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수정 기자]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베이스 정중엽이 결혼한다.
정중엽은 지난 25일 장기하와 얼굴들 팬카페에 장문의 글을 통해 오는 27일 결혼한다는 소식을 팬들에게 직접 알렸다.
정중엽은 "5월 27일 결혼하게 됐다. 부인될 사람은 사진 찍는 사람이다. 나름대로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으로 6년 동안 서로를 알아가다 이제는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앞으로의 만남을 이어가자고 결심하게 됐다"라며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를 공유하며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여행도 하고 산책도 하고 이것저것 배우기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결혼준비를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밥과 술도 사주고, 다음날도 사주고, 다음날도 사주고, 그 다음날도...아무튼 많은 축하를 받으며 매일매일 바쁘게 지냈다. 그러는 한켠에는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할까 고민을 했다"며 "저는 글쓰기를 두려워 합니다만, 여러분들에게 알리기 위해 용기를 내어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게 됐다. 들어온 지 너무 오래된 카페라 벽은 바랬고, 거미줄도 곳곳에 보이지만, 방문해 주신 여러분들께서 저희의 결혼을 축복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덧붙였다.
▼ 이하 장기하와 얼굴들 팬카페에 정중엽이 올린 글 전문
안녕하세요 여러분? 정중엽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썼던게 언제였던가 싶을정도로 오랜만입니다. 모두들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글을 쓴다는게 저에겐 참으로 어렵습니다. 음악을 만들때 가장 힘든 것은 가사 노동이다 라는 말을 지어낼 정도로 저는 글쓰기를 겁내합니다. 주위엔 단어를 잘 고르는 사람도 많고 문장을 잘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글을 쓰다가도 저의 글은 이내 초라해져서 전부 지워버리게 될 때도 있습니다. 말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글은 그보다도 몇배로 어렵게 느껴집니다.
아무튼, 지금부터 들려드리려는 얘기는 이겁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을 시작할 무렵, 저를 제외한 모두가 술을 너무나 잘마셨습니다. 사실은 제가 너무 주량이 약했던 것이지요. 더 놀고 싶어도 맥주 한 캔에 잠이 들어버리거나 먹은 것들을 확인하고서 의기소침해져서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저는, 어느날 밤부터 혼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맥주를 홀짝이기 시작했습니다. 맞아요. 나중에 알았지만 이 방법이 주량을 늘리는 데 베스트라고 합디다.
결국 저는 작은것으로 한캔만 마시면 취하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큰캔 2개도 너끈히 해치우는 주당이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음악을 제외하면 가장 큰 취미는 영화보면서 맥주마시기, 와인마시기 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로또확률 만큼의 운명적인 만남부터 시작해서 부모님의 반대라던가 좀비와 맞서 싸운다던가 우주인을 격퇴하거나 지구를 구한다던가 하는 고난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사랑을 싹틔우는 두 사람이 엔딩장면에서 키스를 나누며 크레딧이 올라가는 장면이 나오게 되는데, 어렸을 적엔 이런 장면에서 '이야 재밌었다' 정도였고 조금 더 커서는 '키스는 저렇게 하는거군'이었고 위에서처럼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보는 나이가 되었을땐 '저러고서 쟤들은 어떻게 지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너무나 사랑하는 연인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치약을 짜는 방법이나 저녁을 먹으러 어디에 갈까 등으로 심각하게 싸우고 심지어는 헤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저만 그런가요??
이 양반은 오랜만에 와서는 무슨 소리를 하는건가 싶으실 겁니다.
5월 27일에 저는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인될 사랑믄 사진을 찍는 사람이구요. 나름대로의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으로, 6년 동안 서로를 알아가다 이제는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앞으로의 만남을 이어가자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를 공유하며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여행도 하고 산책도 하고 이것저것 배우기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북미를 다녀오자마자 결혼준비를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밥과 술도 사주고, 다음날도 사주고, 다음날도 사주고, 그 다음날도... 아무튼 많은 축하를 받으며 매일매일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러는 한켠에는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할까 고민을 했었죠. 밥과 술을 살 수도 없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저는 글쓰기를 두려워 합니다만, 여러분들에게 알리기 위해 용기를 내어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게 되었지요. 들어온 지 너무 오래된 카페라 벽은 바랬고 거미줄도 곳곳에 보이지만, 방문해 주신 여러분들께서 저희의 결혼을 축복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결혼할 수 있을 겁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조만간 여러분을 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거예요!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7년 5월 25일 정중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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