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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 프로야구가 여전히 흥미진진한 이유

기사입력 2008.08.27 10:31 / 기사수정 2008.08.27 10:31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길었던 여름잠에서 깨어난 거인과 사자는 힘찬 기지개를 켜며 다시금 힘을 얻었지만 호랑이는 맹위를 떨치기도 전에 꼬리부터 내려야 했다. 

올림픽 전승 우승과 금메달이라는 위업으로 야구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어젯밤, 이들 세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7월 30일 삼성에 빼앗겼던 4위 자리를 되찾은 롯데는 올림픽 휴식을 앞두고 4연승을 달려왔다. 더구나 그 상대팀도 3위 한화(1승1패)와 2위 두산(3승) 등 상위권 팀들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분명 고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여전히 살얼음 위를 걷고 있었다. 5위 삼성에 반 경기 앞서는 상황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삐끗하게 되면 다시 5위로 떨어져야 하는 아슬아슬한 질주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레이스에서 롯데는 다시 살아났다. 5타수 4안타를 몰아치며 홈런과 타점부문에서 선두로 나선 가르시아가 연타석 홈런포를 작렬시킨 것이다. 그에게 있어 지난 한 달이 얼마나 길었던 시간이었는지를 짐작하도록 만드는 회심의 한방 아니 두 방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롯데를 흐뭇하게 만드는 것은 돌아온 4번 타자 이대호의 부활이었다. 올림픽에서 맹활약했던 그였기에 복귀 이후의 활약이 기대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홈런 1개를 포함해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타점도 3개나 올렸다.

롯데에서는 3번 조성환과 4번 이대호, 5번 가르시아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들이 홈런 4개와 안타 9개, 타점 11개 합작해주었다. 11타점은 롯데가 올린 11점 그대로였다. 롯데의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은 6.2 이닝동안 25타자와 상대하며 7안타 4실점 했지만 타선의 지원으로 시즌 9승째를 챙겼다. 그동안 퀄리티 스타트를 이어가며 호투하면서도 승수를 쌓지 못했던 불운을 씻어주는 경기였다고 할 것이다.

5연승을 달리며 롯데 추격에 고삐를 늦추지 않던 삼성도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가을잔치에 초대받기 위해서는 롯데를 따라잡아야 하기도 하지만 뒤쫓아오는 KIA도 따돌려야만 한다. 그야말로 가운데 낀 샌드위치 신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신세 한탄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그럴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도망가는 롯데와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아니 롯데가 잠시 쉬어갈 때 오히려 추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오늘도 쉬지 말고 달려야 한다.

삼성의 선발은 이상목이었다. 올 시즌 이상목은 6승으로 팀 내에서 7승의 배영수와 윤성환의 뒤를 잇는 2위권의 성적이었지만 6월 5일 LG전에서의 승리 이후 8게임에서 승수를 쌓지 못하고 있었다. 아홉수의 저주가 이어지고 있는 듯 개인 통산 99승에서 연거푸 고배를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 히어로즈를 상대로 감격의 100승을 누릴 수 있었다. 5.1 이닝동안 20 타자와 상대하며 4안타로 2실점했다. 이상목의 뒤를 이어 정현욱과 오승환이 우리 히어로즈 타선을 잠재우며 개인으로서는 통산 100승도 달성할 수 있었고 팀으로서는 롯데 추격을 이어갈 수 있었다. 팀에게도 개인에게도 의미있는 하루였다고 할 수 있다.

롯데와 섬성이 4연승과 5연승을 달리는 동안 KIA는 주춤거리고 있었다.

상대가 뛰고 있을 때 같이 뛴다 해도 평생 뒤꽁무니만 쫓아갈 뿐이다. 상대가 걸을 때는 뛰어야 하고 상대가 뛰어갈때는 날아야 한다. 하지만, 기아는 상대가 걸을 때도 뛰어갈 때도 보조를 맞추기보다는 엇박자의 행보를 보였다. 7월말 KIA는 삼성에게 한번 이기고 두 번을 졌다. 우리에 한번을 이기고 LG에게는 두 번 이기고 한번을 졌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다시 시작된 경기의 첫 상대는 LG였다.

올 시즌 KIA와 LG의 상대전적은 8승6패로 기아가 앞서있었다. 그나마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2승1패로 마쳤기에 가능했다. 그 전까지는 6승5패로 호각세였다. 비록 LG가 최하위이기는 하지만 KIA에게는 어려운 상대다. 그리고 이를 증명해 보이려는듯 초반부터 LG가 앞서나갔고 조인성의 투런홈런이 결정적 한방이 되어주었다. 양팀의 안타 수는 8개로 같았지만 최종 점수는 4:2로 LG가 앞섰다. 기아는 득점 찬스 때마다 어이없는 플레이가 반복되며 스스로 주저앉았다. 더불어 2게임 차이였던 5위 삼성과의 승차는 3게임으로 벌어졌다.

올림픽의 감격은 끝난 것이 아니다. 구장마다 펼쳐지는 화려한 플레이가 그 감격의 드라마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각 팀의 성적을 따져보는 재미도 다시 시작되었다.

2위 두산이 9연패하며 무너지는 사이 3위 한화가 2위 자리를 꿰차고 들어앉을 수 있을 것인가.  추락을 계속하던 4위 롯데가 다시금 상승곡선을 그리며 3위 한화 자리를 넘보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될 것인가.

반 게임 차 추격을 계속하고 있는 5위 삼성은 다시금 롯데를 앞지를 수 있을 것인가. 6위 KIA는 포기하지 않고 중위권 도약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오늘도 각 구장에서 펼쳐질 한국 프로야구가 여전히 흥미진진한 이유다.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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