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11 16:25 / 기사수정 2008.11.11 16:25
김태영. 부산 아이파크의 이 익숙하고 친근한 이름을 가진 수비수가 그 '만 호 골'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죠. 더구나, 그 골은 상대팀 울산의 골대가 아닌 부산의 골대를 향해 굴러 들어갔고, 그는 더욱 씁쓸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타이거 마스크' 김태영이 아니라고요!
축구를 잘 보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김태영'이라는 이름 석 자에 대해서는 친근감을 느낄 것입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안면보호구를 쓰고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수비수. 지난 2005년 11월 전남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K-리그 250경기 출장, A매치 101경기 출장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 많은 팬이 아직도 김태영(現 관동대 코치, 39)을 기억하고 그리워합니다.
2004년 어느 날, 전남 드래곤즈에서 정신적 지주역할을 하던 김태영이 전북 현대로 이적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전남팬들은 이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곧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신인 수비수 김태영(27)이 전북에 입단했던 것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이름이 같다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팬들의 인기투표로 전남의 수비수 김태영과 함께 남부올스타팀에 선발되었습니다. 비록 그를 알아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발차기에 맞고, 만 호 골 넣고, 다사다난한 시즌 말미
전북에서 활약하던 김태영은 2006년부터 부산으로 둥지를 옮겨 선수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확고한 주전 자리는 잡지 못했지만, 팀이 필요할 때 언제나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소임을 다했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2008시즌의 마지막은 너무도 다사다난했습니다. 지난 25라운드 서울과의 경기에서 김태영은 이청용(서울, 21)의 악의적인 발차기에 복부를 맞고, 경기장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번 시즌 이청용에게 공격당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가 받은 정신적인 충격은 물리적인 충격으로 말미암은 고통보다 더욱 컸습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시즌 최종전인 울산원정에서 상대의 코너킥을 처리하려다 그만 자책골로 연결하는 실수를 범하고 맙니다. 야속한 시간차(?)로 인해 그의 자책골이 10000호 골이 되었고, 그는 조금은 불명예스러운 기록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날도 김태영은 부산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공을 걷어내고, 때로는 넘어지면서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물론 그가 넣은 만 번째 골이 부산을 패배로 이끌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매우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골은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해 생겨난 것이고, 승리를 하고 싶어서 발을 갖다댄 것이었을 뿐이니까요. 김태영 선수의 10000호 골은 분명히 가치가 있습니다.
김태영. 거센 폭풍우가 그를 휘몰아치고 갔지만, 그 뒤에 어떤 무지개가 피어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조금 아쉬운 시간을 보낸 그의 축구가 더욱더 성숙하고 풍요롭게 변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때론 동명이인의 미묘함으로, 때론 누군가가 자신에게 행한 아픔으로, 또 자신의 원치 않는 실수로 알음알음 이름을 알리게 된 김태영. 이젠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조금 더 알릴 수 있길 바랍니다. 다음 시즌 김태영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엑스포츠뉴스 브랜드테마] 문용선의 싸커튜드는 Soccer(축구)와 Attitude(태도)의 합성어입니다. 축구를 보는 좋은 태도, 즐거운 태도, 올바른 태도, 감동적인 태도로서 많은 축구팬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사진(C)하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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