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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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야 놀자] 레이번과 라미레즈가 간과한 '캐미스트리'

기사입력 2009.01.01 10:49 / 기사수정 2009.01.01 10:49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외국인 선수를 스카우트 한 이래로 많은 선수들이 한국을 거쳐 갔다. 물론 그 중에는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더 큰 리그로 진출한 사례도 있었지만, 대부분 한국야구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보따리를 싼 경우가 더 많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올스타급에 속했던 트로이 오니어리(前 삼성)도 한국땅을 밟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귀국한 것을 보면, 쓸만한 외국인 선수를 찾는다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님을 짐작하게 된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타지 생활도 마다하지 않을 만한 ‘배짱’과 ‘능력’, 여기에 팀 선수들과의 케미스트리까지 고려한다면 이 셋을 모두 충족시키는 외국인 선수는 왠만해서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벽안의 선수들이 한국땅을 밟은 이후로 좋은 성적을 남기면 더 좋은 선수를 찾기 이전에 그 선수를 재계약으로 묶어두는 것이 외국인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가장 좋은 노하우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언제든지 10승 이상이 가능하다는 ‘보증수표’ 케니 레이번(前 SK)이 한국땅을 떠난다는 사실은 국내 야구계의 적지 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같은 처지에 놓인 매니와 케니

‘레이번 재계약 포기’의 실질적인 이유는 캐미스트리(단결력) 부족에 있었다. 그가 선수 이동시에도 개인차를 이용하고, 그라운드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함께 하기를 거부하는 ‘독불장군형’ 선수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는 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선수라 해도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선수는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 올시즌에는 김광현-레이번의 원투펀치를 볼 수 없게 됐다.

이와는 별도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써 훌륭한 경기매너와 야구실력을 선보여 모든 외국인 선수들의 귀감이 되었던 선수도 있었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선수로 이름을 남긴 훌리오 프랑코(前 삼성), 20-20 클럽에 빛나는 알 마틴(前 LG)은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여 ‘역시 메이저리거다’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다.

단체스포츠인 야구에서 ‘나 혼자 잘났다’고 하는 선수의 존재는 독과 같은 존재다. 제 아무리 자기가 잘났다고 해서 혼자 야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케니 레이번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매니 라미레즈’의 존재는 자못 안타깝기까지 하다.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타점머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라미레즈는 작년까지 527홈런(역대 17위), 1725타점(역대 20위)을 기록하여 당장 은퇴하더라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데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선수다. 그리고 서른 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먹으면 여전히 ‘100타점은 기본’인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자유계약시장에서 홀대를 받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높은 몸값보다 더 무서운, 팀 캐미스트리를 망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는 보스턴과 8년 1억 6천만 달러라는 거액에 계약한 이후 매년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할 정도였으며, 계약 기간 만료를 2년 앞둔 올시즌에는 구단에 ‘2년 계약 옵션 조항’을 포기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에 보스턴은 LA다저스로 그를 트레이드 하면서 그의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주었다.

그가 잔여 계약기간을 포기한 것은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받아 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부 부자구단들은 그에 대해 큰 관심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선뜻 나서는 구단이 없었던 것은 그가 보스턴에서 보여 주었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LA로 트레이드 되기 전까지 돈 문제로 그가 태업을 벌였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를 영입하려는 팀은 거액을 안겨줌과 동시에 그가 마음만 먹으면 벌일 수 있는 태업에도 준비를 해야 한다. 팀 캐미스트리를 해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LA 에인절스의 모레노 구단주 역시 그의 성품에 의문성을 갖고 영입을 포기한 바 있다.


▲ 라미레즈는 캐미스트리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낸 선수다.

홀로서거나 아니면 굽히거나

레이번과 라미레즈의 계약 여부는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레이번의 경우 이미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확정한 4개 구단과 SK를 제외하면 선택할 수 있는 한국무대 숫자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일본무대에 진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그의 성격을 잘 아는 나머지 3개 구단도 그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라미레즈는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다. 가장 유력한 영입 구단이었던 양키스가 2008시즌 FA 최대어 마크 텍세이라를 잡음으로써 그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졌다. 여기에 일찌감치 그의 영입에서 손을 뗀 LA 에인절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를 제외하면 LA 다저스 정도가 그를 원하는 유일한 구단이다. 그러나 다저스마저 2년 계약을 제시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그의 몸값이 떨어지고 있다.

능력은 있으되, 캐미스트리 부조화라는 과제를 남기고 홀로서기에 들어간 매니와 케니. 현 시점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그야말로 ‘홀로서거나 아니면 굽히는’ 일이다. 둘 중 어느것이 되었건 간에 둘 모두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사진=케니 레이번(C)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매니 라미레즈(C)=MLB 공식 홈페이지]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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