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100점 만점에 50점. 엘이 본인의 연기에 내린 점수다.
그룹 인피니트 엘은 MBC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을 통해 첫 사극에 도전했다. '군주'는 조선 팔도의 물을 사유화애 강력한 부와 권력을 얻은 막후조직 편수회와, 그에 맞서 싸우는 왕세자 이선(유승호 분)의 사투를 그린 드라마다. 엘은 극 중 왕세자 이선을 대신해 가짜 왕 노릇을 하는 천민 이선으로 분해 사랑 때문에 진짜 왕이 되려하는 욕망에 불타는 캐릭터를 소화했다.
천민 이선은 변화 폭이 크고 복잡한 역할이었다. 또 캐릭터가 점차 악에 받칠수록 엘 역시 더 강하고 격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이 때문에 엘은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고. "물고문 신에서 소리도 많이 지르고 텐션이 높았다. 속이 아파서 응급실을 갔는데 위경련이라고 하더라. 링거를 맞고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갔다. 또 짐꽃환을 먹고 괴로워하는 연기를 하다가 눈 실핏줄이 터진 적도 있었다."
말 그대로 몸 사리지 않고 연기했다. 엘은 "'군주'를 하게 된 것도 천민 이선이 변화하는 모습에 끌렸기 때문"이라며 "감정의 폭이 넓고, 아역과 성인 연기를 해야 했고, 다른 주연과 달리 천민에서 왕까지 연기했다. 사극 어조와 톤, 발성, 자세 연구를 많이 했다. 영화 '광해' 등 다른 작품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또 바쁜 촬영 중에도 꾸준히 연기 레슨을 받으면서 자기를 점검했다고도 전했다.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점차 적응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한다. 또 눈빛과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을 알게 돼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 이런 엘의 노력은 시청자가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가 '군주'를 봤고, 평소 아이돌 엘을 몰랐던 시청자들은 '좋은 배우를 발견했다'는 호평을 남겼다. 하지만 엘은 여전히 아쉽다며 "다음에는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할 거 같다. 그래도 이번에 엘, 김명수가 아닌 천민 이선으로 보였다는 댓글이 많아서 고마웠다. 작품과 캐릭터로 기억되는 게 저의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 작품에서 짝사랑을 했던 엘은 이번 작품에서도 짝사랑에 그쳤다. 엘은 "로맨스 대신 다른 걸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망, 권력욕, 사랑을 갈망하는 것 등을 연기할 수 있었다.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로맨스도 좋지만 장르물을 하고 싶다. 감정 표현이 센 캐릭터, 사연 많은 캐릭터. 말하자면 현대판 이선 같은 캐릭터에 욕심이 난다."
만족하는 점이 있다면 아쉬운 점도 있을 터다. 엘은 많은 시청자가 느낀 것처럼 천민 이선의 감정에 완벽하게 공감하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갔다고 생각하고, 저도 처음엔 감독님과 작가님의 방향이 잘 이해가 안 됐다. 그래도 연기하다 보니 대목이라는 존재가 위에 있고, 이선은 자기편 한 명 없이 외로운 와중에도 살아남았다는 게 곧 천민 이선의 천재성이라고 생각한다. 또 처음부터 나쁜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죽기 전에는 세자와 대립하고 가은이를 얻으려고만 했던 걸 후회하는 장면은 충분히 감정을 이입했다."
자기 연기에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자 엘은 굉장히 겸손하게, 100점 만점에 50점을 줬다. 엘은 "잘했던 신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선배님들 사이에서 연기하다 보니 더 그랬다. 지금은 50점이지만, 차차 채워나가서 100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lyy@xportsnews.com / 사진 = 서예진 기자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