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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클 두산! 명승부 45선] ⑥

기사입력 2005.03.02 12:57 / 기사수정 2005.03.02 12:57

윤욱재 기자


2001 포스트시즌




25. [2001 준PO 1차전]  
타오르는 집중력 '우승 예감'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두산.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고 불꽃 튀는 4위 쟁탈전을 여유있게 지켜봤다.

이종범이 합류한 기아를 누르고 4위를 차지한 한화가 두산의 첫 포스트시즌 상대였다. 비록 한화가 시즌 막판의 총력전으로 체력적 열세라는 평이 나왔어도 안심은 금물이었다.

특히 두산은 포스트시즌 1차전 패배 징크스가 부담이 되었다. 82 한국시리즈부터 2000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져 온 1차전 패배 징크스를 이번엔 깰 수 있을까?

그런데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당시 선수협이 용병 보유 문제로 포스트시즌 출전을 보이콧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포스트시즌이 열리지도 않은 채 시즌이 마감될 뻔했으나 다행스럽게도 개최 전날 타결을 지으면서 예정대로 포스트시즌은 진행되기로 했다.

오히려 이것은 전화위복이 되었다.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고 결국 준플레이오프 1차전 만원사례로 이어졌다.



[구자운과 송진우의 선발대결]

선발투수는 구자운과 송진우. 젊음과 관록으로 상반되는 두 투수의 맞대결이었다. 두산은 송진우가 좌투수인 점을 고려해 이도형을 선발출장시켰고 한화는 수비 불안을 무릅쓰고 공격력 강화를 위해 김태균을 3루수로 기용하고 김수연을 톱타자로 출전시켰다.

공격의 포문을 연 팀은 두산이었다. 3회말 정수근이 투수 앞으로 흐르는 번트성 땅볼타구를 쳐내자 투수 송진우가 급한 나머지 언밸런스로 던진 것이 악송구로 이어지면서 정수근을 2루까지 진루시켰다. 오른쪽 타석에 들어선 장원진이 우중간에 깨끗한 적시타를 터뜨리며 2루주자 정수근이 홈인, 선취점을 뽑았다.



[한화 핵타선 본격 가동]

이러자 한화도 마냥 팔짱만 끼고 있을 순 없었다. 한 점을 내주기 무섭게 4회초 이영우의 2루타와 데이비스의 적시타로 가볍게 동점을 이뤘다. 하지만 데이비스가 도루를 감행하다 실패하면서 역전 찬스가 물 건너가는 듯 했다. 이 때 타석에 들어섰던 '신인왕' 김태균은 가라앉은 분위기도 상관없다는 듯 파워스윙으로 좌측 담장을 넘기면서 순식간에 경기를 역전시켰다.

5회초에도 한화의 집중력은 계속됐다. 2사 1루에서 김수연이 아슬아슬하게 볼넷을 고른 게 결정적이었다. 볼넷 허용으로 기분이 좋지 않던 차명주가 이영우에게 적시타를 맞았고 이어 올라온 박명환도 송지만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어느덧 경기는 4-1로 벌어져 있었다. 



[홍성흔 투혼의 슬라이딩, 그리고 우즈의 파워!]

5회말 홍성흔의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걷어 낸 3루수 김태균은 힘차게 1루로 뿌렸고 홍성흔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응수했다. 결과는 홍성흔의 세이프! 투혼의 승리였다.

다음타자 홍원기가 변화구 타이밍을 못 맞추고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물론 이 날 역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될 줄 아무도 몰랐지만) 상위타선으로 옮겨 오자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수근이 깨끗한 중전안타로 찬스를 이어갔고 2사 1,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우즈는 바깥쪽 직구를 파워로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기면서 4-4 동점을 이뤘다. 너무 순식간에 만들어진 동점이었고 분위기는 두산 쪽으로 완전히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엇갈린 양팀의 유격수]

타오르는 열기는 절대 멈추지 않는 법.

6회말 두산은 심재학과 홍성흔의 연속안타로 역전 찬스를 만들었다. 한화는 송진우를 고집한 것이 화근이었다. 투수는 최영필로 교체되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전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던 홍원기는 팀배팅에 주력한 결과 우전안타를 만들 수 있었고 경기는 역전되었다.

그래도 한 점 차에 불과했다. 아무리 두산의 불펜이 강력해도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고려하면 아직 모르는 승부였다. 하지만, 한화는 여기서 결정적인 실책으로 자멸하고 만다. 정수근이 유격수 앞 강습타구를 날리자 유격수 허준이 3루주자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볼을 놓치면서 쐐기 점을 내주고 만 것이다. 

6-4. 이 점수는 변하지 않았다. 두산은 8회 1사부터 진필중을 투입시켰고 9회까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 승리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은 100%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며 지금까지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집중력이 돋보이기 시작한 두산은 2차전에서 1회부터 8점을 뽑아내는 융단폭격으로 한화를 대파하면서 여유있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 상대는 다름 아닌 현대. 작년 한국시리즈의 패배를 복수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한편, 준플레이오프 MVP엔 홍원기가 선정됐다. 타격감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플레이오프의 대폭발을 예감한 자는 얼마나 됐을까.
 



