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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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놈!놈!놈!] 보루시아의 영웅이던, 라스 리켄

기사입력 2008.12.26 10:24 / 기사수정 2008.12.26 10:24

박중현 기자
[유럽축구 놈놈놈] 12화 -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던 유망주편

보루시아의 영웅이던, 라스 리켄



[엑스포츠뉴스=박중현 기자] 센세이셔널한 데뷔를 기록하고,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유망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며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는것을 가끔씩 볼때가 있다.

부상이나 혹은 다른 이유들로 인해서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다. 여기에 이야기 하려는 이 선수 역시 그런류의 선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바로 1997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영웅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라스 리켄'이다.

라스 리켄은 1994년 17세의 나이에 분데스리가에 첫 데뷔를 하였다. 당시 라스 리켄은 한 축구 기자에 의해서 "20년 동안의 최고의 재능"이라고 불리며, 오트마르 히츠펠트 아래에서 그의 능력을 마음껏 뽐낼것으로 기대 되었다. 비록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그 시즌을 12위에 머무른채 마감하였지만, 많은 서포터들은 그들의 미래를 책임져줄 작은 소년을 보면서 기뻐할 수 있었다.

그는 보루시아에서 그의 재능을 펼쳐보이기 시작했는데, 그의 골들 중 대다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경기를 결정지어주는 골들이 많았기 때문에 많은 서포터들은 그의 재능에 대해서 정말 많은 기대를 안고 있었다. 유럽 무대에서 그가 94년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중요한 득점은 115분에 그의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너무나도 중요한 골이었다. 그 해 보루시아는 UEFA컵 4강전까지 진출하였으며, 당시 최고의 팀 중 하나였던 유벤투스 투린에게 석패하고 말았던 시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루시아는 그 해 분데스리가 마이스터를 차지하며 32년만에 루르지방으로 마이스터 샬레를 가지고 오게 되었고, 그 다음 시즌 라스는 시즌 6골을 기록하며 그들의 마이스터 타이틀을 방어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다음 시즌, 그의 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챔피언의 자격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였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전에서 만난 옥세르와의 경기에서 결승골, 그리고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4강전에서 6분만에 결승골을 기록하면서 그의 팀을 결승전에 올려놓는데 커다란 공헌을 한다.

1996/97시즌에 그의 축구 인생에 있어 최고의 장면이 결승전에서 펼쳐진다. 1997년 5월 28일, 독일의 뮌헨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그들은 당시 최강팀이었던 유벤투스 투린을 다시 만나게 된다. 결정적인 찬스를 골로 만든 보루시아는 칼-하인츠 리들레의 골로 2대1로 앞선 상태였고, 히츠펠트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들의 에이스인 스테판 샤퓌자를 빼고, 어린 라스 리켄을 투입하였다. 라스 리켄은 그의 등번호를 보이며 피치 위를 밟게 되었고, 그는 그의 등번호 18번을 상징하듯. 들어가자마자 18초만에 그가 처음으로 터치한 공이 당시 유벤투스의 주장이자 골키퍼였던 페루찌의 머리를 지나 골네트를 흔들게 된다.

그의 최고의 기억이자, 열광적인 보루센들의 최고의 기억이었다. 10대의 어린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첫 터지로 골을 기록하고 그것이 경기를 결정짓는 쐐기골이었다면 그 누구도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작게는 도르트문트를 크게는 독일을 더 크게는 전 유럽을 뒤흔들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을 하곤 하였다.
 
당시 팀의 주장이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바친 미카엘 초어크와 팀의 에이스였던 '원조 그라운드의 모차르트' 안드레아스 묄러 역시도 그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 했고, 보루센들은 그를 팀의 미래라고 부르는 것을 더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독일 국가대표팀으로서도 그의 홈 구장이었던 베스트팔렌슈타디온에서 데뷔를 하며 성공을 위한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다. 그는 많은 해외 클럽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고향팀에 충성을 다하며 고향팀에 남을 것을 결심하였고 그는 도르트문트의 서포터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선수가 된다.



