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2.24 15:09 / 기사수정 2008.12.24 15:09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지금은 국민 클럽의 자리를 ‘산소탱크’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넘겨줬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클럽은 네덜란드 명문 PSV 아인트호벤이었다. 굳이 허정무 現국가대표팀 감독이 활약했던 과거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2004/05시즌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유럽 무대를 휘저었던 박지성-이영표 ‘한국 듀오’의 활약이 아직도 우리들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인트호벤은 세계적인 전자제품 회사 필립스(Philips)의 주도 아래 탄생한 기업형 구단이다. 아인트호벤이 세상에 모습은 보인 건 네덜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이었던 1913년 8월 31일이다. 특별한 기념일을 통해 지역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한 구단 운영진은 같은 시기 완공한 필립스 스타디움을 팬들에게 공개하며 클럽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조금씩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다
이후 약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보에렌(아인트호벤의 별칭)은 1914/15시즌부터 네덜란드 디비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클럽 초대 감독인 키스 메인더스의 지도 아래 꾸준히 실력을 쌓아 나간 아인트호벤은 1925년 첫 1부 리그에 승격한데 이어 1928/29시즌에는 클럽 최초로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정상과의 인연을 그리 길지 못했다. 1934/35시즌 재차 우승을 차지한 아인트호벤은 이후 10여 년간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를렘을 꺾고 FA컵을 들어 올린 것이 1950년이었으니, 실로 오랜 기간 침묵을 지킨 셈이다. 그러나 FA컵 우승을 시작으로 아인트호벤은 서서히 강호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탄 아인트호벤은 네덜란드 역대 한 시즌 최다골(43골) 주인공인 코엔 딜렌을 앞세워 1950/51시즌 세 번째 정규리그를 제패했다. 그리고 1955년에는 챔피언스리그 전신인 유로피언컵의 창립 멤버로 초대 받아 유럽 무대에 나서기도 했다. 강한 임팩트는 없었지만 조금씩 클럽의 명성을 쌓아 나갔다.
에레디비지에의 출범, 3인자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
1956/57시즌은 네덜란드 디비전이 지금의 ‘에레디비지에’로 바뀐 해이다. 새로운 리그 명칭이 발표됐지만 아인트호벤의 행보는 그다지 순탄치 못했다. 같은 시기 라이벌 클럽인 아약스와 페예노르트가 번갈아 우승을 차지하며 리그 강호로서 이름을 떨친 까닭이다.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1962/63시즌에는 네 번째 리그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늘 2% 부족한 모습이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아인트호벤은 1972년 네덜란드 출신의 키스 리버스 감독을 선임하며 대대적인 리빌딩 작업을 실시했다. 오늘날 클럽의 레전드로 평가 받고 있는 케르코프 형제를 비롯해 에르니 브란츠, 해리 럽스 등을 영입한 리버스 감독은 기존의 빌리 반 데 쿠일렌과 얀 반 베베렌을 축으로 스쿼드의 대 변화를 시도했다.
적극적인 변화는 곧 성적으로 이어졌다. 리버스 감독이 영입한 새로운 선수들은 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정규 리그 우승 3회(1975,76,78), FA컵 우승 2회(1974, 76)를 일궈냈고 아약스와 페예노르트에게 빼앗겼던 리그 최강자 자리를 빼앗아 오는데 성공했다. 아인트호벤의 질주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리그 정상에 이어 유럽 무대마저 휩쓸며 그야말로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1977/78시즌 UEFA컵에 출전한 아인트호벤은 승승장구하며 결승전에 올랐고, 프랑스 클럽 바스티아와 홈 앤 어웨이 형식으로 치른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클럽 최초로 유럽 무대 정상을 밟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바스티아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둔 아인트호벤은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홈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유럽 무대를 제패한 아인트호벤은 1980년 리버스 감독이 네덜란드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기며 첫 번째 전성기의 막을 내렸다. UEFA컵 우승 이후 1986년까지 단 한 개의 우승 트로피도 차지하지 못했단 사실은 이를 방증해 준다. 그러나 위기 뒤엔 늘 새로운 영웅이 등장하는 법, 아인트호벤도 다르지 않았다.
히딩크와의 첫 번째 만남,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다
또 다시 침묵에 빠진 아인트호벤의 구원자는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웅인 히딩크 감독은 1986/87시즌 도중 코치직에서 감독으로 승격되며 아인트호벤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 나갔다.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큰 변화의 틀 없이 기존 멤버들 활용해 전력을 구축했다.
루드 쿨리트, 로날드 쿠에만, 에릭 게리츠, 빔 키프트, 한스 반 브뤼켈렌 등 향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이끌고 과거 리버스 감독 못 지 않은 성공신화를 써내려갔다. 아인트호벤은 리그 3연속 제패(1987, 88, 89)는 물론 FA컵 2연패(1988, 89)를 달성하며 리그 최강자로서 자리를 확고히 했다.
여기에 UEFA컵을 제패한 리버스 감독의 업적을 의식이라도 한 듯 히딩크 감독은 1987/88시즌 유로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에서도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연파하며 유럽 최정상에 올라섰다. 결승에서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와 대결을 펼친 아인트호벤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를 거두며 클럽 역사에 길이 남을 트레블(리그-FA컵-챔피언스리그)을 달성했다.
