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14 11:17 / 기사수정 2008.11.14 11:17
권태안은 한국에 돌아와 한순간의 주저도 없이 하이원을 택했다. 동기들이 많은 안양 한라가 아닌 하이원을 택한 이유는, 타국 생활에 힘든 그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은 김희우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원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권 : 제가 나가 있을 때 김희우 감독님께서 연락도 자주 주시고 하시면서 힘을 북돋아 주셨죠. 열심히 하라고. 그리고 제가 여름에 한국에 나왔을 때 그때 전 하이원 선수가 될 것도 아니었고, 그랬는데도 팀 훈련에 참가하게 해주시고 그랬죠.
그런 건 팀 코칭스태프의 배려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래서 하이원을 택했어요. 아마 김희우 감독님 이하 코칭스태프가 하이원에 계속 계시는 한, 아시아리그에선 하이원에만 있을 거에요.
아시아리그 적응은 잘한 것 같나
권 :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마음은 편해요. 아시아리그는 체킹이 적고 그래서 재밌는 플레이가 가능해서 그런 건 좋아요, 다만, 제 적응력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오자마자 3경기 연속 골 넣었을 때는 '아,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골이 안 들어가요. 제 스스로 침체기인 것 같아요. 안 들어가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이유를 찾고 있는데 이유가 안 나오네요. 스웨덴에서 17골을 넣고 그래서 아시아리그 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왜 안될까….
게임 뛰는 스타일도 바꿔야 할 거 같고 그렇죠. 캐나다 리그는 국제 규격보다 링크가 좀 작아요. 그렇다 보니까 붙는 시간이 빨라서 치고 빠지고 피해가고 이런 게 있었죠. 그리고 힘은 절대 안 되잖아요. (웃음) 힘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까 치고 빠지고 주고 도망가고 이런 식으로 플레이를 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그렇게 큰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 유리하다는 걸 알았었죠. 아시아 리그는 힘은 밀리지 않는데 주고 돌아가려고 하면 일본 선수들은 워낙 빨라서 같이 돌아요. 그쪽에서 가지고 온 습관으로는 안될 것 같아서 빨리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중국 원정이 예상외의 결과를 낳았다
권 : 중국도 쉽지가 않아요. 저는 이제 처음이라, 아시아리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상태였고, 형들이 중국 별거 아니다. 라고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갔는데, 아니더라고요. 용병도 다른 팀보다 많고, 그 용병들이 좋은 용병이고 중국 링크가 좀 더웠어요.
응원 소리도 엄청 크고, 아시죠? 그 '짜요! 짜요!'와, 장난 아니었어요. 3연전 다 이겼어야 되는데 아쉽죠. 이제 쉬운 팀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상향평준화된 것 같아요. 중국팀은 조금 떨어지기는 하는데도 만만하지가 않아요.
중요한 건 역시 '적응'이겠다
권 : '무언가'를 찾아야되요. (무언가?) 말주변이 없어서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런 게 있어요. 시즌 겪을 때마다 딱 하나씩. 스웨덴 갔을 때도 뭣도 모르고 그렇게 시즌을 시작했는데 골은 잘 들어가더라고요. 근데 '무언가'를 찾을 만하니까 갑자기 골이 잘 안 들어갔어요. 다시 중반쯤부턴 골도 들어가고 게임도 읽을 줄 알겠더라고요.
사실 '무언가' 라는 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시즌 때마다 꽂히는 게 하나씩 있는데 그런 거에요. 플레이도 그렇고, 그런 것도 있었어요. 스웨덴 있을 때 스틱을 짧게 잘라서 썼어요. 미국 있을 땐 길게 썼었거든요. 다른 경기를 보다가 어느 선수가 짧게 쓰는 걸 보고 '어? 그래?' 란 생각이 딱 들기에 잘랐죠. 그랬더니 드리블도 잘되고 그랬어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이제 아시아리그에서도 그런 걸 찾아야죠. 저만의 '무언가'를
늦은 질문이긴 하지만 아이스하키를 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권 : 아버지가 아이스하키를 하셨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도 아이스하키를 하게 되었죠. 지금 제 등번호가 61번이잖아요. 사실 제가 16번에 진짜 큰 의미가 있어요. 로또를 살 때도 16번을 제일 먼저 찍고 시작할 정도로. (웃음) 아버지도 아이스하키 시작해서 그만 두실 때까지 16번을 쓰셨고, 저도 계속 그렇게 했었는데 제가 하이원에 늦게 들어온 상태라 16번이 차있었죠. 이미, 16번을 가진 용준이 형은 저한테 번호 주겠다고 했었어요.
용준이 형 이랑도 워낙 친하거든요. 고등학교도 같이 나왔고, 근데 어떻게 형 번호를 뺏겠어요. 그래서 올해는 16번을 뒤집어서 61번을 달았어요.
근데, 내년에는 16번 달라고 할거에요. (웃음)
아이스하키가 가지는 의미가 특별한 것 같다
권 :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다는 자체로 자부심을 가지죠. 그리고 전 다른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이모부도 야구를 하셔서 야구를 하겠느냐는 제의도 있었는데, 에이 아이스하키만 한 게 없더라고요. 저한테는.
올 시즌 목표가 있나
권 : 목표라…. 그런 거창한 건 없고, 전 아직 저 자신에게 큰 점수를 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시즌을 치르는 게 목표라면 목표겠죠. 기복 없이, 꼭 골이 아니더라도 포인트가 아니더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선수.
그리고 원하는 만큼의 플레이가 다 잘되는 그런 선수(웃음) 아, 그리고 아시아리그에서 일본팀 말고 한국팀들이 항상 우승, 준우승했으면 좋겠어요. 하이원도 한라도 다 잘되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에요.
그래도 다만, 하이원이 우승, 한라가 준우승했으면 좋겠죠. (웃음)
낙천적인 성격이 인터뷰 내내 묻어난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겪은 해외 생활도 조금은 침체를 겪고 있는 지금 자신도 다 즐겁고 재밌어 할 줄 안다. 해외를 겪고 와 다른 누구보다 나을 것이라는 자만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기자에게, 경기를 보다 자신이 못하는 게 보이면 언제나 말해달라던 그에게선 자만이 아닌 성장의 희망이 보였다. 거창한 목표보다 차근차근 밟아가며 커가는 권태안의 미소에는 자신이 그토록 바라는 '무언가'를 이미 깨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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