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은퇴라는 단어는 그야말로 명예로운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전 세계에서 야구 잘 한다는 선수들만 모아놓은 빅리그에서 단 한 경기라도 뛰어 본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기는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빅리그 선수로써 유니폼을 벗는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기 때문이다. 또한, 빅리거로써 활약했다는 것은 많은 부와 높은 명예를 손에 넣었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선수시절의 정점을 맛봤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점의 위치에 있을 때 은퇴를 하건, 선수생명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 한 이후 은퇴를 하건 간에 빅리그에서는 이들에게 ‘왕년의 영웅’ 대우를 해 준다. 그리고 가정으로 돌아가서 야인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팬들은 그 동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진심어린 경의를 표한다. 그런점에 있어서 ‘컨트롤의 아티스트’, 그렉 매덕스(42)의 은퇴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Ace of Ace, 그렉 매덕스
보통 한 해에 10승 정도 책임질 수 있는 투수를 일컬어 ‘좋은 투수’라고 한다. 매년 10승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꾸준함을 무기로 삼기 때문이다. 이런 투수들에게는 A학점을 줄 수 있을 만큼 기복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이를 뛰어넘어 한해 평균 15승이 가능한 투수를 일컬어 ‘보증수표’라고 한다. 이러한 투수들은 빅리그에서도 극히 적으며, 이들이야말로 야구경기를 이끄는 상위 1%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투수에게 15승은 영광스럽고도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그런데 메덕스는 1988년 이래로 17년 연속 15승 이상을 기록한 것을 포함하여 선수생활 23년 동안 총 18번의 15승을 기록했다. 또한 1988년에서부터 2007년까지 20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매덕스 존재 자체만으로도 ‘에이스의 보증수표’였던 셈이다.
▲ 매덕스는 현대야구에서 가장 꾸준한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꾸준한 이닝이터이기도 했던 그는 통산 5,000이닝을 기록한 몇 안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실제로 매덕스는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으며, 역대 선수들을 살펴보아도 매덕스를 포함하여 불과 13명이 5,000이닝을 돌파했을 뿐이다. 또한 매덕스보다 많은 이닝을 기록한 선배 12명은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따라서 그가 향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1차로 헌액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으리라 본다. 그는 이미 명예의 전당 보증수표라 할 수 있는 300승과 3,000탈삼진을 돌파한지 오래이며, 4번의 사이영상을 포함하여 18번의 골든글러브 수상에 빛나기도 한다.
그는 ‘컨트롤의 아티스트’로 명성을 떨치기 전까지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은 노력파 천재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컵스 시절에 강속구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파워피쳐’이기도 했다.
▲ 최선을 다 한 노장의 은퇴는 많은 야구팬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랬던 그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은 다양한 구종 개발과 더불어서 완급조절이라는 방법이었다. 또한, 애틀란타 시절 라이벌이자 동료였던 톰 글래빈, 존 스몰츠의 존재는 그를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만든 요인이기도 했다.
멋있는 남자, 매덕스
매덕스는 또한 23년 내내 네셔널리그에서만 뛰었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선수 초년시절은 네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시카고 컵스), 전성기 시절은 동부지구에서(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선수시절 말년에는 중부지구를 잠시 거치다 서부지구(샌디에고 파드리스, LA다저스)에서 보냈다. 본인이 결심하기에 따라서 조금 더 높은 처우를 해 주는 아메리칸리그 구단으로도 갈 수도 있었으나, 그는 계속 네셔널리그에 잔류했다. 그만이 가질 수 있는 고집이라 본다.
그의 나이 올해 42세다. 노장 가운데서 노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올시즌 33경기에 모두 선발로 뛰며 194이닝을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1988년 이후로 21년 동안 190이닝 이상을 던졌다는 것이다. 승수에 상관없이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마운드에 있었기에 그의 존재가 더욱 멋있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야구팬들에게는 매덕스의 투구를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다. 추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게 될 투수의 투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컨트롤의 아티스트 그렉 매덕스. 그의 투구는 이제 전설이 되어 명예의 전당에 남을 것이다.
[사진(C) =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인용]
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