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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MLB 출신'이 최희섭의 모든 것이 아니다

기사입력 2008.09.17 04:13 / 기사수정 2008.09.17 04:1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올 2008년도의 스포츠를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야구의 해'였습니다. 프로야구 전반기는 롯데 자이언츠라는 최고 인기구단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많은 관중들이 야구장을 다시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윤길현의 욕설파문과 이에 대한 구단의 적절치 못한 대처로 많은 팬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한국야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명장인 '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는 최강 팀으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또한, 시즌 후반에 들어서면서 삼성과 기아, 한화 등이 펼친 4위 싸움도 팬들의 흥미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2008년도를 야구의 열광으로 몰아넣은 사건은 단연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사건이었죠.

이러한 뜻 깊은 일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기존의 팬들과 새로운 팬들, 그리고 야구장을 떠났던 관중들까지 모두 한국프로야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찬연한 빛이 있으면 당연히 음지도 있는 법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메이저리거라 불리는 해외파 출신 선수 몇 명이 한국프로야구에서 그리 재미를 보고 있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야구의 '빅 리그'라 불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제법 활약하다 온 선수들이 왜 한국프로야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의 중심에 있고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최희섭(29, 기아 타이거즈)을 보면 납득이 가는 몇 가지 이유들이 속속들이 나타납니다.

빅 리그에서의 문제점은 국내리그에도 그대로 이어져

최희섭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부분에 대해 적지 않은 야구팬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이너리그 때의 최희섭은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강타자 중 한명인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와 함께 가장 촉망받던 유망주였습니다.

최희섭이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았던 이유는 198cm의 거구에 장타력을 갖췄으면서도 볼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카고 컵스 시절, 파울볼을 잡기위해 전력을 다해 볼을 쫓아오다가 뇌진탕을 당해 실려 나갈 만큼 허슬플레이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LA 다저스 시절에는 한 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을 쳐서 미국 전역의 매스컴을 타고 소개된 적도 있었습니다. 한 시즌 홈런 15개 이상을 친 적이 두 번이나 있었고 풀타임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면서 간간이 좋은 모습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할 때, 최희섭이 크게 부풀려진 선수나 전혀 재능이 없었던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최희섭이 자신에게 닥쳐온 시련에서 늘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부상은 어느 선수에게나 찾아오는 것이고 자신의 약점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면 그것을 스스로 보완해 나가는 근성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서 최희섭은 미국에서도 확실하게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빠르지만 제구가 안 된 볼은 놓치지 않고 때려내 장타로 만들어 내는 능력은 있었지만 변화구에 대처능력은 영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변화구를 잘 치는 진정한 타자로 거듭나려면 야구선수는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해 낼 줄 아는 '명민함'과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으로 오면서도 고스란히 반복되었습니다. 최희섭은 지난해 시즌 초에 기아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입단하자마자 늑골 골절상을 입으며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자신이 발휘할 능력치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부상을 당하게 된 원인은 국내무대에 대한 준비 부족과 제대로 몸이 만들어지지 못한 채 시즌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 구단에게 버림을 받고 한국 무대에 대비할 정신적인 여유가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비해 결코 만만치 않은 한국야구의 환경과 레벨을 알았다면 여기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가 최희섭에게 필요했을 것입니다.

부상이 생긴 것은 선수에게 가장 불운한 일이고 치명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부상이 모든 선수들의 변명으로만 적용된다면 이것을 극복하고 좋은 업적을 달성한 선수들의 노력은 빛을 잃게 됩니다.

한국식 훈련에 적응하기 어렵다?

집단적으로 움직이고 엄청난 양의 한국식 훈련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해외파 선수들이 많습니다. 이 문제는 최희섭의 문제일 뿐만이 아니라 같은 팀의 서재응(32)과 두산의 김선우(32, 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자율 야구가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 미국의 환경에 익숙해졌다면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한국식 야구에 쉽게 적응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해외파 출신으로 한국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봉중근(28, LG)과 송승준(28, 롯데)도 한국데뷔 첫해에는 모두 성적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해외파 선수들이 국내리그에 적응하려면 최소한 1년을 소화해야 하고 선수의 적응여부에 따라 그 기간이 늘어나거나 줄어듭니다. 이 문제는 외국인 선수의 한국 야구 성공 문제와도 비교됩니다. 그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는 한국식 야구에 얼마나 적응을 잘 하느냐에 따라서 외국인 선수들의 명암이 엇갈립니다.

아무리 중, 고교를 한국에서 보냈다고는 하지만 5년이 넘는 기간동안 미국에서 생활하고 국내에 복귀했다면 한국식 야구에 새롭게 적응을 해야 합니다. 최희섭은 미국에서 8년을 보냈고 한국무대로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훈련량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알 수 없는 두통을 호소하며 연습다운 연습을 하지 못한 최희섭의 ‘미스터리’는 숱한 논란을 낳았습니다. 한국으로 귀국해 진단을 받았지만 결론은 '아무 이상이 없다'라고 내려졌습니다.

여기에 대한 꾀병설에 대해 최희섭은 극구부인하고 있지만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야구스타일이 전혀 다른 한국과 미국에서 오는 근본적인 차이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요소들을 선수 스스로가 극복해 내느냐는 문제입니다. 만약 유망주라면 선수 본인보다는 구단과 환경 탓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희섭은 분명히 메이저리그 출신이란 '경력'으로 거액을 받고 입단한 '프로 선수'라는 것입니다.

기아 구단에서는 최희섭의 회복을 위해 나름대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거액을 주고 데려온 선수인 만큼, 지금 이대로 내버려둘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죽했으면 기아는 "최희섭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량보다는 정신적인 문제이다. 그저 안 되면 쉽게 주저앉으려는 자세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밝힐 정도로 최희섭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타격의 기술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최희섭은 약점이 많은 선수입니다. 2006년 WBC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끌던 김인식(한화 이글스) 감독은 최희섭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만큼, 타격에 대한 기술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임팩트가 느리고 배트의 파워를 볼에 그대로 실어서 때리는 기술 등이 최희섭에게 부족합니다. 단순히 파워만 뛰어나고 볼을 참아내는 인내력만 뛰어다나면 좋은 타자로 발돋움하기가 어렵습니다.

최희섭이 미국 무대에서 때려낸 대부분의 홈런은 전부 빠른 직구를 쳐서 담장 밖으로 넘겼습니다. 그러나 미국에 비해 변화구와 유인구 구사율이 높은 한국프로야구는 최희섭이 쉽게 쳐 낼 수 있는 실투성 직구를 쉽게 던져주지 않습니다.

구단과 팬들에게 좀더 의미 있는 따스한 성원을 받고 싶다면 이제 최희섭 스스로가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부진에 빠졌거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에게 이어지는 격려의 응원은 '아낌없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적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끈질기게 승부욕을 불태우는 패자들에게 팬들의 성원은 이어집니다.


[사진 = 최희섭 (C)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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