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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화의 '카테나치오', 이탈리아 상대로 통할까?

기사입력 2008.08.10 10:40 / 기사수정 2008.08.10 10:40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친황다오, 박형진 기자] 박성화 남자축구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8일 저녁훈련 후 가진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안정'과 '단순함'을 강조했다.

박성화 감독은 10일 열리는 이탈리아전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탈리아는 수비를 튼튼히 하는 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무리하게 공격을 하다 보면 오히려 상대의 작전에 말려들게 된다. 이탈리아전에서 패하면 8강 진출이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한다"며 안정적인 경기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격전술에 대한 질문에는 '단순함'을 거듭 강조했다. 박성화 감독은 "이탈리아는 수비 조직력이 매우 좋은 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복잡한 부분전술을 쓰기란 어렵다. 단순한 공격이 가장 좋은 공격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성화 감독의 생각을 정리하면 한마디로 '수비축구를 통한 무승부 작전'이다. 수비를 튼튼히 하며 상대 공격수를 철저히 묶은 다음 롱패스 위주의 역습으로 기회를 노린다는 것. 박성화 감독은 인터뷰에서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겠지만 무승부도 괜찮다. 패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해 사실상 무승부를 염두에 두고 경기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이탈리아의 '핵심'은 미드필더‥ 중원에서 밀리면 힘들어

그러나 박성화 감독의 수비 전술이 과연 이탈리아를 상대로 통할지는 의문이다. 박성화 감독의 의중을 종합하면 이탈리아의 공격을 주도하는 세 명의 공격수인 아쿠아프레스카-로시-지오빈코를 잘 묶어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것. 하지만, 막상 이탈리아의 핵심 전력은 노체리노-치가리니-몬톨리보로 이어지는 중앙 미드필더라 할 수 있다.

치가리니는 온두라스전에서 지오빈코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주인공이다. 아쿠아프레스카가 공격상황에서 수비수 핸들링을 유도해 얻어낸 두 번째 페널티킥 골 역시 치가리니의 패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치가리니는 주장 노체리노나 '2007 세리에 A 올해의 젊은 선수상'의 주인공 몬톨리보에 비해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패스의 정확도와 창의성 면에서는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선수다.

한국이 만약 수비라인을 깊게 내리고 중원을 내주게 된다면 이들 미드필더에게 많은 공간을 내주게 된다. 특히, U-21 대표팀에서 종종 골을 성공시킨 몬톨리보의 공격력은 여타 공격수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온두라스를 상대로 지오빈코가 터뜨린 그림 같은 중거리슛이 이들 발끝에서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강한 압박이 열쇠‥ 적극적인 공세도 필요하다

결국, 한국이 무승부를 염두에 두고 수비축구를 하더라도 지나치게 수비라인을 내리는 것은 위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카메룬을 상대로 힘에서 밀리며 기성용-김정우가 수비 쪽으로 많이 내려왔고, 결과적으로 카메룬의 일방적인 공세를 허용해 힘든 경기를 치렀다. 이탈리아는 카메룬에 비해 힘과 체격이 좋은 팀은 아니지만 수적 우세와 기술을 바탕으로 중원을 장악하는 팀이다. 이런 강팀에게 중원을 순순히 내주었다가는 90분 내내 수세에 몰리며 대량실점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중거리슛 능력을 갖춘 이탈리아를 상대로는 더욱 그렇다.

무승부를 목표로 경기를 하더라도 역습만을 노리는 일방적인 수비축구보다는 적극적인 공세로 이탈리아를 초반에 압도하는 작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 당시 한국은 이탈리아의 거친 몸싸움에 당황하며 90분 내내 어려운 경기를 했다. 한국으로서는 초반에 적극적인 공세로 기선을 제압하지 않는다면 이탈리아 공격수의 기를 살려주어 힘든 경기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역대 이탈리아전 1승 2패‥ 매 경기 득점에는 성공

한 가지 희망은 한국 축구가 이탈리아를 상대로 의외로 선전해왔다는 것. 한국 올림픽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은 지금까지 이탈리아를 상대로 1승 2패의 전적이 있다. 그 중 1승은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에서의 연장전 승리이며, 86년 멕시코 월드컵과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에는 모두 패하기는 했지만 각기 두 골과 한 골을 득점한 역사가 있다.

축구에서 객관적인 전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축구에는 '스타일'이 있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서로 다른 팀이 만났을 때 그 결과는 객관적인 전력만을 가지고 얘기하기 어렵다. 자신을 "이탈리아 대표팀만 50년 따라다닌 기자"라고 소개한 한 이탈리아 기자가 "축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예측"이라고 말한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사진 : 8일 저녁훈련을 마치고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는 박성화 남자축구 올림픽대표팀 감독 (사진제공 = 골닷컴)]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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