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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한국 피겨의 또 하나의 기적. 이동원

기사입력 2008.07.26 16:14 / 기사수정 2008.07.26 16:1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 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가 어린 시절에 트리플 점프를 몇 주 만에 완성했을 때, 국내피겨 관계자들과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김연아가 가진 놀라운 재능은 한 어린 소년에게서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96년생으로 이제 겨우 12세에 불과한 초등학교 6학년 선수가 4학년 때에 더블 악셀을 성공시켰고 5학년 때, 살코, 토룹, 플립 등을 트리플로 뛰어냈습니다. 그리고 룹과 러츠까지 완성한 이 어린 소년의 재능은 끝을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바로 한국남자스케이팅의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인 이동원(과천초)입니다.

스케이트를 타기를 너무나 좋아했던 아이

이동원이 7살이 되던 해, 가족들과의 여행이 돌연 취소되면서 1주일간의 공백이 생기게 됐습니다. 남은 이 시간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이었던 어머니 손윤희씨는 우연히 주변에 있던 빙상장이 생각이 났고 그곳으로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1주일동안 피겨레슨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손윤희씨는 아들에게 스케이트를 신겨서 처음으로 빙판에 들여보냈습니다. 어린아이가 생전처음 빙판에 서면 당황하고 겁도 날 듯싶은데 이동원은 놀랍게도 빙판에 들어서자 마냥 좋아하는 기색이었습니다. “엄마가 잡아줄까?”하고 물어도 “괜찮아, 나 혼자 할 수 있어.”하면서 스케이트를 곧잘 타기 시작한 모습이 처음엔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태권도와 축구 등,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운동도 시켜봤지만 어린 이동원은 스케이트를 가장 좋아했었습니다. 그리고 피겨에 대한 재능이 점차 나타나자 이동원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선수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처음으로 참가했던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가능성을 엿보인 이동원은 그 이후로 여러 가지 기술들을 놀랍도록 습득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이동원을 지도하고 있는 신혜숙 코치는 “20년이 넘게 피겨선수들을 지도해왔지만 동원이 같이 모든 재능을 완벽하게 갖춘 선수는 보기 힘들었다. 김연아도 초등학교 시절에 지도해 봤는데 가르치는 것을 너무나 짧은 시간 안에 습득한다는 점은 김연아와 비슷하다. 게다가 어린 선수로서 가질 수 없는 다양한 표현능력과 ‘끼’도 가지고 있다. 연아를 가르치면서 느낀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지금은 동원이를 통해 느끼고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신 코치는 “동원이는 12세에 불과하지만 승급시험 6급을 마쳤고 이번에 7급에 도전했는데 프리에서 아쉽게 떨어졌다. 그러나 탈락 사유는 큰 문제가 아니었고 다음에는 충분히 7급과정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동원이는 룹, 플립, 토룹, 살코, 러츠 등을 모두 랜딩할 수 있는데 보편적으로 일반적인 선수들이 트리플 점프를 제대로 익히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든다. 그러나 동원이는 불과 몇 주 만에 이 기술들을 습득했다.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감탄사가 나오는 선수가 바로 동원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신 코치는 동원선수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한편으론 두려울 정도’라고 답변했습니다. 너무나 재능이 충만한 선수를 더욱 완벽하게 가르쳐야만 하는 지도자의 부담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선수를 곁에 두고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큰 기쁨을 얻는 점도 신 코치는 언급했습니다.

손윤희씨는 “김연아를 어릴 적에 가르친 신 코치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동원이가 더욱 성장하고 있다. 누구보다 코치님을 믿고 있으며 무엇보다 아이가 연습하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만족하고 있다”라고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피겨선수가 갖추어야할 끼와 체력을 모두 갖춘 ‘신동’

신코치는 이동원의 장점들 중 ‘타고난 체력’을 강조했습니다. “보통 선수들이 프리연습을 4분 동안 하게 되면 힘들어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동원이는 4분 동안의 연습을 무려 6번 동안 내리 소화해낸다. 본인이 맘에 들 때까지 지속적으로 연습하는데 이렇게 놀라운 체력을 가진 것도 동원이의 큰 장점.”이라며 “남자선수들은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시점에서는 근력이 좋아지고 체격도 커지며 파워도 갖추게 된다. 지금 동원이가 이 상태에서 성장해 좋은 체격조건과 강한 체력을 유지해나간다면 세계적인선수들이 보여주는 파워 풀한 연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이동원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자피겨선수는 10명도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악하고 경쟁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동원의 발견은 김연아의 출연만큼이나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19~20일에 벌어졌던 ‘현대카드 슈퍼매치 7 -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에 참가한 세계적인 선수들도 이동원의 모습을 보고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건너온 두 ‘누나’들은 이동원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는 이동원을 처음 봤을 때 그저 공연에 참가하는 어린 선수인 줄로만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동원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선 감탄을 연발하였고 ‘너무 멋있다’라는 표현으로 이동원을 격려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전설적인 선수인 알렉세이 야구딘과 예브게니 플루센코도 이동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실제, 야구딘과 플루센코와 이동원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06년, 야구딘과 플루센코가 참여한 원포인트 클리닉에 국내 유망주로서 이동원이 참여했습니다. 당시 이들 선수들에게 강좌를 받고 사진도 함께 찍은 이동원은 ‘언젠가 저런 유명한 선수들과 함께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이동원은 마침내 야구딘과 플루센코와 함께 무대에 서게 됐습니다.

이동원에게 일정한 연습시간이 가장 필요

신코치는 이동원을 지도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연습시간’을 꼽았습니다. 현재 이동원은 일산과 한체대, 그리고 롯데월드 등으로 옮겨 다니면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장소들을 이동하면서 링크장을 대관해야 하는 점과 일정한 연습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전용링크가 없어서 일반인들과 함께 쓰는 링크장을 대관해서 훈련해야 하는 것이 한국피겨스케이팅의 현주소입니다. 이러다보니 늘 이른 시간과 늦은 밤에 링크장에서 훈련해야 하며 때론 충분한 연습시간이 부족할 때도 많습니다.

이런 연습시간 때문에 이동원을 비롯한 유망주들은 밤 0시에 훈련을 마치고 귀가해서 다음날 8시에 훈련장에 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적지 않은 량의 훈련을 마친 어린 선수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면서 훈련을 해야 부상방지와 기량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4~5시간의 짧은 수면만 취하고 곧바로 훈련장에 임해야하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리고 태릉에 있는 링크장도 국가대표피겨선수들이 일정한 훈련을 하는데 효율적으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코치는 “태릉에 있는 링크장은 다른 빙상종목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피겨국가대표선수들의 연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피겨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표선수들은 물론 후보 선수들이 태릉 링크장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지금보다 일정한 연습시간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어머니인 손윤희씨는 어린 아들이 처음으로 빙상링크장에 들어섰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스케이트와 피겨를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이동원은 김연아의 전담코치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안무가인 데비이드 윌슨으로부터 ‘미래의 주니어 월드 챔피언감'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었습니다. 


[사진 = 이동원 (C) 전현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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