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다소 어수선하고 낯선 상황에서도 SK 와이번스 김주한의 침착함은 빛났다. 현재 SK 불펜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선수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SK는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11차전 경기에서 6-3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한화와 매 경기 혈투를 펼치고 있는 SK는 이번에도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이번에는 교체 출전한 이홍구의 부상이 나비효과가 되어 내야수가 포수가 되고, 투수가 1루수가 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SK가 5-3으로 앞서고 있는 8회초, 서진용이 올라와 점수를 내주는 과정에서 대수비로 들어왔던 포수 이홍구가 왼쪽 손가락에 통증을 호소했다. 몇 번 공을 던져본 이홍구는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결국 플레이가 어렵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SK로서는 비상사태일 수밖에 없었다. 7회 점수를 뽑기 위해 대타 카드를 사용하고 8회 모든 야수 엔트리를 소진한 상태였다.
결국 SK는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투수를 김주한으로 교체하는 동시에 2루수 로맥, 유격수 김성현에 포수 나주환, 그리고 1루수 전유수라는 선택을 했다. 김성현이나 로맥은 경험이 있는 자리이긴 하지만 내야에서 평소 나서던 주 포지션에 있던 선수는 최정 뿐이었다. 1루수 전유수는 사실상 '도박'에 가까웠다.
앞에서 홈플레이트 앞에서 자신의 공을 받는 동료도, 뒤에서 그라운드를 지키는 동료도 낯선 상황. 그럼에도 김주한은 1⅓이닝을 무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지켜냈다.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등판해서 2루수 실책으로 김경언을 출루시켰으나 송광민에게 삼진을 이끌어내면서 비상사태를 진화시켰다.
그리고 노수광의 홈런으로 한 점을 추가해 6-3으로 앞선 9회초에도 등판한 김주한은 '포수' 나주환과 호흡을 맞춰 강경학과 양성우를 내야 직선타, 정근우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경기를 끝냈다. 이날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김주한은 시즌 두 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6경기, 7이닝 연속 무자책점 행진이었다.
김주한은 박희수가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 되면서 임시로 뒷문을 지키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선발로 나섰다 다시 계투 최고 '믿을맨'으로 자리매김한 김주한은 마무리로도 안정감을 보이면서 박희수의 빈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마무리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던 선수를 잃으면 시스템이 정상화 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그 전까지 최선의 조합을 찾으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 '최선의 조합'에서 김주한은 가장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카드임을, 14일 경기에서 십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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