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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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다이어리] '철통 보안' 중국, 물 먹은(?) 기자

기사입력 2008.08.06 13:12 / 기사수정 2008.08.06 13:12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친황다오, 박형진 기자] 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현재, 중국 당국의 보안망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다름 아닌 4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일어난 폭탄테러 때문입니다. 경찰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테러 때문에 올림픽 경기장 및 관련 시설의 보안 경비가 한층 더 강화되었습니다. 덕분에 한국 대표팀의 훈련장과 공식 기자회견장을 찾은 애꿎은 기자들만 곤란을 겪었습니다.

한국 올림픽대표팀의 축구경기가 있을 친황다오의 올림픽 스포츠센터는 아예 주변의 모든 차도를 통제한 상태입니다. 이 올림픽 스포츠센터는 축구경기가 있을 스타디움 외에도 훈련장 및 기타 운동장이 있는 곳이라 그 규모가 잠실 종합운동장에 못지않습니다. 이렇게 큰 스포츠센터의 주변도로를 모두 통제했으니, 기자단 차량을 타지 않으면 꼼짝없이 수 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서 경기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장 앞에 들어가면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우선 공안이 기자증에 붙어있는 홀로그램을 확인합니다. 공안은 이 홀로그램의 진위를 판단하는 돋보기(?) 같은 것이 있는데, 살짝 엿보니 그 돋보기를 통해 보면 진짜 홀로그램에서 'ok'라는 문양이 보이더군요. 그렇게 해서 기자증을 확인한 후 경기장 안으로 들여 보내줍니다.

그렇게 들어가면 곧바로 보안검색대를 거쳐야 합니다. 4일 테러사건 이후 가장 엄격해진 통로가 바로 이 보안검색대입니다. 4일 훈련장을 찾을 때만 해도 X선 투시를 통한 짐 검사와 몸수색만을 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데 2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5일 공식 기자회견을 위해 경기장을 찾을 때 보안검색대는 무척 엄격해졌습니다.

우선 X선 투시를 마친 가방을 열어보라고 지시합니다. 제 가방에는 취재를 위한 노트북과 카메라, 그리고 무더위를 식혀줄 생수 한 통이 있었지요. 보안검색대의 직원이 노트북을 보더니 "켜보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카메라의 경우 사진을 찍어보라고까지 했습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노트북, 혹은 카메라 모양의 폭탄이 아닐까 의심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의아했던 것은 생수를 보고 '한 모금 마셔보라.'라고 요구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물 반입 자체가 금지되니까 다 마시고 들어가라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 역시 물을 가장한 액체폭탄이 아닐까 의심되어 검사하는 것이었습니다. 폭탄이라면 테러리스트라도 순순히 마실 수는 없다고 생각했나 보죠?

강화된 보안검색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은 기자들만이 아닙니다. 한국 대표팀을 비롯해 남녀 축구 8개국 대표팀이 묵고 있는 숙소의 보안검색은 더욱 철저해서, 대표팀 관계자가 선수들이 마실 이온음료를 반입하는데도 긴 승강이를 벌여야 했다고 합니다. 5일 오전 주중한국대사가 대표팀을 격려하기 위해 숙소를 찾아 김치를 전달할 때도 공안이 함께 가서 겨우 반입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중국인들에게도 까다로운 보안 검색이 피곤한 것은 사실입니다. 5일 오전 한국 대표팀이 훈련을 한 썬린공원은 평소 주민들이 운동을 하기 위해 찾는 곳이지만, 이 날 훈련 때문에 공원 입구부터 공안이 통제를 해 유독 한적한 모습이었습니다. 보안 문제로 길 곳곳이 통제되자 택시 기사들은 짜증을 내기도 했고요.

가장 흥미로운 통제는 다름 아닌 '어업 통제'였습니다. 업계 상인의 말에 따르면, 날씨가 더워 해산물이 상할 위험이 커지자 외국 관광객이 이를 먹고 병에 걸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친황다오 근처 어업 자체를 금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해산물을 사랑하는 중국인들은 어업 통제가 느슨해지는 밤을 이용해 배를 몰고 나가 생선 등을 잡아 새벽 시장을 통해 판다고 하더군요.

중국인들조차 "올림픽 때문에 못 살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여러 통제와 규제가 심하지만, 이는 안전한 올림픽을 치루기 위한 희생일지도 모릅니다. 신장 폭탄테러와 같은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저는 오늘도 보안검색대에 몸을 맡겨야겠습니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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