26. [2001 PO 2차전] 秋男 洪源基


1차전을 헌납한 두산의 패배 원인을 제공한 선수는 준플레이오프 MVP 홍원기였다. 

김민호의 부상으로 유격수로 기용된 홍원기의 수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름없었다. 결국, 가장 중요할 때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하지만, 홍원기는 훗날 플레이오프의 영웅이 되었다. 그 기막힌 반전의 시작이 바로 플레이오프 2차전이었던 것이다.

수원구장에서 펼쳐진 2차전. 

2회초 홍성흔의 2타점 적시타로 분위기를 잡은 두산이었지만 현대에 한 점 추격을 허용,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었다.

일단 두산은 6회초 안경현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도망갔고 선발투수 빅터 콜의 호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막강한 현대 타선이 언제 터질진 아무도 모르는 일. 확실한 쐐기 점수가 필요했다.

7회초 무사 1루의 찬스를 잡은 두산은 홍원기에게 번트를 지시하지만 연속으로 실패하며 볼카운트가 몰리자 결국 강공을 선택하고 말았다. 테일러를 구원한 김수경은 무심결에 한복판 직구를 던졌고 홍원기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 홈런! 확실한 쐐기였다. 

역시 가을엔 항상 영웅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해줘야 할 때 해주는 진정한 추남(秋男)은 팬들의 뇌리에 영원히 잊히지 않는다. 

두산은 5-1로 벌어진 상황에서도 진필중을 투입했으나 오히려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5-3까지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1차전에서도 부진했던 진필중은 예년 같았으면 마무리 자격을 상실했겠지만 김인식 감독은 이번엔 끝까지 밀어주기로 했다. 이것이 한국시리즈에서 철벽 마무리로 떠오를 수 있었던 기폭제가 되었다.

2차전을 승리로 잡은 두산이었지만 중심타선에 있던 김동주의 부진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희생번트까지 지시했을까. 그나마 하위타선의 안성기 트리오가 11타수 8안타 3득점 5타점을 합작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기우였다.




27. [2001 PO 3차전] 안성기 트리오 '말이 필요없다'


현재 스코어는 0-4.

현대 선발투수 마일영의 호투는 계속되었고 신철인, 전준호 등 막강한 불펜투수들이 즐비한 현대 마운드를 고려하면 결코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한 점만 나면 해볼 만할 텐데. 

아쉬움 속에 계속되던 경기는 5회말 홍성흔이 마일영의 변화구를 통타, 솔로홈런을 만들었고 이도형이 안타로 출루하며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이어서 홍원기가 볼넷으로 걸어나가 무사 1,2루의 찬스가 만들어졌다.

현대는 흔들리던 마일영을 빼고 전준호를 투입,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긴장한 상태로 올랐던 전준호가 연속 폭투를 범하면서 한 점 내주고 말았다. '12승 투수'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타석에 있던 정수근이 두 번째 폭투 때 볼넷이 되자 1루로 뛰는 것을 포수 박경완이 뜸을 들여 2루까지 진루시킨 것이었다. 정수근의 재치가 역전까지 이어진 촉매제가 된 것이다.

이어진 찬스에서 장원진이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로 경기는 4-4 동점이 되었고 김동주의 희생플라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두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6회말 홍원기의 솔로홈런으로 6-4로 달아났다.

현대도 추격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주루사 하나로 흐름이 끊어지고 말았다. 7회초 연타로 찬스를 만든 후 이숭용의 적시타 때 박종호는 홈인했지만 3루로 내달리던 박재홍이 정수근의 호송구에 걸리면서 아웃되고 만 것이다.

위기 뒤엔 기회가 오듯 곧바로 이어진 7회말에서 안경현이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투런홈런을 터뜨려 승부의 추를 두산 쪽으로 기울게 했다. 가을의 전설을 만들어낸 안성기 트리오가 한 경기에 모두 홈런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한 라인업에 세 명이나 '미쳤으니' 당해낼 팀이 어디 있겠는가.

스코어는 8-5. 여기에 진필중이 다시 올라왔다. 진필중은 달라져 있었다. 확실하게 마무리 지으면서 감각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두산은 기막힌 역전으로 3차전을 잡아냈고 다음 날 펼쳐진 4차전에서도 홍원기의 솔로홈런(3게임 연속홈런)과 이도형의 스리런홈런, 우즈의 솔로홈런 등 막강한 파워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으면서 한국시리즈행을 자축했다. 

플레이오프 MVP는 홍원기가 유력했지만 안경현으로 선정됐다. 

이젠 한국시리즈다. 원년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던 삼성을 프로야구 20주년이 되서야 다시 만나게 되었다.




⑦편에서 한국시리즈 개막!!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adamyoon_ml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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