하지만 그는 다가오는 시즌초에 큰 부상을 당하고 만다. 이것이 그가 앞으로 겪어야 할 잔 부상들의 시작이었음을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그는 잔 부상과 함께 그의 제대로 된 포지션을 잡지를 못하면서 성장이 더디어지게 되었고, 그가 팀의 중심이 될 줄 알았던 많은 사람들은 실망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그의 과거를 꺼내면서 그를 비판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그는 현재 레버쿠젠 감독인 미카엘 스키베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되면서 그의 공격적인 재능을 많이 죽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물론,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재능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에 와서 그의 공격적인 재능을 살려주지 못한 것은 굉장히 아쉬운 일로 평가 받고 있다.

2001/02 시즌을 앞두고 경쟁자인 토마스 로시츠키가 영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에 남아 좋은 활약을 선보였고, 2001/02시즌에는 리그 우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는 01/02시즌에 선보인 좋은 활약에 힘입어 제바스티안 다이슬러의 부상으로 인한 대체자에 그가 뽑히는 기쁨을 맞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피치를 한번도 밟지 못했고 그것은 그에게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상은 그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그는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고, 팀 역시도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이스터 타이틀을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2003/2004시즌부터 그와 도르트문트의 힘겨운 날들이 시작된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라운드 진출에 실패하고, 심각한 부상 폭풍에 시달렸으며, 그것은 라스 리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설상가상 그의 팀은 재정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선수들의 주급 삭감을 요구하는데 리켄은 이를 받아들이며, "지금까지 10년동안 클럽은 나에게 충분한 금액의 돈을 제공해왔죠. 따라서 클럽이 어려운 시기에 적게 받는다 해도 상관 없어요."라고 이야기 하며, 다른 동료들이 주급 삭감에 동의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그의 앞날은 암울했고, 그들에게 찾아오는 악재는 생각보다 어려운 것들이었다. 리켄은 심각한 잔부상에 시달렸으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많은 선수들을 팔아야 했기 때문에 심각한 경기력 문제에 부딪칠 수 밖에 없었다. 리켄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2007/08 시즌에는 1군 스쿼드에서 제외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그는 2군팀 경기에 출장함에도 불구하고 도르트문트에 대한 충성심을 여전히 드러내었다. 2006/07시즌 프로리그 일정이 모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팀의 강등 탈출을 위해서 스스로 휴가를 반납하고 아마추어팀의 마지막 경기를 뛰었던것은 보루센들에게 그의 각별한 팀의 사랑을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지난 시즌 전반기를 마치고, 프로 무대를 뒤로하고 남은 커리어를 아마추어로서 보내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이번 시즌 그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유스팀 코치 겸 2군팀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에게는 도르트문트를 벗어나 새로운 무대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그는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도르트문트를 선택해 왔다. 그것이 그가 비록 잊혀진 유망주일지라도 여전히 베스트팔렌슈타디온을 꽉 매운 8만명 아니 그 이상의 서포터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리켄의 길과 너무나도 비슷한 길을 최근 10년간 걸어왔다. 리켄이 10년간 굴곡이 심한 인생을 살아온 것 처럼 도르트문트 역시 굴곡이 심한 역사를 10년간 보내왔다. 이제 리켄의 생활은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도르트문트 역시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좋은 전반기를 마쳤다. 이 처럼 리켄의 인생과 도르트문트는 너무나도 닮은 면이 많다.

리켄의 드라마같은 인생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는 알 수가 없다.  그는 2004년, 한 인터뷰에서 "이 클럽은 저의 모든것을 의미해요. 저는 여기서 스포츠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개인적인 기량을 향상 시켰습니다. 저는 클럽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였다. '97년의 영웅'은 올해로 32살을 맞이 하였다. 그는 더 이상 선수로서 그가 생각하는 빚을 갚아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는 유스팀 코치로서, 혹은 훗날 도르트문트의 감독으로서 충분히 빚을 갚을 시간들이 남아 있다. 물론 도르트문트 서포터들은 그에게 받을 것이 없다고 이야기 하겠지만, 훗날, 리켄이 다시 한번 도르트문트를 '성공의 시대'로 이끄는 모습을원하는 것은 비단 도르트문트의 서포터들뿐만은 아닐것이다.

[사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라스 리켄 ⓒ sport.ard.de, 그림=ⓒ킹코스타]

박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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