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장지영기자] 김호감독 5경기 출장정지 중징계에 이어 이번에는 퇴장만 2명
대전시티즌이이 컵대회 6강 진출의 고비에서 연달아 악재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안방에서 벌어진 성남일화의 대결과정에서 고종수가 퇴장을 당하고 사령탑 김호감독이 5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받는 악재를 맞이했던 대전. 여기에 올림픽 휴식기 이후 정규리그 첫 대결로 벌어진 전남드래건즈와의 홈경기에서는 자책골로 또 한 번 승리를 내어준데다, 컵대회 첫 대결로 맞이한 대구FC와의 원정길에서는 2명의 선수가 퇴장당하는 불운을 맞이했다.
전반, 악재의 전주곡
8월 27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삼성하우젠컵2008 8라운드 대결은 대전에게 있어 더없는 고비였다. 대전이 B조 4위라고는 해도 2위인 전북현대의 승점차가 2점에 불과한데다 3위인 울산현대가 성남과 맞붙은 덕분에 경우의 수만 잘 들어맞았다면 단숨에 조 2위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였던 탓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원정길에 오르는 대전의 각오도 남달랐던 상황.
그러나 전반 30분을 전후해 홈팀에게 연이어 코너킥을 내주기 시작하면서 악재의 전주곡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대전 문전에서 벌어진 혼전 상황이 문제였다. 결국, 전반 36분 에닝요의 슈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인 악재가 시작된다. 골을 막는 것까진 좋았지만 공을 멀리 빼내는 데는 실패하면서 대전 골문 앞에서 양 팀 선수들이 엉켜 쓰러진 것.
이 과정에서 대전의 황병주가 고의성이 의심되는 움직임으로 흘러나온 공을 멈추면서 대구에 페널티 킥이 주어진 순간 대전의 컵대회 악재는 다시 한번 찾아왔다. 온몸을 날려 공을 멈춘 것 까지는 좋았지만 공을 누른 것이 황병주의 양 팔이었던 것. 여기에 에닝요의 슈팅이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대전의 항의가 더해지면서 경기는 단숨에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대전의 벤치에서는 에닝요의 슈팅이 이미 오프사이드였다는 주장과 함께 심판의 페널티킥 선언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양동원 골키퍼를 골문 밖으로 나오게 하는 등 경기 보이콧 상황까지 연출한다.
이 과정에서 대전은 겨우 7분 만에 무려 4장의 경고를 받는다. 이미 전반 34분 최근식이 경고를 받은데다 핸들링 파울을 범한 황병주에게도 경고가 주어진 가운데 이런 실랑이 결과 양동원 골키퍼까지 경고를 받게 된 것. 이어 페널티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권집마저 경고를 받으며 전반에만 4장의 경고를 기록하는 대전이다.
게다가 대구의 페널티 킥은 그대로 골로 연결된 것이 아니었다. 키커로 나선 에닝요의 슈팅을 잘막아내고도 흘러나온 볼 처리에 실패한 덕분에 내주고 만 것이었다. 조금만 더 침착하게 대응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던 골이었던 셈.
그러나 전반의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반 44분, 대구 좌측에서부터 역습을 위해 올라오던 진경선이 대전 김민수의 고의적인 가격으로 쓰러진 것이다. 이 감정적인 플레이로 인해 김민수는 퇴장을 당하고 대전은 11-10의 수적 열세까지 감수하게 됐다. 악몽은 시작된 것이었다.
후반, 악재는 마지막까지
사실 후반전의 주도권은 대전의 것이었다. 비록 선취골을 내준데다 한 명이 퇴장을 당하긴 했지만 대전의 선수들은 경기의 흐름을 자신들에게로 끌어오는 듯했다. 이러한 양상은 대구의 두 번째 골이 터진 뒤에도 변화가 없었고, 실제로 대전은 후반 33분 바우텔의 만회골로 다시 한 골 차로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 경기 주도권만 따진다면 오히려 더 우세한 상황이었음에도 단 몇 번의 역습에 무너진 것이 화근이었다. 후반 30분을 기점으로 황선필, 하대성, 백영철을 각각 조형익, 최종혁, 임현우로 교체한 대구는 그야말로 총공세를 펼친다. 대구 특유의 빠르고 활발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맹공세를 막아내기에는 대전의 수적 열세가 뼈아팠다. 만회골 직후 1분 만에 터진 대구의 세 번째 골 역시 대전이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에닝요의 쇄도를 잘라내지 못한 끝에 나온 것이었다.
3-1이라는 스코어만으로도 충분히 속이 쓰리건만, 종료를 앞두고 대전은 또 한 명의 선수가 퇴장 당하는 악재를 맞이한다. 전반 핸들링 파울로 이미 경고를 받았던 황병주가 후반 45분 또 한번의 경고를 더하면서 퇴장을 당한 것. 11-10으로도 버거웠는데 11-9로 수적 열세만 가중된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추가시간을 마무리 지은 대전이다.
이날 대결에서 대전은 전후반 통틀어 경고만 5장, 퇴장은 경고 누적까지 포함해 2명을 기록한다. 선수층이 얇기로 소문난 대전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악몽 같은 기록들이다.
당장 퇴장을 당한 김민수와 황병주는 광주와의 다음 경기에 출장할 기회마저 박탈당했고, 팀 만회골에 기여한 최근식 역시 오늘 경고로 대회 5번째 경고를 기록하며 다음 경기 출장 정지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고종수 역시 지난 성남전에서의 퇴장이 경고 누적 퇴장이 아닌 터라 2경기 출장정지의 상황이긴 마찬가지. 대전으로서는 광주와의 경기에서 무려 4명의 전력 누수를 감내해야 한다. 상대가 조 최하위라고 하지만 안심은커녕 엔트리 구성에 고심을 해야 할 상황인 셈.
그뿐만 아니라 광주상무와의 대결 중 경고 상황에 따라서는 울산과의 마지막 대결에서도 대규모의 전력 누수를 각오해야 한다.
판정 탓인가, 흥분 탓인가?
K-리그 14개 팀 중 가용 선수층이 얇기로 악명높은 대전으로서는 컵대회 막바지 몰아치는 악재가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판정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그 순간의 감정적인 대처가 안타깝기도 마찬가지.
대구와의 대결에서 불만스러운 판정이 있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구 역시 문제를 제기할만한 판정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악재의 일부는 대전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물론 대전은 이미 이전부터 여러 번 판정으로 인한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니 그들이 불만스러운 판정에 대해 격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대구와의 대결에서 대전이 일단 판정에 수긍하고 이렇다 할 추가 판정 없이 경기를 이어갔다고 해도 이런 악재를 맞이했을까? 대전은 후반전의 대부분을 주도했지만 그들이 주도권을 놓친단 2번의 순간으로 인해 무너져야 했다. 바로 그 순간 대전의 선수가 11명이었다고 해도 무너졌을까?
이미 악재란 악재는 있는 대로 뒤집어 썼고 가장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거라던 B조 6강 진출 팀의 윤곽도 드러났다. FA컵은 일찌감치 손을 떼고 남은 것은 정규리그 하나뿐인 지금, 과거의 불운만 곱씹기에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줄을 잇는 악재? 한길만 달려보자. 내달리기 시작하면 그딴 것쯤 바람과 함께 날아갈 테니.
[사진=(C) 엑스포츠뉴스 임우철 기자]
장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