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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놈!놈!놈!] 빌바오의 희망으로 돌아올 구르페히

기사입력 2008.10.16 13:03 / 기사수정 2008.10.16 13:03

유형섭 기자

[유럽축구 놈!놈!놈!] 3회 - 공백의 선수들 편 (프리메라리가)

다시금 빌바보의 희망이 될 카를로스 구르페히



[엑스포츠뉴스=유형섭 기자] 축구선수라면 되도록 젊을 적, 자신이 최고의 모습을 보일 때 많은 기록, 업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게 사실이다.

자신의 축구실력을 뽐내고 당시 리그를 풍미했던 선수란에 자신의 이름 한 줄을 추가하는 것. 모든 축구선수들의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애슬레틱 빌바오의 미드필더 카를로스 구르페히, 바스크의 미래였던 그는 최고의 실력을 뽐내야할 20대 중반이란 나이에 2년이란 세월을 어이없게 흘려버리고만 사나이였다.

바스크의 촉망받는 미래

구르페히는 다부진 체격에서 나오는 안정된 킥능력으로 중거리슛과 2선 침투를 주무기로 삼는 선수로,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패스나 중거리슛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역할을 맡는 선수다. 21세 데뷔 당시 예스테와 함께 애슬레틱 빌바오를 책임질 선수로 평가받을 정도로 구단과 모든 바스크인들은 예스테와 구르페히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구르페히 역시 자신을 향한 바스크의 기대를 등에 업은 채 성장해나갔다.

징계를 받다

2003년 11월 3일, 사건은 터지게 된다.

2002년 9월 1일 레알 소시에다드전이 끝나고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난드롤론(Nandrolone) 양성반응이 나온 것. 스페인협회 측에서는 그에게 2년간 자격정지라는 처분을 내렸고 그날 2골을 넣은 구르페히에겐 날벼락과도 같은 통보였다. 잘나가던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구르페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이제 피기 시작한 그의 축구인생을 망칠 수 없었다. 애슬레틱 빌바오 역시 빌바오를 이끌 유망한 선수를 잃을 수 없었다. 구르페히와 애슬레틱은 그의 몸이 난드롤론이 자연히 배출되는 특이체질이란 것과 함께 협회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협회와 그들의 싸움은 3년이 지나서도 계속되었고, 2006년 구르페히는 결국 2년간의 자격정지를 받아들이며 그의 축구인생은 멈췄다. 아니 멈추는듯하였다.

빌바오, 손을 내밀다

구르페히가 한 번 더 도핑테스트에 적발될 경우 선수와 구단 모두 프리메라리가에서 퇴출이라는 조항이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빌바오는 그에게 주저하지 않고 재계약 서류를 내밀었다. 모두 빌바오의 선택에 의문을 가지며 구르페히에게 의문을 가졌지만 빌바오만은 그의 결백함을 의심치않았다. 빌바오는 2년간 그가 다시 한번 필드로 나설 수 있도록 다른 빌바오 선수들과 평상시처럼 훈련에 참여시켜줌과 동시에 그가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캠페인도 벌였다.

애슬레틱 구단이 보여준 모습은 스페인에 거주하는 바스크인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구르페히는 소수민족인 바스크족에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싸우는 바스크인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그리고 2008년 4월 23일 그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잔디를 밟게 된다.

새로운 시작

구르페히의 복귀전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리메라리가 우승에 한결 가까워진, 그야말로 스페인의 상징인 레알 마드리드였다. 구르페히의 원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는 빌바오를 이끌 다음 세대인 하비 마르티네즈가 있었기에 그는 중앙수비수로서 아모레비에타와 짝을 맞춰 출전하였다.

경기 결과는 0-3의 완패. 베르나베우에서의 레알 마드리드는 강했다. 그러나 빌바오의 서포터들은 경기의 패배를 중요시하지 않았다. 그들은 구르페히의 복귀경기에 축하를 보냈다. 2년 동안 비어있었던 등번호 18번의 주인이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08/09시즌, 구르페히는 이제 2년간 그를 보조해준 빌바오에게 보답해야 한다. 특히, 주장이자 모든 바스크인들의 우상 에체베리아는 이번 시즌 무상으로 경기에 뛰며 시즌이 끝난 후 은퇴하겠다는 선언까지 하였기에 빌바오의 서포터들은 이번 시즌 확실한 결과를 얻어내길 바랄 것이다.

이해득실만을 따져가면서 살아가는 각박한 세상에, 자기 구단의 선수를 지키기 위해 함께 발벗고 나서주며 격려하고 보살펴가는 팀, 그리고 그에 응답하듯 멋진 플레이를 팬들에게 보여주는 선수. 이 시대에 얼마 되지 않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아닐까.

[사진=카를로스 구르페히 ⓒelmund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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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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