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8.29 11:38 / 기사수정 2008.08.29 11:38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과연, 이곳이 중국이 맞나?'
야구 최강 미국과 아마 최강 쿠바, 그리고 영원한 숙적 일본을 모두 연파하고 올라온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이제 쿠바만 넘으면 금메달을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베이징에 오기 전 잠실에서 가진 친선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고, 본 경기에서도 이미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는 터라, 그러한 기대심리 때문인지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교민들과 한국에서부터 날아온 응원단의 열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한 열기를 반영하듯 경기장 밖에서 거래되는 암표의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솟았다.
드디어, 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의 시작의 서막이 열렸다. 1루와 3루를 가득 메운 한국 응원단은 극소수에 불과한 쿠바 응원단을 제압하기에 충분했고, 마치 2002년 월드컵이 오버랩될 만큼의 파괴력을 자랑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손민기(21), 서성은(28), 강성현(21), 조해나(22), 박기연(22), 이준선(21), 김하림(23), 유선이(22), 이승언(28)]
1회부터 '라이언킹' 이승엽의 선제 2점포가 불을 뿜었다. 예선기간 동안 극악의 부진으로 속병을 앓아야 했던 이승엽은 역시, 해결사답게 준결승 일본전에서부터 되살아났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이승엽의 선제 투런포와 '괴물' 류현진의 호투 속에 결국은 3-2로 살얼음판 승부에 종지부를 찍고 금메달을 따냈다.
9전 전승을 기록하며 한국야구의 위대함을 세계에 널리 알린 한국 야구대표팀에게는 든든한 '10번째 선수들'이 늘 곁을 지켰다. 바로 한국에서부터 중국으로 원정온 응원단들이 그들이다. 이에 3루관중석에서 열렬히 '대한민국~'을 외치며 야구 대표팀을 수호해온 응원단들을 우커송 야구장에서 금메달 시상식 직후에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하림(23, 숙명여자대학교), 유선이(22, 청주대학교), 조해나(22, 경원대학교), 박기연(22, 동아대학교)]
박형규 기자, 이하 박] 베이징올림픽 응원단에 지원해서 온 계기가 있다면?
김하림]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가 앞으로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올림픽, 그 역사의 현장 속에서 그 열기를 직접 느낀다는 것, 상상만 해도 즐거웠습니다. 그러지 못해왔던 게 항상 한이었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딸이나 아들이 ‘엄마 베이징 올림픽은 어땠어?’라고 물어봤을 때 ‘엄만 그냥 집에서 TV 봐서 잘 몰라. ’라고 하는 건 좀 시시하잖아요.
박기연] 가까운 중국에서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열린다니깐 텔레비전으로가 아닌 직접 그 열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어요.
박] 역사적 현장에 직접 몸담은 기분이 어땠나요?
박기연] 제가 88년 올림픽 할 때 태어났는데 제가 커서 이렇게 올림픽을 실제로 본다는 게 경이롭기도 하고 신기했어요.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조해나] 저는 야구장에 처음으로 간 거였어요. 제게 있어서는 처음으로 본 야구경기가 기록에 남을만한 야구경기여서 뿌듯해요. 올림픽경기에서 없어진다는 게 너무 아쉽긴 하지만 제 기억 속엔 한국인들의 기억 속엔 평생토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예요.
박] 9회말 1아웃 만루의 위기, 안타 한방이면 역전당하는 상황인데 그때 심정이 어땠나요?
김하림] 너무 긴장되고 걱정돼서 배도 아프고 손이 떨리고 식은땀까지 났어요. 우리 선수들도 그때 긴장됐겠지만, 저도 초긴장상태였죠. 질 것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항상 드라마틱한 승리를 해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유선이] 한국이 졌다고 생각했고, 쿠바응원단들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은메달에도 만족한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을 병살타로 처리해서 정말 놀랬고 눈물이 절로 났습니다.
박] 한국이 금메달을 딴 순간에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유선이]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우리나라 야구가 세계최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올림픽에서 야구가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 마지막 야구에서 금메달을 땄으니 정말 너무 기쁘고 우리 야구단이 멋져보였습니다.
조해나] 병살로 이겼을 때 그 순간은 정말 온몸에 닭살이 돋으면서 소리지르는데 하늘에 붕 뜬 느낌이었어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죠.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주체할 수 가없었습니다.
박] 금메달 시상식 후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한국인으로서 어떠한 기분이 드셨나요?
박기연]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펴지는데 정말 '나는 이렇게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절로 애국심이 샘 솟아났습니다.
유선이] 경기장에서 애국가가 나오고 HOT의 행복노래가 나올 땐 한국인이란 게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큰 나라들을 모두 제친 우리 이 작은 나라 한국이 너무 위대하고 자랑스러워서 눈물이 났어요. '하면 된다' 라는 생각과 끈질긴 노력과 피나는 연습을 한 우리 대한민국선수들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이들 응원단들은 경기가 끝난 후, 바로 경기장을 빠져나오지 않았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단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 경기장 뒷정리에도 참여하며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만방에 알리며, 야구장의 중국인 올림픽 자원봉사단들을 감동시켰다.
이들을 포함한 한국응원단과 현지의 한국 교민들의 응원 열기는 경기가 끝난 한참 후에도 끊기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 바깥 우커송 지하철 역 주변에 모든 한국인들이 모여서 '대한민국~'을 외쳤고, 함께 얼싸 앉고 아리랑을 부르며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야구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으로 딴 금메달이지만, 이렇듯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의 곁을 항상 지켜온 대한민국의 응원단의 힘없이는 이러한 쾌거도 없었을 것이다.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 마지막이었던 이 역사의 현장에서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한 야구 대표팀 선수들과 '10번째 선수들'인 대한민국 응원단은 올림픽 역사의 한편에 길이길이 자리 잡을 것이고,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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