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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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다이어리] 중국인의 이탈리아 응원, '올림픽 정신' 때문?

기사입력 2008.08.11 03:58 / 기사수정 2008.08.11 03:58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친황다오, 박형진 기자] 10일 친황다오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는 만여 명의 '붉은 악마'가 이탈리아전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지난 카메룬전보다 많이 모인 한국 응원단은 대형 태극기까지 꺼내들며 경기장 분위기를 돋우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찌아요, 이따리(화이팅, 이탈리아)'를 외치는 중국 관중의 응원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한국이 너무 일찍 실점을 하며 붉은 악마의 응원소리는 잦아들기 시작했고, 이탈리아를 응원하는 중국 관중의 함성이 경기장을 압도하였습니다.

이미 카메룬전에서 중국 관중의 엄청난 응원을 경험한 터라 중국 관중의 응원 자체가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왜 중국인이 이탈리아를 응원하는지, 왜 하필이면 한국의 상대팀을 중국인들이 그리도 열렬히 응원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경기장을 출입하며 친분을 쌓은 한 자원봉사자와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원칙상 자원봉사자는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 전 담당자의 허락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통제가 심한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일면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이 자원봉사자 역시 한참을 주저하다 '친구로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다'는 전제를 붙인 뒤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 자원봉사자는 "올림픽 정신은 공정함 아닌가, 한국은 이렇게도 많은 응원단이 왔는데 이탈리아 원정 응원단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중국 관중이 한국 응원단에 맞서 상대편인 이탈리아나 카메룬을 응원한 것"이라 대답했습니다. 제가 "SBS 사건 때문에 한국에 대한 반감이 있지 않을까?"하고 솔직한 대답(?)을 유도했지만, 그는 "우리는 한 방송국이 한 일을 가지고 국가 전체를 매도하지는 않는다"며 이러한 추측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정부의 철저한 통제에 익숙한 중국인은 스스로 "우리는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을 구분하는데 익숙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다르더라도 말을 할 때는 '정답'을 얘기하는 것이 중국인의 특징입니다. 이 자원봉사자의 말에 얼마나 진심이 담겼는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자원봉사를 하는 이 친구 역시 자신의 조국에 해가 되는 말을 해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그도 "중국인이 이탈리아 축구를 좋아하지 않느냐"라는 물음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점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실제로 경기장에는 대형 이탈리아기를 가져온 중국 관중이 곳곳에 눈에 띄었습니다. 그뿐만 아니었습니다. 이탈리아 특정 구단의 깃발이나 특정 선수의 유니폼을 들고 있는 '극렬 이탈리아팬'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붉은 악마를 압도할 정도로 열심히 이탈리아를 응원한 중국 관중. 그들의 '반한 응원'을 SBS 개막식 사건과 무리하게 연관시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많은 수의 한국 응원단을 고려해 약자의 편을 든다는 설명도 결코 틀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튼, 중국인의 속내는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사진 : 이탈리아 선수의 유니폼과 클럽의 깃발을 들고 이탈리아를 응원하는 중국 관중 (사진제공=골닷컴)]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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