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잘생긴 외모, 똑똑한 두뇌, 다정하고 정의로운 성품까지.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의 손진은 그야말로 완벽남이었다.
극 중 정희(보나 분)를 비롯해 대구 여고생들의 마음을 모두 훔친데 이어 브라운관 넘어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훔친 손진. 그러나 정작 그를 연기한 여회현은 "오글거렸다"고 그 연기를 평했다.
"처음 손진을 맡았을 때, 실제 내 모습과 달라서 많이 부담이 됐다. 손진은 모든게 완벽하지 않나. 특히 정희의 상상 속의 손진을 연기하는 게 오글거렸다. 정희의 상상 속 손진은 거의 동화 속 왕자님이었다. 연기를 할 때 동료 배우들이 구경하고 놀리기도 했다. 그래도 눈 딱 감고 열심히 하다보니 나름 적응하게 되더라. 마치고 나니 정말 재미있는 연기였다."
손진과 전혀 닮은 점이 없다며 쑥스러워하는 여회현을 보자 의문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손진이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인기남이라는 걸 납득하게 한 개연성은 여회현의 얼굴로 완성된 것이기 때문. 하지만 그는 "학창시절 인기가 있는 편은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잘생긴 오빠라기 보다는 까불거리는 이미지가 더 컸던 것 같다. 장난끼도 많고 운동하는 거 좋아하고, 뛰어 노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여자들에게 인기는 없는 편이었다."
또 하나 여회현에게 도전이 된 연기는 바로 사투리.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9년 대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초반 배우들의 어색한 사투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디어에 자주 나와 익숙한 부산 사투리가 아닌 대구 사투리 연기는 전라도 출신 여회현에게 더 큰 도전이었다.
"끝까지 사투리 연기가 어려웠다. 지금도 잘 한다고 할 수 없지만 끝까지 노력했다. 대구 출신 지인에게 대사를 녹음해달라고 해서 계속 듣고 따라하기도 하고, 보나한테 많이 배우기도 했다. 나중에는 사투리에 너무 신경쓰느라 감정에 집중 못하기도 했다. 감독님께서도 촬영할 때 사투리보다는 손진의 감정에 집중하라고 해주셔서 그 믿음을 가지고 연기 중심을 바로잡았다."
그래도 여회현에게 '란제리 소녀시대'는 연기 인생의 가장 즐거운 추억이라고. 또래 연기자들이 많이 출연한 작품이라 쉽게 친해졌고, 그게 촬영 분위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배우들끼리 친해져본적이 없었다. 촬영 현장이 마치 학교같았다. 촬영 현장 가는 길이 일을 하러 가는 게 아닌 친구를 만나러 가는 느낌이었다. 지방 촬영도 많았는데 같이 밥도 많이 먹고, 같은 숙소에서 맥주도 한 잔 하고 이런 게 즐거웠다."
이같이 즐거운 분위기에는 형-동생 없이 친하게 지냈던 배우들 간 분위기가 한 몫했다. 여회현 역시 나이로는 형 라인이었지만 그 역시 "형으로서 이끌어야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동생들을 추켜세웠다.
"맏형은 (이)종현이 형이었다. 형이 늘 맛있는 걸 사줘서, 형이 없을 땐 내가 사곤 했었다. 그렇게라도 동생들한테 뭘 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외에는 내가 동생들에게 많이 도움을 받았다. 형-오빠로서 도움을 많이 못 준 것 같아서 부끄럽다."
그래서 여회현에게 '란제리 소녀시대'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까.
"시원섭섭하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진심으로 배우들, 스태프분들 모두 좋은 분들이라 따뜻한 현장이었다. 짧아서 아쉽고, 같이 고생한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하다"(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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