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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ic Jumper!] '하나'란 허울에 갇힌 베이징올림픽

기사입력 2008.08.08 17:11 / 기사수정 2008.08.08 17:1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One World, One Dream',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란 구절이 이번 베이징올림픽이 내건 슬로건이다. 표면적으로 살펴보면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국가들이 '하나'가 돼 서로 하합을 도모하자는 의미가 나온다.

그러나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코앞에 두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전 세계인들을 위한 올림픽이 아닌 '중국'을 위한 올림픽인 인상이 강하게 풍기고 있다. 결국 ‘하나’라는 단어는 '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닌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공안 분위기 속의 올림픽

중국은 사회주의체제에 자본주의를 수용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기 힘든 정치 시스템을 갖춘 국가이다. 획일적인 정부 시스템 하에서 자본주의를 수용한 중국정부는 '일등 제일주의', '초일류국가'등을 표방하며 세계 최대 강국으로 도약하자는 야심을 오래전부터 내비쳐왔다.

100년 전부터 올림픽 개최를 희망했었다는 중국은 마침내 그 꿈을 실현하게 됐고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숫자인 '8'이 들어간 2008년에 베이징에서 올림픽을 치르게 됐다. 물론, 올림픽 개최국의 특권과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어느 개최 국가도 희망하는 일이겠지만 이번 올림픽이 아쉬운 점은 개최국의 의지를 정면으로 내세운 점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데에 있다.

중국의 모든 언론들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무조건 금메달'이라는 강압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양상은 국내의 언론에게도 문제가 있는 부분이지만 중국은 한동안 올림픽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을 제치고 종합순위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지에선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이 종합 1위를 차지하는 일은 '반드시' 수행돼야 될 의무로 보도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1위에 오르는 국가는 '세계최강대국'이란 모토가 짙게 깔려있으며 그동안 구소비에트연방과 미국이 나누어 가졌던 올림픽 종합 1위를 중국이 차지함으로서 '세계 최고'란 이미지를 전 세계에 확산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

물론,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종합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는 당연히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올림픽이 중국만의 대회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이외에 다른 국가들을 위한 새로운 시각도 필요한데 중국 내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시선이 보편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다는 점이 문제이다.

올림픽의 중요성은 전 세계의 다양한 시선들이 공존해 다채로운 의견이 장이 성립해야 된다. 이러한 점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나타나면서 전 세계인들이 관심 밖에서 점점 멀어져 가던 올림픽은 다시 부흥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

올림픽을 보다 다채롭게 취재하고 맛깔스러운 보도를 내려면 취재에 대한 권한도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번 올림픽은 그러한 '언론의 자유'도 통제되어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는 다양한 시선들이 공존할 수 있는 여론의 장을 만들어 나갈 수 없으며 전 세계인들의 관심사도 이끌어내기 힘들다.

억압된 정치적 분위기를 가진 중국은 현재 테러 문제에 대해 제일 초조해하고 있다. 때문에 시드니올림픽과 아테네올림픽 때, 경기장 주변에서 나타났던 다채로운 문화공연 행사나 각국의 문화 퍼포먼스도 찾아보기 힘들다.

1988년의 서울과 2008년의 베이징의 감춰진 모습



1988년 서울올림픽 때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올 많은 이들에게 한국이 발전한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희생자들이 필요했다. 도시발전을 위해 서민들은 자신들의 삶터에서 떠나야했고 화려한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야 이들에 대한 조명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년이 훌쩍 지난 2008년의 베이징에서 1988년 서울과 비슷하고 오히려 더 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의 서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북부지역의 빈민촌은 올림픽 계발을 위해 일찌감치 철거에 들어갔다. 이 곳에 지어질 상류층들을 위한 아파트와 각종 화려한 건물들 때문에 서민들은 희생양이 돼야 했으며 이들의 수는 무려 150만 명이 넘는다.

그리고 막상 베이징에 도착한 이들은 그곳이 생각보다 청결하다고 한목소리를 내지만 중국정부의 대대적인 투자와 노력으로 지금까지 온 것일 뿐, 베이징의 청결도와 환경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베이징의 악명 높은 대기오염은 유명하다. 마라톤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에티오피아의 게브살라시에는 천식을 앓고 있는 자신의 몸 상태를 염려하면서 이번 베이징올림픽 참가를 거부했다. 그리고 베이징의 대기오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안전수치보다 무려 5배 이상 나쁘다는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베이징에서는 여름이 되면 콜레라 발병률이 높아져 이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스포츠의 경기력으로 돌아가 생각한다면 이러한 환경 속에서 실외 경기를 한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많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이런 장소에서는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것을 막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다.

7일, 카메룬과 친황다오에서 첫 예선전을 치른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은 무더운 기온과 습도 등으로 많은 고생을 치렀다. 이러한 고초는 모든 선수들이 겪어야 할 문제점이기도 하다.

개발도상국인 시점에서 75만에 이르는 서민들이 서울에서 쫓겨나야했던 1988년 서울올림픽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환경적인 문제에서는 청결을 유지하면서 역대 최고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환경적, 정치적, 문화적인 다양성, 그리고 참가 국가들에 대한 이해도 등 모든 부분에서 2000년대 훨씬 이전의 시대로 역행하고 있다. 개막식이 아무리 화려하게 열린다 하더라도 그 뒤에 감춰져 있는 중국의 '낮은 의식'은 짙은 스모그처럼 모든 이들에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 = 친황다오, 박형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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