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천우 기자]2008년 11월 1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한 명의 선수의 은퇴식이 조촐하게 치러졌다. 1998년 現안산 할렐루야의 전신인 이랜드(해체되었지만 임마뉴엘과 할렐루야와 합병해서 만들어진 팀이 現 안산 할렐루야)에 입단해 햇수로 11년간 한 팀에서만 뛰어온 이성길의 은퇴식이었다.
1975년생에 이성길은 1998년에 할렐루야에 입단한 이래로 할렐루야 이외에 다른 팀으로의 이적은 생각지도 않았다. 특히 IMF 시절인 1999년 할렐루야가 재창단되고 경제적으로 열악해 월급도 주지 못할 때에도 이성길은 팀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10년 넘게 팀에 머물렀다. 요즘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팀을 옮기는 젊은 축구선수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다.
176cm 70kg의 공격수로는 평범한 체격조건을 가지고 있는 이성길이지만 2003 K2리그 득점 상, 2005 K2리그 베스트11, 2006 내셔널리그 도움 상을 수상하며 한국 실업 축구의 대표 골게터로서 진가를 입증했다. 특히 2006 내셔널리그에선 7골 5도움의 화려한 기록에 후기리그 MVP를 수상하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켰다. 아쉽게도 팀은 챔피언결정전에서 고양국민은행에 패하며 K-리그 승격을 놓쳤지만 이성길의 활약이 절정에 이르렀다.
세월의 무게 속에 이성길의 플레이는 전성기에 비해 다소 느려지기도 했지만 과거 할렐루야의 공격첨병으로 활약하며 위용을 과시했던 공격본능은 지속되었다. 2008 내셔널리그에서 이성길은 21경기에 나서 4골 3도움을 기록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준수한 기록을 냈다. 특히 지난달 4일 ‘최강’ 울산 미포와의 경기에선 승리의 2골을 넣으며 팀의 대들보 역할을 충실히 했다.
11년간 할렐루야에서만 뛰며 내셔널리그의 진정한 레전드로 자리매김한 이성길. 은퇴식에서 이성길은 “다시 돌아와 선수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 할렐루야와 함께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며 할렐루야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 했다. K-리그에서 10년 넘게 팀을 뛰고 나서도 은퇴식을 치르지 못한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이성길은 K-리그 하부리그인 내셔널리그에서 조촐하지만 행복한 은퇴식을 치르며 팬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고했다.
한국 실업 축구의 조용한 산증인, 이성길 그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해본다.
[사진=은퇴식을 치르는 중인 안산할렐루야의 이성길 (C) 내셔널리그 김현정 기자]
이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