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0:46
스포츠

'반전 홈런' 이승엽, '이작가' 로 거듭나다!

기사입력 2008.08.23 00:49 / 기사수정 2008.08.23 00:49

박종규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드라마 같지만 그것은 분명 현실이었다.

일본을 격침시킨 이승엽(요미우리)의 홈런은 스포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많은 사람들이 염원하지만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일, 그것이 우리의 눈앞에서 현실로 이뤄졌다.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마침내 우뚝 선 주인공의 성공기나, 끝부분에서 비밀이 밝혀지는 반전 드라마 등은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이라는 것도 누구나 한번쯤 느껴보았을 것이다.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들 중 일부는 '뻔한 스토리' 로 인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곤 한다. 1,2회만 보면 결과가 쉽게 예측되기도 한다.

반면, 스포츠에서의 뻔한 스토리라는 것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승엽은 득점찬스 때마다 맥없이 물러나며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었다. 17일 중국전 끝내기 안타로 잠시 '반짝' 했을 뿐, 매 경기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드라마 전반부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의 수난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승엽이 어떤 선수인가.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한방을 날려주던 해결사가 아니던가. 그런 이승엽을 봐왔기에 보는 이들의 마음 한켠에는 언젠가 부활의 홈런포를 날려 주리라는 기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2-2로 양 팀이 맞선 8회말 1사 1루. 많은 이들은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이 또 다시 침묵할 것을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 세 타석에서 떨어지는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2개의 삼진, 무사 1,3루의 기회에서 병살타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지난 2006년 WBC 아시아 예선 일본전 당시 1-2로 뒤지던 8회초 1사 1루에서 이승엽은 역전 투런아치를 그려냈었다. 드라마였다면 그런 '뻔한 결과' 를 예상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믿을 수는 없는 것.

그런 상황에서 이승엽은 드라마의 막판 반전처럼 역전 홈런을 만들어냈다. 그 장면을 지켜본 이들이 두 팔을 치켜들고 함성을 질렀다는 것은 예상을 못해서가 아니다.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 눈앞에 벌어졌기 때문에 진정한 감동을 받은 것이다. 드라마에서의 해피엔딩은 대리만족을 주지만, 스포츠에서의 해피엔딩은 현실 그 자체이다.

올해 국내 프로야구의 키워드 중 하나는 '작가' 이다. 각 팀의 마무리 투수들이 경기 막판 극적인 역전드라마를 제공해준다고 해서 붙여진 애칭. 역전당한 쪽에서는 그렇게도 억울한 일이 있을까 하지만, 역전에 성공한 쪽에서는 너무도 극적인 스토리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제 이승엽에게도 작가의 호칭을 붙여주었으면 한다. 앞서 말한 부정적인 의미의 작가가 아니다. 직접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극적인 승리를 만들어가는, 실시간으로 드라마를 연출하는 작가다. 지나고 보면 드라마의 결말처럼 뻔한 해피엔딩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드라마의 작가는 생각나는 것을 그대로 옮겨적으면 된다. 반면, 스포츠는 승리의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어도 마음대로 실천에 옮기기는 어렵다. 그것이 스포츠만의 매력이 아닐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한국시리즈, 2006년 WBC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써내려간 그의 작품 목록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추가된 것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박종규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