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윤문용 기자] '좌완 트리오' 봉중근-김광현, '좌타테이블세터' 이종욱-이용규-이진영
미국과의 본선 1차전, 이대호의 2회 역전 투런홈런, 정근우의 9회 말 2루타, 이택근의 희생타와 역전득점, 정대현의 호투, 승리투수 윤석민 등 오른손 투수와 타자들의 활약은 전면에서 화려하게 빛났다. 그러나 미국전 승리 숨은 공신은 경기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투타를 이끌어준 한국의 ‘왼손’들이었다.
▶ 1번 타자부터 4번 타자까지 좌타자 포진
경기 하루 전 미국 선발이 우완 나이츠가 나올 걸 예상한 한국야구대표팀은 1번 타자 이종욱부터 4번 타자 이승엽까지, 상위 네 명의 타자를 모두 좌타자로 기용하는 과감한 라인업을 구상한다. 이종욱-이용규-이진영-이승엽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이 바로 그것. 이 과감한 라인업은 성공했고, 네 명의 좌타자들은 15타수 6안타, 4할의 타율로 득점기회를 만들고, 4타점으로 스스로 득점시키기도 했다.
특히 1-2번 타자로 테이블 세터를 이룬 이종욱과 이용규의 활약은 눈부셨다. 톱타자 이종욱은 끝내기 희생플레이를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 톱타자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고, 2번 타자로 나선 이용규는 고감도 타격감으로 3타수 2안타 볼넷 1개 1타점 2득점을 올리며 기대 이상의 대활약을 펼쳤다.
타석에서뿐만 아니라 이용규-이종욱-이진영으로 이어지는 외야 수비 라인은 물샐 틈 없는 그물망 수비로 완벽한 외야수비를 보여주었다. 팀에서 중견수를 맡고 있는 이용규-이종욱, 그리고 WBC에서 ‘국민우익수’로 자리 잡은 세 명의 왼손 외야수들의 수비는 그야말로 꽉 짜인 섬유 조직처럼 조밀하게 외야를 누볐다. 대타로 나온 김현수 역시 감독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며 이후 경기에서 지속적인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 '좌완 트리오' 맏형과 막내 출격
올림픽 시작 전부터 한국 마운드의 핵심 전력은 이른바 '좌완 트리오' 불리는 봉중근, 류현진, 김광현이었다. 이 세 명의 투수가 무너지면 한국야구 대표팀 선발에 답이 없는 상황이 될 정도로 그들은 중국전, 네덜란드 전을 제외한 다섯 경기에서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예선 첫 경기, 미국이 상대였던 만큼 처음으로 출격한 것은 맏형 봉중근이었다. 그리고 봉중근은 파워 넘치는 미국 타선을 맞아 파워 넘치는 패스트볼로 공략하며 4.2이닝 동안 4.1이닝 5피안타 3실점(3자책)을 기록. 단기전 강팀을 상대로 한 선발로서 제 구실을 충분히 다해주었다. 특히, 바깥쪽 꽉 차는 패스트볼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 향후 선발 등판에서 더 좋은 투구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좌완 트리오' 막내 김광현도 8회에 등판해 1이닝을 실점 없이 깔끔하게 막아내며, 선발 등판이 예상되는 일본전 호투를 기대하게 했다. 미국전에 등판하지 않은 '괴물투수' 류현진은 15일 캐나다전에 선발로 등판, 그동안의 국제전 부진을 털고 한국의 에이스로 새롭게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전 오른손이 화려한 활약을 보여주었다면, 왼손은 승리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런 조화를 이루는 데는 대표팀 김경문 감독의 전략도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라인업 전방에 좌타자를 포진하고 후반 승부처에 우타자를 대타로 내세운 전략, 그리고 좌-우-좌-우로 이어진 계투 전략이 그 중심에 있었다.
남은 경기에서도 이종욱-이용규 테이블 세터를 비롯한 좌타자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특히 미국전에는 대타로 나왔지만 이후 경기에서 KBO 리딩히터 김현수의 활약 여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대표팀 좌타자의 계보를 이어갈 젊은 타자로서 김현수는 그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윤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