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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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위해 변화하는 성남의 전술

기사입력 2008.10.06 00:12 / 기사수정 2008.10.06 00:12

이상엽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엽 기자] 김학범 감독이 또 하나의 전형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성남 일화는 최근 포항 스틸러스에 연패를 당하며 리그 1위의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07년 이래로 1무 6패, 이렇듯 성남과 '완벽한' 상성을 자랑하는 파리아스 감독은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특별한 대비책은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포항의 짜임새 있고 강한 압박은 성남의 미드필더진을 언제나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고 박원재와 최효진과 같은 리그 수위의 윙백들은 성남의 넓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성남의 느린 수비진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포항의 '대 성남 파훼법'은 경남FC의 조광래 감독에게도 영감을 준 듯 보였다. 평소와 같은 3-5-2 전형으로 탄천 종합 운동장에 들어선 경남은 수비에서만큼은 전반기 성남을 맞이할 때와는 상이한 움직임을 보였다. 바로, 포항과 같이 미드필드에서부터의 적극적인 압박을 선보인 것.

이와 같은 경남의 압박 속에서 성남은 기존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한동원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려놓은 성남은 에이스 모따가 평소의 움직임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공을 받으러 내려오는 대신, 좌측의 사이드 라인으로 깊숙이 빠지며 상대의 수비진의 폭을 넓히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으로 모따는 마크가 없는 상황을 빈번하게 만들었었다.

그러나 성남에는 이러한 모따의 움직임을 파악한 미드필더들이 없었다. 박우현의 계속되는 실수로 그 자리를 대체한 김상식의 시야와 패스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모따에게 패스를 주는 대신, 압박을 피하기 위하여 이동국의 머리로 향하는 패스들은 모두 산토스의 수비에 막혀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전반전 0대0, 경남의 '포항식 압박' 전술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비 주전급 선수들을 선발 명단에 올려놓았지만, 커다란 위기 없이 전반전을 넘긴 경남이었다.

후반전도 중반까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전체적인 성남의 공격 분위기 속에서 경남의 역습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경남은 선취골을 맞이하며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김동찬의 3경기 연속 골. 최근 좋은 기세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한 골이었다. 최성국과 두두를 넣으면서 흐트러진 진형을 추스르기 전에 골을 허용한 성남이었다.

그러나 손대호를 대신하여 김정우를 투입하면서, 성남 선수들의 자리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두두와 이동국이 나란히 공격진에 서고 모따가 포워드 자리에서 내려오며 최성국, 김정우, 김철호와 나란히 미들라인에 선 것. 평소와 같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남이 보여주던, 포워드 4명에 가까운 4-4-2가 아니었다. 양 윙에 선 김철호와 최성국이 극단적으로 올라가지 않고, 중앙의 모따와 김정우의 라인에 맞추고 있었다.

그 이후, 성남은 오른쪽 최성국의 활발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성남은 선취골을 얻었고, 자신감을 얻은 듯, 그전까지의 실수 연발이던 모습을 탈피한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역전, 쐐기골을 얻어내었다.

현대 축구에서 포매이션은 단순한 숫자 싸움이라고 말을 하지만, 선수들의 전형에 맞추어진 공격 전술과 수비 전술에 전체적인 변화를 주는 움직임으로서 커다란 위험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실점 상황이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4-4-2 전형을 쓰면서 성남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잃어버리는 것보다 크다. 과부하가 걸린 미드필더 진에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손대호와 김상식은 파이팅이 넘치고 자기에게 주어진 공간을 잘 커버하는 선수지만, 주력과 순발력이 느린 관계로 양 윙백들의 공격가담시 순간적으로 생기는 공간을 제대로 수비하지 못하여 커다란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가 경기마다 많이 생긴다. 이러한 문제점은 3명의 미드필더로 경기를 운용할 때 크게 나타나지만 4명의 미드필더로 경기를 진행하면 양 윙백의 수비가담까지 더하여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문제로 나타나는 것은 역시 공격력. 성남은 양 윙백의 공격성을 매우 잘 활용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구단이다. 빠르고 킥이 좋은 장학영과 패스가 정확한 박진섭은 성남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의 또 다른 옵션이 되어준다.

그러나 4-4-2에서의 윙백이 오버래핑을 나갈 시에는 윙어의 수비 공간 커버가 필수적인 사항이 되어야 하기에 기존의 4-3-3에서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공격이 나올 수 없게 된다. 이날 경기에 나선 장학영과 김철호는 2군에서부터 발을 맞춘 빼어난 호흡을 하고 있지만, 최성국과 박진섭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얇아진 중앙 미드필드를 보완해야 한다는 단점도 생긴다. 앞으로 김학범 감독이 고심할 부분이기도 하다.

성남의 4-3-3 전형의 변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 ‘포항식 압박’ 전술을 상대하기 위한 김학범 감독의 시도라고 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포항은 귀네슈의 부임 이후 FC서울에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FC서울의 기본 전형은 4-4-2이다.

성남은 경남에게 3대1의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성남이 기억해야 할 부분은 경남의 수비진은 포항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이고 이날 경남의 주전 선수들 또한 베스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11월 FA컵,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성남 일화가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벌써 기대가 되는 점이다.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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