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14 10:27 / 기사수정 2008.11.14 10:27
[유럽축구 놈!놈!놈!] 7회 - 잘 알려지지 않은 '최고'의 선수 (프리메라리가)
묵묵히 빛난 세비야의 별, 안드레스 팔롭
이번에 소개할 선수인 안드레스 팔롭은 언제나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최고의 실력을 지닌 골키퍼로 30세가 넘는 나이가 되어서야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골키퍼다. 이제 흥미로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발렌시아의 촉망받던 유망주
발렌시아에서 태어나 발렌시아 유스 시스템에서 자란 팔롭은 스페인의 전설적인 골키퍼인 루이스 아르코나다를 동경하는 전도유망한 골키퍼였다. 발렌시아B에서 뛰던 그는 그의 성장을 위하여 97/98시즌 2부리그인 세군다리가의 비야레알로 임대-이적하게 된다.
비야레알에서 팔롭은 엄청난 활약을 보이며 승격에 큰 축을 담당하게 된다. 98/99시즌 비야레알은 18위로 강등을 당했지만, 팔롭의 뛰어난 활약은 다시금 친정팀 발렌시아의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돌아온 발렌시아엔 당대최고의 골키퍼인 산티아고 카니자레스가 버티고 있었다.
그의 앞에 선 카니자레스
산티아고 카니자레스라는 당대 최고의 골키퍼와 함께하면서 안드레스 팔롭은 많은 걸 배웠고, 많은 걸 잃었다.
팔롭은 카니자레스의 바로 옆에서 축구팬들이 흔히 말하는 ‘슈퍼 세이브’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며 최고의 골키퍼가 되는 방법에 대하여 배웠지만, 정작 중요한 출장기회를 잃고 말았다.
프리메라리가 우승과 UEFA컵 우승,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선전 등 발렌시아의 모든 성공에는 팔롭이아닌 카니자레스가 자리 잡고 있었고, 팔롭은 그가 동경하던 루이스 아라코나다처럼 스페인을 대표할 멋진 골키퍼가 되기 위해 결국 발렌시아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세비야로의 이적, 인생을 바꾸다
05/06시즌, 지난시즌 리가 6위를 기록하는데 큰 역할을 한 줄리우 밥티스타, 세르히오 라모스 두 선수가 모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버린 가운데, 세비야는 앞으로의 몇 년을 좌지우지할 큰 변화를 시도한다.
감독인 후안데 라모스는 루이스 파비아누와 프레데릭 카누테를 영입했고, 주전 골키퍼였던 에스테반이 이적함에 따라 그 공백을 메울 대체자로 안드레스 팔롭을 선택하며 발렌시아의 백업 골키퍼였던 그에게 세비야의 골망을 맡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팔롭 그 자신과 구단 모두 만족할만한 최고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라모스감독은 세비야를 리가 5위 자리에 올려놨을 뿐만 아니라, UEFA컵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스페인뿐만 아니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러나 세비야의 돌풍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다
06/07시즌 세비야는 더 강했다. 후안데 라모스감독의 지휘 아래 다니 아우베스와 아드리아누, 카누테와 파비아누 등 모든 선수들이 최고의 모습을 보였고, 프리메라리가 3위를 기록하였다. 안드레스 팔롭은 06/07시즌 팀 동료에게 지지 않고 최고의 모습을 보이는데, UEFA컵 16강전 샤흐타르 도네츠크 원정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골을 기록하며 팀의 결승진출에 큰 역할을 했으며 결승전에서는 돌풍의 팀 에스파뇰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팀을 승리시키며 세비야 UEFA컵 2연패에 중역을 맡게 된다.
또한, 세비야는 코파 델 레이에서 우승했고 이어 열린 스페인 슈퍼컵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제압시킨다. 세비야에게 있어 최고의 시즌이었을 수밖에 없었고 팔롭에게도 있어 축구인생 최고의 시즌임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은 그를 눈여겨보게 된다.
아르코나다의 재림
07/08시즌은 세비야와 그에게 있어 힘든 시즌이었다. 동료 푸에르타의 비극적인 죽음, 그리고 언제나 세비야를 이끌 것 같았던 후안데 라모스 감독의 토트넘 이적으로 세비야는 밑바닥까지 추락했었고, 마놀로 히메네즈 수석코치는 팀을 다시 정비하는데 시즌의 반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안달루시아의 열정이 대표하는 팀 세비야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쓰러질 순 없었고 후반기엔 대반격을 시작하였다. 최종 성적은 약간은 아쉬운 5위. 그러나 초반의 부진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확이었다.
그리고 리그가 끝난 뒤 곧바로 시작된 유로2008에서 아라고네스의 감독은 카시야스, 레이나에 이은 스페인 국가대표의 세 번째 골키퍼로 빅토르 발데스가 아닌 안드레스 팔롭을 선택하게 된다. 팔롭은 비록 한 경기도 나오지 못했지만 스페인은 우승하게 되었고, 팔롭은 시상식장에 그가 동경하던 골키퍼인 루이스 아르코나다의 유니폼을 입고 나온다. 미쉘 플라티니앞에 선 팔롭, 과거 유로84 결승전에서 플라티니에게 통한의 실점을 하며 우승컵을 넘길 수밖에 없었던 아르코나다가 다시 한번 플라티니 앞에 선 순간이었다. 플라티니는 웃음과 함께 팔롭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었다.
현재 세비야는 라리가 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프리메라리가 최소 실점 골키퍼상인 사모라상에선 발데스와 함께 1위를 달리고 있다. 20대의 반 이상을 카니자레스에게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골키퍼가 30대 중반이 돼서야 뒤늦게 그의 가치를 증명 해보이고 있는 것이다.
골키퍼는 다른 포지션과는 다른 골키퍼 포지션 특유의 특성 때문에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30세 이후부터 진정한 전성기가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최근에는 어릴 때부터 엘리트코스를 밟아오며 어린 나이에도 성공한 골키퍼들이 많기에 항상 주목받지 못하고 묵묵히 자기의 일만을 완수해온 팔롭의 활약이 더 부각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팔롭은 세비야와 2011년까지 계약되어있는 상태다. 35세의 팔롭은 세비야에서 그의 축구인생을 마칠 생각이며 세비야 역시 그의 축구인생을 끝까지 함께 해줄 것이다. 늦게나마 팔롭이라는 재능이 축구계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은 팬들에게는 매우 즐거운 일이 아닐까.
[사진=안드레스 팔롭 ⓒ세비야 구단 공식 홈페이지, 그림=ⓒ킹코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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