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1989년 연극으로 데뷔 후 어느덧 한 해 한 해 지나간 숫자만을 세 봐도 28년째다. 그동안 배우 공형진은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를 오가며 개성 있는 연기로 대중과 함께 호흡해왔다.
공형진은 8월 30일 개봉한 '로마의 휴일'에서 임창정, 정상훈과 함께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 속에서 공형진은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큰형 기주 역을 맡았다. 누구보다 뜨거운 우정을 자랑하는 삼총사의 리더 인한(임창정 분)과 막내 두만(정상훈)과 뭉쳐 인생역전을 위해 현금수송 차량을 털고, '로마의 휴일' 나이트클럽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인질극의 중심에 선다.
공형진은 '로마의 휴일'에 대해 "올드한 부분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나름의 미덕이나 장점은 인간애를 기본으로 서로가 소통에 관해서, 또 그 의미에 대해서 좀 더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공형진은 '완성본을 보니 주요 시퀀스들이 많이 편집됐더라고요. 그게 극중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부분은 좀 아쉽죠"라고 말을 이었다.
'로마의 휴일'로 임창정, 정상훈과 함께 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서로 누구보다 많이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기주는 나름대로 행동대장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우리 세 명 캐릭터들이 좀 극명하게 좀 역할 분담이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럼 기주라는 인물이 극 안에서 어떤 포지션을 차지할 것인지 생각했을 때, '뭘 하려고 하면 밸런스가 잘 안 맞겠다' 싶었어요. 식탐도 있고, 아주 단편적이지만 둥글둥글한 그런 모습이 이 친구의 강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실제 자신의 성격과는 완전히 상반됐다며 "제가 어릴 때부터 가장 싫어했던 두 가지가 약 오르는 것과 억울한 소리 듣는 것이었거든요. 제 성격에서 보면 기주는 한심할 캐릭터 아니겠어요"라고 너털웃음도 함께 지었다.
임창정, 정상훈과 함께 하며 신뢰할 수 있는 동료라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공형진은 "임창정 씨는 그간의 작품들을 보면서 연기에 대한 점이 굉장히 탁월하다고 생각했었죠. 이번에 또 한 번 느꼈고요. 정상훈 씨도 데뷔한 지 오래됐고 나름대로도 굉장히, 오래 열심히 노력했던 친구예요. 그 친구가 갖고 있는 능력이나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현장에서도 자기가 자기 역할의 몫을 다 하니까 굉장히 즐겁게 잘 지냈던 거죠. 현장에서의 호흡은 당연히 서로 신뢰할 만 했고요"라며 미소를 더했다.
어느덧 30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여전히 매일매일 고민하는 시간은 이어지고 있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만 봐도, 어떤 한 가지 일을 30년 한 사람들은 눈감고도 그 일을 할 수 있는 달인이 되잖아요. 하물며 이순재 선생님처럼 연기를 60년 동안 했다고 하면 그건 정말 도사인 거죠. 저 역시 28년째인데, 그럼 저 역시 장인이나 달인이 돼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하면할수록 이게 위축되고 어려워요. 답을 모르겠더라고요."
현실적인 토로도 이어졌다. 공형진은 "다른 사람들이 연기하는 모습들이 더 잘해 보일 때도 있는 거예요. 제가 연기를 27~8년 동안 했으면 5년 연기한 친구보다는 나아야 하는데, 연기 5년 한 친구와 10년 한 친구가 저보다 잘하는 게 눈에 보이는 거죠"라며 쉼 없이 연기를 위해 노력하는 사연을 함께 전했다.
수많은 작품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활약해왔지만, 유독 자신의 앞에 붙는 코믹한 이미지에 대해서도 "예를 들면 지난해 했던 작품에서는 코믹한 이미지가 전혀 없었는데도 그렇게 봐주신다면, 그것 역시 제가 가져가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제 천성이 밝아서 그런 거지, 연기를 하면서 일부러 웃음 코드를 장착하는 것은 아니예요"라고 설명했다.
적어도 그동안 연기를 해오며 연기력에서만큼은 악평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그것이 28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우 공형진'이라는 이름을 지탱해 온 힘이다.
"이 분야에 답은 없는 것 같아요. 정답은 없죠. 그래서 무섭고, 더 하고 싶어서 노력을 하는 거예요. 시간과 경력에 대비해서 비례하는 건 작품 수, 덜 긴장하게 된다는 그런 점이죠. 저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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