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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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수비가 약한 팀은 PS에서 이길 생각을 버려라

기사입력 2008.10.23 04:58 / 기사수정 2008.10.23 04:5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0월은 야구의 계절입니다. 한국프로야구는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명승부전이 펼쳐지고 있으며 NPB(일본프로야구)는 요미우리와 주니치 간의 클라이막스 시리즈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오늘 오전에 월드시리즈 1차전이 개막됩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나타나는 경기력은 이질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정규시즌에는 감독들의 여러 가지 실험이 가능하지만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면 1점을 내기위해 섬세한 작전들이 동원됩니다.

두산과 삼성이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가장 주력했던 연습은 '번트'였습니다.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매우 어려운 것이 '번트'입니다. 야구의 기본기 중 하나로 불리는 번트는 말 그대로 루상에 출루해 있는 주자를 득점권에 근접하게 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물론 루상의 주자를 2루나 3루로 보내고 난 뒤, 자신도 살아서 출루할 수 있는 안타가 나온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요. 그러나 안타의 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것과 희생타 역시 잘못하면 더블플레이로도 연결될 수 있는 점을 간과할 때, 번트는 매우 필요한 기술입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을 앞둔 팀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수비입니다.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내야 수비를 완성하기 위해 한 시즌 내내 호흡을 맞춰온 내야수들은 다시 손발을 맞춰보며 그물망 같은 수비를 완성하기 위해 몰두합니다.

객관적으로 두 팀의 우열을 점쳐볼 때, 그 팀들이 가지고 있는 선발진과 불펜, 그리고 타자들의 수준을 가지고 비교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변수는 바로 '수비'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많습니다.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의 흥행을 주도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많은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습니다. 그러나 롯데의 플레이는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고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일방적인 3연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가을 잔치 티켓을 거머쥔 롯데 선수들의 플레이는 하나같이 경직돼 있었습니다. 많은 팬들의 관심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지나친 긴장감과 꼭 이겨야한다는 열의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쉽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롯데와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는 팀은 바로 시카고 컵스입니다. 컵스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팀입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동안 팀 우승이 없었던 컵스가 과연 이번에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국 언론들의 단골 메뉴입니다.

그에 비해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경험이 있었던 삼성 선수들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여유'입니다. 팀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여백이 있어야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올 메이저리그에서 탬파베이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게임들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만년 꼴찌 팀이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탬파베이는 소정의 목적을 이룬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여유가 있고 경기를 즐기면서 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경직함'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삼성도 준 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내내 이런 모습으로 임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시즌에서 볼 수 없었던 끈끈한 전력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경직된 팀과 아닌 팀의 명백한 차이는 바로 '수비'에서 가장 확실하게 나타납니다.

시카고 컵스가 LA 다저스에게 디비전시리즈에서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하고 패한 결정적인 원인은 수비에서 자멸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다저스 역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이길 수 있었던 2차전과 4차전을 수비 실책과 투수들의 실투로 놓치면서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한국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은 물론,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결정적인 상황인 7회말 2사 만루의 찬스를 맞은 삼성은 두산의 중견수 이종욱의 호수비 때문에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비록 삼성의 유격수인 박진만이 1차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지만 삼성의 저력이 포스트시즌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탄탄한 내야수비진에 있습니다. 박진만 스스로도 포스트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큰 경기에서는 사소한 실책이 분위기를 좌우한다"며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제 오늘부터 벌어지는 월드시리즈와 한국프로야구 플레이오프의 향방도 두 팀 간의 수비 싸움에서 명암이 갈릴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잘 던지는 투수들이 총 동원되고 번트를 위시한 세밀한 전술들이 이루어지는 포스트시즌에서 수비가 허술하다면 결코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사진 = 박진만, 이종욱, 고영민 (C) 전현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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