번에 실패가 있는데, 한 번은 야구 선수로서의 실패고 한 번은 탈색을 한 것"이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담담한 기억이지만, 평생을 야구만 보고 살던 25살의 청년이 갑자기 야구를 포기하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

"물론 어려웠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만약 내가 그 고민을 25살이 아닌 30살에 했으면 야구를 그만둘 수 있었을까? 만약 30살까지 계속 야구를 했다면 절대로 포기를 못 했을 것 같다. 커리어를 포기한다는 건 나이가 들수록 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때는 많이 어렸고, 과감했다. '내가 당시에 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돌이켜보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역사에 IF란 없는 것처럼, '윤현민이 계속 야구선수로 남았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도 윤현민은 현재 자신이 연기자로서 밥벌이를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33살 야구선수 윤현민보다 33살 배우 윤현민에게 더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그는 "만약 그때 연기자로 전향 안 했으면, 지금쯤 우리 집안에 짐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형이나 아버지, 어머니한테 짐이었을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그 기분을 설명했다.

야구선수에서 배우로, 그것도 프로야구 선수까지 경험한 사람이 배우가 된 사례는 흔치 않다. 윤현민은 선례가 없는 길을 걷기에 더욱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꾸고, 대학은 연극영화과로 진학하고. 이런 과정이 아예 생략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프로로 가서, 주변에 연기와 관련된 인프라가 전혀 없었다. 연영과에 간 친구도 없고, 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없었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은데 여기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뭘 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더라. 그래서 '무릎팍도사'를 보면서 배우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걸 길잡이 삼아 따라왔다."

이제는 자신을 배우라고 말할 법도 한데 아직은 야구선수로 살아온 기간이 더 길기 때문에 배우라는 말이 어색하다고 한다. 그는 "10년은 한 분야에서 버티고 살아남아야 그 직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일단은 배우로서 10년을 채우는 게 목표다. 3년밖에 안 남았다고 하지만 작품을 할 때는 그 4개월이 4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앞으로 3년 뒤에 내가 배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가 궁금하다"고 고백했다. 

현재 그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은 '연기 실력'이다. 실력 없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냐는 반문에 그는 "운이 좋았다"고 답했다. 

"실력에 대한 고민이 크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서 나는 나를 계속 쪼게 된다. 그런데 또 연기라는 것이 야구처럼 연습한다고 느는 종목은 아니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스윙 연습, 달리기 연습 등을 하면 되는데 연기는 연습한다고 늘지 않더라. 그래서 책을 많이 읽고,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음에 또 이런 운이 들어올 때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고 싶다. 또 이를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것이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단 하나의 확신이다. 다른 걸 생각하기엔 시간이 아깝다."

2017년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부터 OCN '터널'과 KBS 2TV '마녀의 법정'까지 누구보다 바쁘게, 또 누구보다 행복하게 한 해를 보내온 윤현민을 2018년을 앞두고 "멈춰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이나마 더 나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나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살아갈 것 같다. 2018년에 만나는 작품으로 '터널', '마녀의 법정'에 이은 3연타석 홈런을 날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제이에스픽쳐스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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