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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의 팀'이 된 박성화호, 그 빛과 그림자

기사입력 2008.07.31 22:09 / 기사수정 2008.07.31 22:09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 박형진 기자] 골을 넣는 선수는 단연 팀의 중요한 존재다. 그러나 골을 넣지 않아도 주목받는 선수가 있다.

올림픽 대표팀의 박주영(23, 서울)이 바로 그런 선수가 아닐까. 올림픽 대표팀의 공격수로 선발되며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박주영은 잇따른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기대에 호응하는 모습이다. 비록 득점이 터지지 않아 답답해하는 팬들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박주영의 팀 기여도와 팀 내 중요도는 득점에 성공한 다른 어떤 선수보다 높다.

오늘 호주전 역시 박주영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경기였다. 전반 초반 지루하게 전개되었던 흐름을 바꾼 것은 신영록의 슈팅이었지만, 신영록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전달한 것은 박주영이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대표팀의 공격 움직임이 살아난 것은 박주영의 전술적 움직임이 변하면서부터다.

최전방 공격수 위치에서 공을 기다리던 박주영은 찬스가 오지 않자 왼쪽 측면으로 직접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미드필더와 공격진에 '연쇄이동'이 일어났다. 왼쪽 미드필더로 있던 백지훈이 다소 자유롭게 중앙과 최전방을 오가기 시작했고, 상황에 따라 김정우도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었다.

4-4-2라는 기본 포메이션을 지키면서 집중 견제가 힘들도록 선수들이 포지션을 맞바꾸자 호주의 수비가 오른쪽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틈을 노린 왼쪽 윙백 김동진은 파상공세를 틈타 오버래핑을 시도했고, 마침 같은 자리에 서있던 신영록에게 절묘한 찬스를 내주었다. 전반 24분의 선제골에 박주영의 직접적인 기여는 없었지만, '박주영 쉬프트'가 아니었다면 신영록의 골은 있을 수 없었다.

패스의 집중도에서도 박주영의 위치는 단연 돋보였다. 한국이 맞이한 대부분의 찬스는 박주영의 발에서 시작되었다. 박주영은 골에 대한 욕심보다는 협력플레이를 중시하는 듯 결정적인 찬스에서도 슛보다는 패스를 염두에 두는 모습이었고, 그런 박주영을 믿는 듯 대부분의 선수는 공을 잡으면 박주영부터 찾는 모습이었다.

'박주영의 팀', 그 빛과 그림자

박주영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뭉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박주영 중심의 전술은 미드필더진의 활발한 포지션 변화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밀집수비가 엷어지며 공격수에게 기회가 찾아올 수 있었다. 박주영을 중심으로 하는 전술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올림픽 대표팀의 조직력이 좋아졌다는 반증도 된다.

그러나 한 선수의 능력과 컨디션에 팀의 기량이 좌우되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박주영이 좋은 컨디션으로 90분을 뛸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박주영이 부상으로 빠지거나 부진에 빠진다면 팀 전체가 부진에 빠질 수도 있다. 실제로 호주전 후반전이 그랬다. 박주영은 후반전에 많이 지친 모습을 보이며 움직임이 둔해졌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공격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박주영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근호 역시 측면과 중앙 공격수 포지션에 모두 능하기는 하지만, 박주영과 같은 영리하고 세밀한 축구를 하는 선수는 아니다.

박주영은 박주영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과 특징으로 올림픽 대표팀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가 좋게 나타나든 혹은 나쁘게 나타나든, 올림픽 대표팀의 운명은 이제 박주영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진=올림픽대표팀 공격수 박주영(23, FC 서울)]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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