호나우두와 반 니스텔루이, 빅 리그를 잇는 디딤돌
리버스 감독이 그랬듯이 히딩크 감독도 클럽의 정점을 찍은 뒤 영광스럽게 물러났다. 그러나 그에 따른 클럽의 후유증도 비슷했다. 물론 장기간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히딩크의 뒤를 이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바비 롭슨 감독은 2시즌 동안 팀의 2연패(1991, 92)를 이끌었으나 유럽 대회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팀을 떠났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모셔온 리버스 감독 또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어 1996/97시즌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호나두도, 야프 스탐, 필립 코쿠, 빔 용크, 부데바인 젠덴 등을 이끌고 통산 14번째 우승을 달성했지만 주축 선수들이 유럽 빅 클럽의 러브콜을 받으며 모두 팀을 떠나는 바람에 상승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아인트호벤은 또 다시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 내며 팀을 일으켜 세웠다.
클럽 레전드 출신인 에릭 게레츠 감독을 선임한 아인트호벤은 루드 반 니스텔루이, 마르크 반 봄멜, 빌프레드 보우마, 마테야 케즈만, 에릭 아도 등을 새롭게 영입하며 팀을 재정비해 나갔고, 밀레니엄 시대에 들어선 2000, 01년 연달아 리그 정상을 차지하며 강호로서의 면모를 계속해서 보여줬다. 또한 호나우두, 반 니스텔루이, 야프 스탐, 필립 코쿠 등을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유럽 빅 클럽에 이적시키며 유망 선수들과 빅 리그를 잇는 디딤돌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금의환향' 히딩크의 두 번째 도전 그리고 박지성과 이영표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끈 뒤 조국에 금의환향한 히딩크 감독은 애제자 박지성, 이영표와 함께 아인트호벤에서의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히딩크 감독은 기존의 마르크 반 봄멜과 마테야 케즈만을 축으로 아르옌 로벤, 제페르손 파르판, 고메스, 알렉스 등 젊은 선수들을 새롭게 스쿼드에 포함시키며 변화를 줬다.
여기에 ‘한국인 듀오’ 박지성과 이영표의 맹활약이 이어지며 아인트호벤은 2002/03, 2004/05, 2005/06시즌 리그 우승과 2005년 FA컵 우승을 달성하며 21세기형 에레디비지에 강호로서 명성을 떨쳤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강팀들을 제치고 4강에 올린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였다.
아인트호벤 돌풍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은 물론, AC밀란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 골을 터트렸던 박지성과 코쿠의 헤딩 골을 어시스트한 이영표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쉽게도 당시 4강 멤버들은 대다수 빅 클럽의 러브콜을 받으며 팀을 떠났다. 하지만 아인트호벤은 새로운 변화에 순응하며 이후에도 리그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우승 기록
- 네덜란드 1부 리그 우승(21회) -
: 1928/29, 1934/35, 1950/51, 1962/63, 1974/75, 1975/76, 1977/78, 1985/86, 1986/87, 1987/88, 1988/89, 1990/91, 1991/92, 1996/76, 1999/2000, 2000/01, 2002/03, 2004/05, 2005/06, 2006/07, 2007/08
- 네덜란드 컵대회 우승(8회) -
: 1949/50, 1973/74, 1975/76, 1987/88, 1988/89, 1989/90, 1995/96, 2004/05
- 네덜란드 슈퍼컵 우승(8회) -
: 1991/92, 1995/96, 1996/97, 1997/98, 1999/2000, 2000/01, 2002/03, 2007/08
-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1회) -
: 1987/88
- UEFA컵 우승(1회) -
: 1977/78
- 피스컵 우승(1회) -
: 2003
축구는 전세계인이 모두 즐기는 스포츠입니다. 세계 전역에서 축구 경기가 펼쳐지고 있고, 수많은 이들이 공의 움직임에 열광합니다.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스포츠인만큼, 축구 클럽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습니다. 축구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잉글랜드의 경우에는 권역별 리그까지 포함하는 경우 13부리그 이상이 존재할 정도로 많은 팀이 있습니다. 축구를 즐기는 나라가 많은 만큼, 그 수를 곱하게 된다면 엄청난 팀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그 중에, 흔히들 말하는 '명문 클럽'이 존재합니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선수들은 명문 구단의 유니폼을 입는 것을 꿈으로 여깁니다. 수많은 트로피가 구단의 역사를 증명하고, 단지 긴 것뿐만이 아닌 역사에는 많은 이야기가 녹아있습니다. 단지 한순간의 '강함'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연륜이 묻어나오는 것입니다.
'명문 클럽'뿐만이 아닙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지역색이 묻어나오면서 사회와 호흡해가는 팀들도 있습니다. 크고 요란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자신들을 응원해 주는 팬들과 함께 자라나는 세계 곳곳의 팀들도 있습니다. 유럽에도, 남미에도, 그리고 이 곳 대한민국에도 그런 팀들은 존재합니다.
엑스포츠뉴스에서는 '클럽스페셜' 코너를 통해서 세계 각지의 축구 클럽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나 readers@xportsnews.com으로 편하게 문의를 해주세요. 성심성의껏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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