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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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이 야구장에 갈 수 없는 이유

기사입력 2005.03.16 08:09 / 기사수정 2005.03.16 08:09

윤욱재 기자

이 글을 작성하기에 앞서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자 한다. 기자는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일반 학생이다. 그동안 야구장에도 많이 가보고 또 많은 경기를 보았지만 왠지 모르게 학생 관중은 철저히 소외된 듯한 인상을 받았다. 분명한 것은 우리 야구가 청소년에게 건전한 여가선용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 관중 유치를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저히 외면당하는 학생들

- 학생석 요금 폐지로 경제적 부담 증가
- 청소년을 위한 이벤트 전무

재 KBO는 입장료 책정을 구단 자율에 맡겨 놓은 상태다.

대부분 구단은 KBO가 책정했던 입장료를 계승했으나 서울에 프랜차이즈를 두고 있는 두산과 LG는 전체적인 인상과 더불어 학생석 요금제를 폐지했다.

이 때문에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과 문의전화를 통한 항의가 있었지만 무시됐다. 구단 프런트에 대항하기엔 발언권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구단이 내세운 이유는 이미 확정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확정을 짓기 전에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설문조사라도 할 수 없었을까? 아마 할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해봤자 결과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나오지 않음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석 요금이 사라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일반석 티켓을 사야했던 학생들로선 경제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열성팬을 자처하는 학생팬들은 자주 오기가 힘들었다. 거기에 패스트푸드점의 입점과 눈에 보이지 않는 바가지 요금으로 지갑 꺼내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배려 없는 야구장에 그 누가 가고 싶겠는가. 학생 관중은 미래의 자산이다. 어떻게서든지 미래의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몇몇 구단이 실시했던 방학기간 할인제도를 전 구단으로 확대하고 학생석 요금제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면당한 학생들, 멀티플렉스로 간다

- 첨단시설과 비교되는 야구장 외면 당연
- 포인트카드 할인제 도입의 필요성


젠 확고한 자리를 잡은 멀티플렉스의 등장은 청소년의 놀이문화마저 바꿔놓았다.

누구나 그렇듯 같은 값이라면 더 재밌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당연한 심리다. 이 한마디는 곧 같은 가격으로 낙후되고 불편한 야구장을 가느니 깨끗하고 산뜻한 영화관을 가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멀티플렉스에선 문화생활은 물론 식사와 쇼핑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적은 시간 안에 모든 일을 해결하길 원하는 학생들에겐 안성맞춤이다.

물론 야구장에서도 식사는 가능하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류에 국한된 메뉴와 양과 질에 비해 비싸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도 학생팬들은 사 먹을 수밖에 없다. 되레 야구장에 대해 안 좋은 인상만 심어주고 있지 않나 걱정이 든다.

여기에 멀티플렉스가 앞서가는 이유는 또 있다. 영화관에선 포인트카드 할인제도를 도입해 부담없는 영화관람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관객을 제 발로 찾아오게 했다. 충분히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사실 야구장에서도 카드 할인은 있었지만 일반 신용카드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청소년은 혜택 대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마저도 지금 없어지고 있다.
 

솔직히 야구를 접하기도 어렵다

- TV 중계 축소와 스타 부재로 관심도 하락
- 바쁜 일정 때문에 야구를 접할 기회도 없어
- 오프라인과 온라인 혼용한 마케팅 마련 시급
 

침 일찍부터 학교생활을 해야 하고 방과 후엔 학원에 가야한다.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하루를 마감해야 하는 고달픈 일정. 그래서 학생들은 틈새 시간을 활용한다. 그로 인해 짧은 시간에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PC방과 노래방 등을 선호하게 되었다.

잠시 집에서 쉬는 경우도 있는데 PC 게임이나 인터넷을 즐기고 TV를 시청하는 게 대부분이다. KBO는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인터넷을 통한 노출이다. 포털사이트에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제공하거나 직접적인 제휴를 맺어 이벤트 등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전에 KBO는 제대로된 홈페이지부터 갖춰야 한다. 현재 KBO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뉴스 업데이트도 느리고 야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길 구성이 갖춰져 있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손님 맞을 준비가 안 돼 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에서도 제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공중파 TV 중계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구단들도 학생들을 향해 미끼를 던지지 않고 있다.

한편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특정 학교와 자매결연을 한 사례가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오프시즌 때 학교로 찾아가서 사인회를 열고 일정의 입장 혜택도 주었다. 실제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한다. 또 이번 정규시즌에선 장학금 이벤트를 실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렇듯 관중 한 명이라도 더 모시려면 직접 다가가야 한다. 특히 소외 현상이 심각한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야구장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KBO와 구단 관계자들이 들어줄지 미지수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결코 헛되지 않음을 확신할 수 있다.

학창시절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자. 그리고 열정과 땀이 숨 쉬는 그라운드의 함성을 들려주자.

입시 전쟁에 지친 내 친구들이 야구장에서 작은 기쁨을 얻을 수 있길 바라며…….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adamyoon_mlb@hanmail.net)
사진 / 메가박스 (http://www.megabox.co.kr)
두산베어스 (http://www.doosanbears.com)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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