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곽도원 기자] 이번에도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월드컵 최종예선의 첫 상대인 북한을 맞아 1대1 무승부를 기록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력으로 또다시 네티즌의 냉소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멋진 경기로 축구팬들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던 선수들의 각오는 다음달 UAE전으로 미루게 되었고 대표팀은 분위기를 쇄신할 돌파구가 다급해졌다.
예상된 상대
북한이 이번 경기에서 어떤 식으로 경기에 임할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 가능했다. 우리는 북한의 변함없는 경기스타일을 올해만 벌써 세 번을 봐왔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들 역시 한목소리로 같은 예상을 했었고 그 예상은 이번 최종예선에서 또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대표팀을 소개하는 기사에 빠지지 않고 언급되었던 정대세와 홍영조, 문인국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북한의 공격진을 구성했고 5명 이상의 벌때수비 역시 그대로 이어졌다. 심지어 수비 후 역습 패턴까지 예전 경기스타일 그대로 이어졌다.
북한의 공격 패턴은 금새 읽힐 정도로 단순하다. 일단 상대의 공격을 수비진의 숫적 우위를 이용해 막아낸 뒤 전방에 홀로 포진해있는 정대세에 이어준다. 동시에 양쪽의 문인국과 홍영조는 터치라인을 따라 쇄도하면서 볼을 공급받아 다시 크로스를 이어주고 이를 정대세와 중앙 미드필더진이 받아먹는 단순한 공격패턴만으로 90분을 지탱하는 것이다.
이는 개개인의 기량이 떨어져 순간순간의 임기응변이 약한 북한대표팀이 다양한 패턴보다 학습된 플레이를 통해 익숙한 장면을 연출해 나가면서 한방을 노리는, 전력이 열세인 팀의 전형적인 경기방식이다. 동시에 올해 세 번의 남북대결에서 보여준 방식이기도 하다.
결국 하나에서 열까지 북한은 우리대표팀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반복된 결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해 무려 네 번이나 무승부를 기록한 대표팀의 대북(對北) 전적의 원인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바로 이날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김두현의 움직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날 김두현은 기성용과 함께 공격적인 패스를 통해 대표팀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패스를 받아야 할 공격진의 폭넓은 움직임이 부족했고 결국 전진패스 타이밍을 잡지 못한 김두현은 직접 드리블을 하거나 후방으로 볼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상대의 느린 경기템포에 장단을 맞춰준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경기 도중 김두현이 직접 공격수의 움직임을 이야기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대표팀 공격진의 활동량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매 경기 지적을 받고 있는 전술의 부재다. 이미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네 번이나 무승부라는 반복된 결과가 나오고 있는 점은 분명히 따져 짚어야 할 점이다. 빠르고 세밀한 패스로 북한의 느린 리듬에 말려들지 않겠다던 허정무감독은 이번 경기에서도 여지없이 말려드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를 먼저 가르쳐 주고 친 시험에서 오답을 낸 격이니 완전한 전술적 실패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원톱 선발 출장한 조재진은 특별한 슈팅찬스 없이 상대 리듬만 타다 후반 교체된 점은 경기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제 남은 북한과의 경기는 내년 4월 홈에서 치러진다. 그때까지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은 어떤 새로운 해법을 들고 북한을 상대할 지 현재는 미지수다. 그러나 대표팀 내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은 이미 불가피 한 것으로 보인다.
곽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