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27 03:01 / 기사수정 2008.09.27 03:01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90년대 중반 이후로 한국프로야구는 침체의 길을 걸었습니다. 95년 540만의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을 때만 해도 프로야구는 한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로 여겨졌었습니다.
그러나 96년부터 야구팬들의 감소는 꾸준하게 진행됐습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박찬호(35, LA 다저스)의 탄생은 야구팬들의 눈을 한층 높였습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 연일 승수를 쌓아나가는 박찬호의 모습과 그 뒤를 이은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등의 메이저리그들의 활약에 눈과 귀가 모아졌고 자연스럽게 한국 프로야구에 열광하는 팬들은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80년대와 90년대 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인기종목으로 자리 잡았던 야구의 시대는 쇠퇴의 길을 걸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축구가 단군건국이래 최고의 이슈를 불러일으키면서 바야흐로 축구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많은 어린 유소년들은 야구대신 축구에 더 흥미를 느꼈으며 자연스럽게 축구를 하겠다고 몰려드는 학생들은 많았지만 배트와 글러브 등의 복잡한 장비를 구축하고서 야구를 하겠다는 꿈나무들은 점점 줄어만 갔습니다.
2006년에 벌어진 제1회 WBC 야구대회에서 한국 팀이 4강에 진출하며 월드컵에 이은 붐을 일으켰지만 국내 리그의 흥행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야구의 부활은 지난 2007 시즌부터 조심스럽게 일어났고 마침내 올해에 들어서서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란 인기구단의 호성적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
2008년은 단연 '야구의 해'라 불려도 무방합니다. 프로야구 시즌 초부터 제리 로이스터란 이방인 감독이 사령탑을 맞은 롯데 자이언츠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해 구도인 부산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습니다.
비록, 롯데와 함께 최고 인기구단 중, 한 팀인 LG 트윈스가 부진에 빠졌지만 같은 서울 연고팀인 두산 베어스의 선전이 롯데 자이언츠에 이은 흥행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전신이 쌍방울 레이더스로 전주에서 인천으로 연고지를 옮긴 SK 와이번스는 시즌 내내 1위를 질주하는 호성적을 냈지만 토종 연고지 팀이 아닌 이유와 팬들이 원하는 야구에서 거리가 있다는 반감, 그리고 욕설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윤길현 사태로 인해 안티 팬들도 양성했었습니다.
그러나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의 과학적이고 정교한 야구가 빛을 발하며 SK는 줄곧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여기에 구단의 스포테인먼트가 빛을 발하며 인천 연고지 팀 사상, 처음으로 70만 관중 동원에 성공했습니다.
롯데와 두산, LG, 그리고 SK는 한국프로야구가 다시 살아나는데 공로를 세운 팀이었으며 8월동안 손에 땀을 쥐는 극적인 승부로 전 국민들을 열광시킨 올림픽 야구대표팀의 금메달 획득 소식은 야구의 인기를 하늘을 찌르기 만들었습니다.
특정 구단에게만 치우친 관중 동원, 열악한 구장 환경도 개선돼야
롯데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130만 관중을 동원한 팀으로 한국야구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롯데가 올 시즌에 동원한 132만 6213명은 삼성과 한화, 그리고 기아와 히어로즈 구단이 동원한 관중을 모두 합산한 133만 9667명과 거의 흡사한 수준입니다.
한 마디로 롯데 구단 한 팀이 중, 하위권에 있는 네 팀이 합한 관중들을 동원한 것입니다. 물론, 미국과 일본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팀의 관중 동원 능력은 다른 구단에 비해 압도적입니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에서 나타나고 있는 롯데와 LG, 두산에게 나타나고 있는 관중 몰림 현상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올해는 롯데의 선전으로 500만 돌파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내년에도 롯데의 돌풍의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약 롯데나 두산과 LG 같은 팀들이 부진에 빠진다면 500만 돌파는 계속 이어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롯데와 두산, 그리고 LG와 SK가 관중 동원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3만 명을 동원할 수 있는 구장의 환경이 받쳐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구 비례수가 관중동원에도 영향을 미치듯 서울과 부산에 비해 인구수가 떨어지는 대구와 광주, 그리고 대전 등이 100만에 육박하는 관중들을 동원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쾌적한 구장은 자연스럽게 관중들을 불러 모으고 훌륭한 시설 속에서 이루어지는 구단의 팬서비스 행사와 마케팅은 팬들의 호응을 불러 모을 수 있습니다. 한국야구사에 있어서 전통적인 강팀으로 군림해온 삼성과 기아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대구구장과 광주구장 같은 시설 속에서 경기가 벌어진다면 쉽게 야구장으로 발길이 가는 팬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팬들을 야구장으로 오게 만드는 방법은 미국과 일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지역의 특색과 규모에 맞게 아름다운 구장을 건립해서 관중 동원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 팬들이 야구장에서 와서 단지 관전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닌, 즐기고 갈 여러 가지 이벤트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에 가족 단위로 가장 선호하는 여가 장소는 바로 야구장이 되었습니다.
한국야구의 특성과 구단의 사정으로 당장 새 구장 건립이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대구와 광주구장 같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환경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가 표방한 스포테인먼트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단순히 야구 경기만 보여주고 팬들을 불러 모으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스포츠 외에 즐길 거리가 많아진 현 시대에서 야구팬들의 발길을 구장으로 향하게 하려면 팬들이 선호하는 기호를 조사하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발상이 필요합니다.
또한, 승부에만 연연하지 않고 진정으로 팬들을 위한 경기를 펼쳐야 합니다.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불필요한 행동을 줄이고 타자들도 경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자질구레한 모션들을 없애야 할 것입니다.
잠시라도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현 시대의 추세를 고려 할 때. 한국프로야구도 미국야구처럼 경기 시간을 줄이고 한층 스피디하게 진행해야합니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롯데 같은 인기구단의 선전으로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고 해서 자만하고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야구가 관중동원에 성공한다고 장담 할 수 없습니다.
2008년에 일어난 500만 돌파는 '만족'이 아닌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져야 합니다. 특정 구단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전통의 강호였던 삼성과 기아 구단들의 재도약과 히어로즈를 온전한 구단으로 바꾸는 일도 올 시즌이 끝나면 부지런히 수행해야 될 과제입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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