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0.18 13:57 / 기사수정 2008.10.18 13:57
그런 이유로 올 시즌 처음으로 도입된 끝장 승부의 매력은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데 있다. 언제까지 승부가 이어질런지 알 수 없는 탓에 최적의 타이밍을 잡는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15회 제한이 있었다면 양 팀의 마무리 투수는 14회나 15회에 투입하면 된다. 어떻게든 그때까지만 승부를 몰고가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끝장 승부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섣불리 투수를 교체해서 전력을 낭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나 감독으로서는 속이 타고 답답할 지경이겠지만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의 입장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또 다른 재미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펼쳐졌던 지난 밤 또한 그랬다. 3대3으로 연장에 접어들었던 두산에서는 11회초 이재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두산으로서는 7번째 투수였다. 11승으로 팀내 최다승을 올리고 있는 그였지만 이재우의 한계 투구수는 50여개 정도였다. 4월 25일 한화전에서 2와 2/3이닝동안 55개를 던진 기록이 올시즌 가장 많은 투구수였다. 이닝으로 보면 5월 5일 LG전과 9월 27일 삼성전에서 3이닝씩을 던졌었는데 이때도 투구수는 각각 41개와 33개를 던졌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볼때 이재우가 책임질 수 있는 이닝은 3회정도로 예상할 수 있었다. 즉 13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는다면 투수 운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삼성에서는 13회말부터 오승환을 내보냈다. 승리가 확실한 상황에서 마무리로 올려야할 오승환을 아직 승부가 가려지지 않은 시점에서 8번째 투수로 올린 것이다. 올시즌 오승환이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것은 7월 6일 기아와의 경기에서였다. 그날 3과 2/3이닝동안 무려 58개의 투구수를 기록했었다. 삼성으로서도 14회 혹은 15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다면 그 이후의 투수 운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어쩌면 이재우를 투입한 두산이나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린 삼성 모두 필승조가 마운드를 지키는만큼 타자들의 분발을 촉구할 수 있는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랬겠지만 불행히도 양팀의 득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결국 3이닝을 소화한 이재우는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고 그의 뒤를 이어 공을 넘겨받았던 금민철과 이용찬이 나란히 2안타씩 허용하며 3실점하고 말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두산으로서는 정재훈이나 이재우를 너무 일찍 투입했다고 할 수 있고 삼성으로서는 적당한 시점에 오승환을 투입했다고 할 수 있었다.
당초 예상했던대로 두 팀의 승패는 후반에서야 결정되었다. 선취점이나 초반의 승기도 중요하지만 후반까지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1차전에 투입된 투수만해도 두산과 삼성이 각각 4명과 5명씩이였고 2차전에서는 무려 9명과 8명이었다. 그야말로 양팀의 투수가 총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3차전에서도 투수들의 물량공세는 계속될 것인지도 지켜볼 일이다.
14회까지 치러야했던 지난밤의 승부는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이닝이라는 신기록을 남겼다. 1999년 삼성과 롯데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치러졌던 10월 12일 12회 경기보다 2이닝이 더 많은 기록이었다. 또한 경기시간도 5시간 7분으로 종전 4시간 25분보다도 42분이나 더 길었다. 정규리그에서 올시즌 두산은 한화와 18회까지 이어지는 연장승부를 경험했었고 삼성도 기아와 15회까지 사투를 벌이기도 했었다.
이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두팀이 1승씩을 나눠가졌기에 어느 한쪽이 더 유리하다고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3차전에서는 어느팀이 먼저 선취점을 내게될까? 지난 두경기에서는 선취점을 올린팀이 패했던 묘한 징크스가 만들어졌기에 이 부분도 관심사항이다. 또한 결정적인 실책으로 무너졌던 1차전과 달리 실책이 없었던 2차전은 연장접전이 펼쳐졌다. 3차전에서도 실책을 기록한 팀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인 경기가 펼쳐졌던 2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명승부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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