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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두산, 믿음에 승리로 보답한 선수들

기사입력 2008.10.17 10:36 / 기사수정 2008.10.17 10:36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사실 처음부터 누가 더 우세하느냐의 싸움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삼성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줬던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것과 열흘 정도 휴식을 취했던 두산이 언제쯤 경기감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팀의 대결은 실력에서 보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정규리그에서 보여주었던 상대전적과 기록들을 맹신할 필요는 없었다. 126경기를 치를 때와 단 7경기를 통해서 승부를 결정지어야 할 때는 마음가짐도 다르고 그에 따라 전략과 작전도 다를 수밖에 없는 탓이다. 포스트시즌에서 다음이란 없다. 분위기를 빼앗기면 쭉 밀리고 만다. 매 경기 그리고 매 이닝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죽자사자 달려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회는 삼성에게 먼저 찾아왔다. 몸이 아직 덜 풀린 탓인지 두산의 선발투수 김선우가 1번 박한이와 3번 양준혁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1사 1루와 2루의 위기를 자초한 탓이다. 그러나 두산에는 행운이 뒤따랐다. 4번타자 진갑용의 타구가 우익수 바로 앞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로 이어졌지만 1루주자 양준혁은 2루로 달릴 시간이 부족했다.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될 수도 있고 바로 앞에 떨어지는 안타도 될 수 있는 다소 모호한 상황이었다. 너무 2루쪽에 치우쳐있었다가는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될 때 1루로 돌아올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테고 그 경우에는 더블아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1루쪽에 붙어있다가 안타로 처리된다면 타구가 지나치게 짧은 탓에 2루로 뛸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1루주자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5번타자 최형우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1회초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경기 감각을 회복하지 못한 듯 보였던 두산을 상대로 삼성이 매운맛을 보여주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회초 선두타자 신명철이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물꼬를 튼 것이다. 박한이의 안타와 조동찬의 볼넷으로 얻어낸 무사 만루찬스에서 양준혁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냈고 진갑용이 같은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며 추가점을 얻어냈다. 결국, 삼성의 상승세가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에까지 이어지는 듯 보였다.

두산 벤치에서는 선발 김선우에 이어 이혜천을 마운드에 올리는 강수를 띄웠다. 선발 투수가 지나치게 일찍 무너진 측면이 있었지만 불펜을 가동시키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었다. 그렇기에 불펜진 대신 선발진으로 이어간 것이다. 어차피 양팀의 대결이 불펜싸움이라고 본다면 5이닝 이후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결국, 이혜천은 5회초 원아웃까지 마운드를 지키고 정재훈에게 넘겼다. 그리고 8회부터는 이재우가 공을 넘겨받았다. 두산으로서는 가장 믿음직한 투수들을 총출동시킨 것이다. 마치 한국시리즈 7차전에 임하는듯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무모할 정도의 이러한 투입은 궁극적으로 타선에 대한 믿음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뒤지고는 있지만 추가 실점만 막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삼성에게 일방적으로 흐를 것 같았던 경기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한 것은 4회말 두산의 선두타자 오재원이 안타를 만들어내면서부터였다. 홍성흔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한 후 2사후에 고영민의 3루타가 터졌고 곧이어 이대수가 적시타가 나왔다. 4대 0의 경기가 4대 3의 한 점 차 승부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5회말 오재원이 동점타를 날렸고 7회말 이종욱의 영악한 주루플레이로 역전에 성공한 이후 삼성의 잇따른 실책성 플레이가 더해지며 추가점수를 뽑아낼 수 있었다. 실책으로 기록된 것은 유격수 박진만뿐이었지만 3루수 조동찬과 우익수 최형우의 플레이도 거의 실책이라고 해야 할 정도의 수비를 보여주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최형우는 이날도 5번타자로 나섰지만 안타 없이 몸에 맞는 공으로 타점만 하나 기록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박석민의 공백이 커보이는 순간이었다.

지난밤의 승부는 김경문 감독의 뚝심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뚝심은 팀을 믿었고 선수를 믿었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수들은 그러한 믿음에 승리로 보답했다. 팀과 선수들에 대한 김경문 감독의 믿음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 두산과 삼성은 플레이오프 7경기 중에서 첫 번째 경기를 끝냈다. 두 팀은 각각 1승과 1패를 안았을 뿐이다. 아직도 서로 6번을 더 겨뤄야 한다. 1승에 만족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 1패에 낙담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과연 계속해서 두산의 선수들은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삼성의 선수들이 지난밤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하여 심기일전으로 나서게 될까. 2차전이 열리는 17일 밤에도 예측할 수 없는 명승부가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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