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04 09:13 / 기사수정 2008.09.04 09:13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KIA가 삼성을 잡았다.
KIA는 전날의 패배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이 더욱 희미해졌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직은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팬들은 아직도 KIA가 가을에도 야구 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국, KIA는 7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총력전을 펼친 끝에 사자와의 승부를 1승1패 원점으로 돌렸다. 전날 패배로 3게임까지 벌어졌던 승차가 다시 2게임으로 줄어들었다. 아직은 해볼 만하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양팀은 모두 용병투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삼성은 메이저리그 출신 에니스를 마운드에 올렸고 KIA는 디아즈로 맞붙였다. 시작은 KIA가 좋아 보였다. 1회 초 톱타자 이용규가 중전 안타를 쳐냈고 김원섭과 최희섭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만들어낸 1사 만루 상황에서 5번 타자 나지완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2회 말 1사 3루에서 현재윤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허용했고 3회 말에는 박한 이와 우동균을 연속으로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화를 자초하더니 결국 만루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최형우에게 우익선상 2타점 2루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뒷심부족을 드러내며 주저앉는 줄 알았다.
더구나 12연승에 도전했던 3위 롯데와 마운드가 무너진 4위 한화, 그리고 5위 삼성 모두 패함으로써 KIA와의 승차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희소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삼성에서는 선발 에니스를 비롯해서 안지만과 조현근, 조진호, 백준형 등 5명의 투수가 경기에 나섰고 KIA에서도 선발 디아즈를 비롯한 임준혁과 서재응, 문현정과 손영민, 이범석과 한기주 등 7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특히 7회에 투입된 이범석은 2이닝 동안 6타자를 상대하며 무안타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를 보여주었다. 삼진은 2개를 곁들였다.
올 시즌 이범석은 23경기에 나와서 7승 7패를 기록하고 있다. 팀 내에서 윤석민 다음의 성적이고 리그 전체로도 공동 15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평균자책은 2.61로 팀 내에서는 한기주와 윤석민에 이어 3위의 성적이나 리그 전체로 보면 2위의 성적이다.
마무리 전문 한기주가 제외되는 까닭이다. 평균자책만 놓고 보면 롯데의 손민한이나 SK의 김광현, LG의 봉중근, 한화의 류현진보다도 좋은 기록이다. 이범석은 올 시즌 삼성전에 3번 나와서 2승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범석과 삼성의 인연이 각별한 것은 지난 7월 4일 대구경기 때문이다.
그날 삼성은 또 하나의 치욕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올 시즌 SK에게 사상 최다 완봉패(6월 1일)를 당하기도 했고 LG에게는 시즌 최다실점과 최다점수 차(6월 26일)라는 기록까지 남겼었지만 그를 능가하는 또 하나의 기록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뿐. 그 아웃카운트가 다하기 전에 하나의 안타라도 때려내지 못하면 명문 구단 삼성은 또 하나의 오명을 역사에 남기게 될 것이었다.
그렇다. 삼성은 KIA의 선발투수 이범석에게 막혀 9회 말 투아웃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쳐내지 못했던 것이다.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래 11번째 '노히트 노런'이 탄생하려는 순간이었다.
삼성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KIA로서는 아쉽게도 9회 말 투아웃에서 나온 박석민의 내야 땅볼이 아슬아슬하게 안타로 처리되었다. 그 하나의 내야 땅볼로 '노히트 노런'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삼성과 KIA 이범석의 악연은 일종의 고리처럼 묶일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사자 잡는 아기 호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 시즌 KIA와 삼성의 상대전적은 9승 7패로 KIA가 앞서고 있다. 남은 경기도 단 2경기에 불과하다. 과연 이범석은 남은 삼성전에서도 계속된 활약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사자가 겁 모르고 날뛰는 아기 호랑이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게 될 것인가. 아기 호랑이 이범석과 삼성의 시즌 최종전이 펼쳐지게 될 대구의 9월 18일 경기가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다.
[사진(C)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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