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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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서울 SK : 서울 삼성

기사입력 2005.03.11 09:56 / 기사수정 2005.03.11 09:56

서민석 기자


프로 스포츠에서의 라이벌은 흥행은 물론 프로로서의 의미까지 생각해 볼만큼 중요하다. 올 시즌 SK는 학생체육관으로 홈을 옮기면서 삼성과의 한 지붕 두 살림을 청산했다. 올 시즌 농구의 봄 바람을 불게 할만한 환경과 선수 수급을 했던 삼성과 SK. 

하지만 실상은 정규리그 두 경기 남긴 이 시점에서, 한 팀은 플옵을 위한 체력 안배(물론 5-6위 씨드 순위정리가 남아있긴 하지만)를 하고, 다른 한 팀은 플옵이 이미 물건너 가 팀 자체의 스타일을 바꾸는 시점이란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10일 두 팀의 경기는 생각외로 박빙이었다. 박진감 넘친 경기를 선사해 준 두 팀에게 고마울 정도였다.

경기 전에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 있었는데 바로 서장훈의 8000득점 시상식이었다. 그 동안의 서장훈의 활약상을 보여준 동영상이 몇 분간 흘러 나왔고 단장의 시상 이후 서장훈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여기서 상당히 의미 심장한 맨트가 나온다.

"...주희정 선수, 강혁 선수, 이규섭 선수... 팀 동료 모두에게 감사 드리고, 출전에 배려해 주시는 안준호 감독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침 SK 경기인데 임재현-조상현 선수도 저의 8000득점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사실 그 동안 서장훈 하면 '귀하신 몸' '팀 워크엔 저해요소'라는 실력에 반비례한 평가가 나오곤 했다. 오늘 그의 인터뷰 내용은 비록 '립서비스'였다고 손 치더라도, 경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그 어느 해보다 힘들었을 올 시즌,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말이었다. 



[전반]

전희철-랭 타임 vs 겉도는 삼성

사실상 SK는 2월 말에 있었던 LG전을 제외하곤 전패나 다름없는 최악의 경기 내용을 보여줬었다. 그러나 1-2Q에서 SK가 보여준 공격은 '과연 이 팀이 플옵 탈락한' 팀이 맞나 의심을 할 정도였다. 랭의 호쾌한 덩크 세 개와 조상현의 3점 슛과 야투를 앞세운 SK는 초반 한 때 11:2까지 리드하며 경기를 지배했으나 결국 말미 주희정과 이규섭을 앞세운 삼성에게 추격을 허용하여 1Q는 26:21로 SK의 리드로 끝이 났다.

2Q는 말 그대로 '에어본 타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3점 슛 3개와 바스켓 카운트 하나 포함해 총 12점을 올리며 상대 수비를 유린했고, 랭 역시 전반에만 5개의 덩크를 성공시켜 2Q에만 14득점을 올렸다. SK는 전반에만 22점을 올리며 멋진 활약을 보여주었고 전희철과 랭간의 엘리웁 덩크 플레이 역시 압권이었다.

이에 반해 삼성은 2Q에서 스케일과 뛰기만 하면 겉돌게 되는 이규섭을 제외한 김택훈-박종천 등을 넣었고, 스케일 대신 박영민 등을 투입시켜 SK의 예봉을 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도리어 전희철-랭에게 야투와 외곽을 얻어맞으며 63:46으로 뒤쳐진 채 경기를 끝내야 했다.



[후반]

SK의 '4Q 징크스'  vs 감독의 쌩뚱맞은 '슈터 기 죽이기'


17점이나 뒤진 삼성은 그래도 승리를 포기하지 않을 듯한 기세로 경기를 시작했다. 드디어 삼성의 반격이 3Q부터 시작됐다. 

스케일의 자유투 2개를 시작으로 한 삼성은 주희정-서장훈이 공격에 적극 가담했다. 프리맨은 공격에서 잦은 턴오버와 의미없는 공격을 남발한 SK에 71:62로 추격을 시작하더니, 결국 3Q 막판 스케일의 깔끔한 3점 샷으로 승부를 안갯속으로 돌려놓았다. 79:73.

한 가지 중요한 점은 3Q 5분께 모슬리를 빼고 김택훈을 투입한 시점부터 삼성의 공격이 원활했다는 것이다. 볼이 잘 돌아 갔다는 것에 대해 모슬리 선수도 한 번 쯤 생각해봐야 할 그런 경기였다.

이기고 있는 팀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쫓기는 분위기였던  SK는 공격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반면 삼성은 스케일-주희정을 앞세워 맹추격을 전개했는데, 4Q 시작하자마자 랭의 2점 이후 스케일이 3-2점을 연속 성공시키며 81:78, 손에 땀을 쥐게하는 경기였다. 그리고 모슬리가 오자마자 곧 이어진 주희정의 2점으로 81:80의 초 박빙이 시작됐다.

하지만 랭의 연속적인 2점과 모슬리의 2점으로 85:82로 이어진 경기는 이어졌고 7분여를 남기고 쌩뚱맞은 용병술이 나온다. 바로 스케일을 빼고 박영민을 집어 넣은 것인데, 이 대목에서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3점을 실패했다곤 하지만 농구의 특성상 4Q에는 슛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밀어줘야 하고, 슈터의 기는 살려줘야 한다. 이것이 감독의 임무인데, 수비 강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파울 트러블도 아닌 선수를 뺀 것은 결국 승부처에서 해결을 지어줘야 할 선수의 기분만 상하게 한 상황이 됐다. 1분이 지나 타임을 부른 안 감독이 스케일을 불렀을 때 그는 두 세번 듣고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무반응으로 항변했다. 결국 이 장면에서 오늘 박빙의 승부가 갈리지 않았나 싶다.

결국 조상현, 프리맨-스케일, 주희정의 내외곽이 터지는 가운데 2분 20여초를 남기고 서장훈의 슛으로 90:91로 삼성은 역전에 성공한다. SK는 다시 4Q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SK에는 임재현이 있었다. 3점 슛으로 다시 93:91 리드를 잡은 뒤 이어진 전희철의 3점 슛으로 96:91을 기록했고 승부는 사실상 이것으로 끝이었다.

뒤 이어 96:93에서 스케일의 3점으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지만, 40여 초를 남기고 모슬리의 파울 아웃으로 임재현이 시도한 자유투에서 한개를 제외하고 쓸어담아 105:103, SK의 승리로 경기에 막을 내렸다. 

경기 전 있었던 서장훈의 8000득점 시상, 하프타임 때 있었던 강혁의 200경기 출장, 주희정의 2500AS 시상이 빛이 바라게 된 아쉬운 경기였다.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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