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0.17 09:54 / 기사수정 2008.10.17 09:54
아이스하키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 사실, 저 수영선수였어요. 근데 아버지도 아이스하키를 하셨었고…. 어느 날 목동 빙상장엘 갔는데 아이스하키를 보게 되었거든요. 딱 보니까 너무 재밌어 보여서 수영 그만하고 아이스하키를 하겠다고 했어요. 처음엔 반대를 하시더라구요. 어느 종목이든 그렇고, 저 수영 할 때도 그러셨는데 어릴 때니까요.
하는 저도, 뒷바라지 하시는 부모님도 너무 힘드시니까 생각을 해보자고 하셨죠. 한 달 정도 생각을 해보다가, 그래도 아이스하키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설득에 설득을 거듭 한 끝에 이제 스케이트도 신고 스틱도 손에 들었죠. 하하
동생도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다
동생은 제가 시작했으니까,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 거죠. 동생도, 부모님도 저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계속 수영을 했으면 동생도 수영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긴 하지만, 포지션은 서로 반대쪽이에요.
이런 가족만큼이나 김기성에겐 소중한 한사람이 있다. 스물넷. 아직 어린 나이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한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최고의 라이벌인 박우상이다. 초등학교 시절 만나 중, 고, 대학교 그리고 성인 무대까지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다. 운동선수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합숙이 잦다보니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지금도 한 조에서 함께하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골 중 대부분은 박우상의 어시스트다
김: 같은 조고, 워낙 오래 함께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는 건 사실이죠. (박)우상이가 대학 때보다 조금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대학 때는 워낙 수비라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아서요. 근데 지금은 우상이 포지션이 센터잖아요. 그렇다보니까 윙에 있는 공격수들보다 상대 선수 수비에 치중을 해야 해요.
반대편까지 내려갔다 와야 하고…. 수비에도 신경을 쓰다 보니 조금 그래 보일 순 있는데 절대 대학 때보다 떨어지거나 못하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저나 브락 (라던스키)한테 도움을 많이 주는 스타일이라서요. 절대로 못하는 거 아니에요.
호흡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 한 사람이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 흔들릴 가능성도 큰데
김: 아, 그렇긴 하죠. 근데 한 번도 우상이랑 떨어져서 아이스하키를 한다는 생각을 못해봤어요. 딱 한 번도.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든 하긴 하겠지만, 생각만 해도 이상하네요. 우상이랑 떨어지다니….
넌지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한 박우상이 지겹지 않느냐. 고 물었더니 바로 실소가 터진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참 이상하다는 말이 이어졌다.
김: 전 한 번도 우상이랑 있는 게 지겹다거나 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근데 진짜 보는 사람마다 물어봐요. 지겹지 않냐고. 지겹긴요. 좋죠.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어요. 합숙을 했으니까, 중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항상 함께였는데 지겨울 게 뭐 있겠어요. 봐도 봐도 즐겁지.
어떻게 보면 박우상이 라이벌일 수도 있겠다.
김: 저에게 있어 우상이는 가장 좋은, 그리고 가장 맘이 맞는 동료이자 최상의 라이벌인 것 같아요. 아마, 우상이도 그럴테구요. 그래서 지금까지 서로 돕고 경쟁하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도태되지 않고, 발전하면서.
대학과 실업의 차이점이 있을까?
김: 있죠, 대학 4년, 중고등학교 합쳐서 6년이잖아요. 그래서 10년인데도 게임이 많지가 않아요. 운동은 정말 많이 하는데 막상 게임이 몇 경기 없어서 지금 와 생각해보면 허무하기도 하죠.
아시아리그는 게임이 많잖아요. 처음에 들어오자 마자는 그게 너무 버거운거에요. 근데 지금은 진짜 재밌어요. 한경기 한경기 할 때마다 신나죠. 점점 적응도 되어가고. 평소 운동도 대학 때는 감독님이 “운동해!” 하시면 그냥 무조건 해야 했는데, 지금은 자율적인 분위기가 있죠. 근데 그래서 더 책임감이 들어요. 제대로 하지 않으면 뒤쳐지고 아무도 붙잡아 주지 않으니까요. 스스로 열심히 해야죠.
대학 동기인 권태안이 하이원에 입단했다.
김: (권)태안이가 자기 꿈을 가지고 연세대라는 좋은 이름을 버리고 나가서 도전했다는 자체에 일단 큰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다시 돌아온 게 조금은 아쉽긴 한데 한편으로는 좋게 생각하죠. 태안이도 워낙 잘하는 선수고 하다 보니까 붙어 볼만한 상대가 한 명 더 생겼고, 그런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그래요. 다음 번 하이원과의 경기에서 붙을 텐데 꼭 이길거에요.
조목조목 말도 잘한다. 어릴 때부터 하키일지를 꾸준히 써왔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것이 문득 기억나 살짝 물음을 던졌다. 묻자마자 쑥스러운 얼굴로 그 글은 어디서 봤냐며 반문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쓰고 있다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넌지시 말을 건넨다.
김: 대단한 건 아니고 일기 식으로 쓰는데요. 오늘은 무슨 운동을 했는데 뭐 할 땐 잘했고 뭐 할 땐 좀 부족했고, 이런 식으로요. 쓰다보면 ‘아, 내일은 오늘 못 한걸 좀 더 중점적으로 해야겠다.’ 라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또 다른데서 부족한 게 생기거든요. 그러면 또 그 날은 오늘은 이게 모자랐다. 이렇게 써서 그날 그날 비교하는거에요. 진짜 별 거 아닌데….(웃음)
③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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