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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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다이어리] 추위 속 그라운드 안팎에 머물렀던 따뜻함

기사입력 2008.12.25 19:34 / 기사수정 2008.12.25 19:34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홍명보장학재단에서 마련한 자선 축구경기가 12월 25일 성탄절 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한동안 풀렸나 했던 추위가 이날만큼은 작정한 듯 경기 두 시간 전부터 경기장 주변은 찬바람이 맴돌았습니다. 좋은 날을 맞아, 좋은 의미를 기리기 위해 만든 경기이니만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겨울에 축구를 하는 건 하는 사람들도 보는 사람들도 꽤 힘들지 않나 싶었습니다. 





산타로 분한 선수들의 사진촬영을 시작으로, 경기는 전후반 35분씩 진행되었고 총 7골이 터졌습니다. 서로 골을 넣을 때마다 선수들은 준비한 세레머니를 펼쳤고, 관중은 자신들 쪽으로 선수들이 달려올 때마다 진심을 담은 함성을 보냈습니다. 연예인 초청으로 김C와 이수근도 참여, 특히 이수근은 이날 MVP로 선정되기도 했지요.

자선경기는 올해로 6번째입니다.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성탄절에 어울리는 따뜻한 의미를 남기고 좋은 취지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예전 노장 선수들과 지금의 신예 선수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팬들에게 선보이는 소소한 이벤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행사의 수익금이 전액 아픈 아이들에게 기부되는 것도 연말에 볼 수 있는 훈훈한 모습 중 하나이고요. 

이번 해, 이번 경기에서는 조금 색다른 모습이 있었습니다. 하프 타임 때, 입장한 전 관중이 15분 동안 8개의 캐럴을 연속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즉 기네스 기록에 도전해보는 것이죠. 애초 목적의 3만 관중은 채우지 못했지만, 정말 저절로 몸이 달달 떨리는 강추위 속에서 관중은 전광판에 나오는 자막을 보며 캐럴을 불렀습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홍명보는 "그라운드에 있었던 합창단 아이들과 같이 관중들이 노래를 불렀던 건 6회째 하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아니었나"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어쩌면 그저 한 이벤트를 치렀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경기장에 모였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다는 얘기였습니다. 





성탄절날 축구장을 간다는 게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날은 정말 강추위였습니다. 꼭꼭 껴입어도 쌩쌩 불어치는 바람은 정말 어떤 사람이든지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기장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반짝반짝 빛날 선수들을 보고자, 좋은 일도 하고 축구도 보기 위해,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날씨가 정말 추웠고 홍보도 그렇게 많이 되지 못한 경기였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모여서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모인 사람들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아이들에서부터 파릇파릇한 소녀 팬들까지요. 이날 여기 모인 사람들은 좋은 일도 하고, 좋아하는 선수들도 본 것입니다. 두 시간여의 경기가, 완벽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또 이렇게 무사히 치러진 셈입니다.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엔 아쉬운 생각도 많이 들더군요. 날씨는 이렇게나 좋았는데, 조금만 덜 추웠고 조금만 사람들이 더 저 자리를 채워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말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이 경기가 가지는 따뜻함을 느껴 주고, 내년에도 계속될 이 경기에 또다시 찾아와 이 훈훈함을 같이 나눌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라운드에서 팬들에게 두 시간여의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 선수들과, 이 행사의 주인공이 되어준 관중 모두 다 성탄절이라는 특별한 날 특별한 기억을 마련하고 돌아갔기를 바랍니다.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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